없다. 주변에 보면 종종 있기는 한데 싸움의 강도가 다르거나, 싸웠는데 안 싸웠다고 하거나, 싸움의 기준이 다른 건 아닐까.
남자와 여자가 함께 보내는 초반 1, 2주 정도는 마치 천국이었다. 깨가 쏟아지고 서로를 배려했다. 불편한 게 있어도 참고 넘겼다. 상대방도 불편한 게 있을 거로 생각하면서. 여자가 밥을 하면 남자가 설거지를 했고, 남자가 청소를 하면 여자는 빨래를 돌렸다. 나름 서로 배려하며 신혼을 즐기는 듯 했다.
하지만 어떻게 다 마음에 들 수가 있을까. 한 평생 같이 살던 가족도 생활 습관이 안 맞아서 다투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었다. 둘도 서로 불만을 쌓고 쌓다가 터지는 순간이 와버렸다. 이유는 사소했다. 여자는 본인이 집안일들 더 많이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출근했을 때 집안일과 일을 병행하는 남자는 생각하지도 않은 채 눈에 보이는 것만 생각했다. 본인은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퇴근하고 돌아오면 다시 집안일해야 하는 게 답답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잠시 생각해 볼 점. 그게 결혼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부모 밑에서 살 땐 부모님이 집안일을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상황에 적응해 있던 여자가 퇴근 후에도 또다시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건 나름의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기는 하지만, 그게 화낼 수 있는 정당한 이유는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남자도 충분히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국만 같던 신혼에 다툼이 일어났다. 어느 날은 토론하다 지쳐 잠들고, 어느 날은 둘 다 감정적으로 변할 때도 있었다. 천국은 무슨, 점점 지옥에 들어가는 불구덩이 같았다. 여자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 신혼 때 안 싸우는 부부가 있다고? 말도 안 돼. 그건 싸움의 기준이나 강도가 다르거나, 싸웠는데 안 싸웠다고 하거나, 아니면 둘 다 성인군자인 경우 외에는 절대 그럴 수 없어.
남자는 생각했다.
- 아 내가 이래서 비혼주의자였지.
둘은 서로를 노려보며 각자의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둘에겐 룰이 있었다. 싸우더라도 잠은 꼭 같이 자기. 덕분에 금방 풀리는 날도 있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이야기하던데. 그들에겐 칼로 물 베기인 날도, 마음이 베이는 날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