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이키 Jul 17. 2024

1. 제부도

나의 평생친구가 아기였을 때는 이 친구를  먹이고, 재우고, 달래주고, 닦아주고, 기타 등등의 모든 의식주를 대신 해결 해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이 친구와 제대로 된 여행 한번 못 해보았다.


고작해야 유명한 식당의 앞마당 이거나,

대형 카페의 테라스 정도 함께 다녔을 뿐.


이 친구와 처음으로 여행을 갔던 건 2019년 5월.

이혼 소송으로 힘들어하던 시기에 친한 언니가 힐링의 시간으로 초대해 주어서 찾아간 곳.


[제부도]이다.

제부도의 트레이드 마크  빨간 등대

두 살(한국 나이로는 세 살) 친구와 함께 일산에서 한 시간 반 가량을 달려 도착한 제부도는 •물 떼시간•이라는 것이 있어서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을 잘 체크해서 가야 하는 곳임을 나도 저 때 처음 알았다.


두 살 친구도 나도 생애 처음으로 가본 바닷길이 열리는 [제부도]의 추억을 기록해 보려 한다.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에너지 넘치는 두 살 친구도 케어해야 하고,  어딜 가서 힐링이란 걸 할 시간도 없이 그냥 매일을 버텨내기 기술로 살아내고 있던 때에 제부도에 살고 있는 친한 언니가 집으로 초대해 주어 하룻밤을 신세를 지게 되었다.


바닷물이 열리지 않는 이상 섬에 갇혀 있어야 하지만 갇혀있는 동안 힐링을 할 수 있는 신비의 섬이었다.

갇혀있는 동안 화보를 찍고 있는 발레리나

생애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낯선 사람들과 하룻밤을 보낸 두 살 친구는 역시나 낯가림 없이 어르신들에게 말도 잘 걸어주고, 애교도 부리고, 주는 음식도 투정 없이 잘 먹어주어서 많은 이쁨을 받고 돌아왔다.


이쁨도 많이 받았지만,

땅에 떨어진 새우깡도 많이 먹은 두 살 친구.

갈매기가 놓친 새우깡을 다 주워 먹다 발각되어 혼쭐이 난  두살 친구

제부도의 봄이 너무 좋았던 평생 친구와 나는 그해의 마지막날 2019년 12월 31일에 제부도의 겨울로 달려갔다.

제부도의 바다가 얼었다 - 뒤로는 해가 넘어 가고 있다 - 두 살 친구도 뒤로 넘어 가고 있다(떼쓰는중)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제부도를 하얗게 만들어준 그날의 날씨에게도 감사했다.


나의 인생에서 제일 불행 했고, 제일 추했고, 제일 가난했던 그 해에  제부도는 나에게 힐링의 장소였다.

제부도는 카페가 의외로 많다

그 이후에도 나의 평생 친구가 한 살씩 나이를 먹을 때마다 제부도를  방문하였고, 갯벌 체험, 놀이기구 탑승, 조개껍질 그리기, 요트 체험 등등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나와 나의 평생 친구도 만족하는 여행지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