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휴게소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설악산 국립공원과 가까운 숙소인 켄싱턴호텔 설악을 향해 달렸다.
달리며 나의 엄마는 험한 산길을 이렇게 터널로 뚫어 놓고 속초까지 가는 길을 단축시킨 것에 감탄하시며 이렇게 좋은 시절을 맞이한 것에 감사하다고 까지 하였다.
그러나 터널을 지나면 또다시 나오는 터널.
감사한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계속되는 터널 속 질주로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하였고, 인제양양 터널 속은 지루함의 극치였다. 운전자들의 졸음과 지루함을 달래 주려 형형색색 빛을 내주고 있는 LED의 향연들은 오히려 운전에 방해만 되는 불편함을 느끼게 하였다.
슬슬 터널의 끝이 나올 것 같으면서도 어둠은 계속되었다.
일곱 살 나의 평생 친구는 터널을 언제 탈출하냐고 투덜 되었고, 일흔다섯 살 왕언니는 조금만 가면 밝은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달래 주었다.
출구까지 4km 남았습니다.
라는 안내판이 보였고, 그것을 본 왕언니는 일곱 살 친구에게 10리만 가면 된다고 금방 탈출한다고 하였다.
마치 [희망 고문]을 하고 있는 듯.
10리의 개념을 모르는 아이는 할머니가 말한 '금방'에 기대감을 가져 보았지만, 아이가 생각했던 '금방'과는 엄청난 시간의 거리감이 느껴져 다시금 보채기 시작하였다.
이쯤 되면 나뿐만 아니라 그 터널을 달리고 있는 차 속의 사람들은 자연스레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차를 잠깐 정차할 수 조차 없는, 조수석의 사람과 자리를 바꿀 수도 없이 오롯이 홀로 달려가야 하는 터널 보다 더 깜깜한,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삶의 고난 속을 그냥 달려갈 수밖에 없는 나의 애쓰는 모습이 눈앞에 아른 거리기까지 만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 터널이었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나 혼자만 인생의 어두운 터널 속을 달리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
터널 속을 빠져나옴과 동시에 노랗게 빨갛게 물들어 있는 경치가 보였고 나의 엄마와 딸은 동시에 "우와아"하며 경탄의 목소리를 내뱉었다.
고생(터널을 달리는 것) 끝에 낙(밝은 세상으로 나온 것)이 이런 것인가.
그렇게 달려 설악산 국립공원 방향으로 향했고, 우리의 숙소인 [켄싱턴 호텔 설악]으로 가는 길은 설악산 국립공원을 들어가려는 차량과 나오는 차량으로 가득하여 꽤 오랜 시간 지체를 하였지만,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보이는 설악산의 웅장함에 사로잡혀 오히려 좀 더 길이 막혀 주길 바라는 마음까지 들었을 정도였다.
3시간가량을 달려온 속초의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빨간색 2층 버스는 먼 길 달려온 여행객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였다.
이곳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켄싱턴 호텔 설악의 트레이드 마크인듯 하다.<사진-개인소장용>
빨간 2층 버스를 보고 첫 번째 기분 업! 체크인을 위해 로비로 들어선 순간 두 번째 기분을 업 시켜주는 인테리어의 기운을 받아 배정된 방으로 들어 선 순간 세 번째 기분 업을 시켜주는 설악산 뷰는 향후 10년간은 추억하게 될 한 장면이 되었다.
설악산 뷰 - 산 뷰가 이리 좋은 줄 처음 알았다.<사진-개인소장용>
너무 다행인 것은 나의 엄마가 이 호텔을 너무 좋아하셨다는 것이다. 5성급이 아니어도, 노후된 건물 이어도, 편안 함을 느끼고 그야말로 힐링을 체험했다는 것만으로도 스위트룸 부럽지 않은 우리들의 2박 3일 숙소였다.
호텔방 테라스에서... 나의 평생 왕언니.<사진-개인소장용>
이 호텔을 선택하게 된 것은 아는 지인이 지난번 강원도 여행에서 자신의 엄마가 너무 좋아하셨다는 호텔이었다며 나에게 추천을 해 주어서이다. 호텔 사이트나 후기를 보았을 때는 참 많이 낡은 곳인데 좋아할 만한 게 뭐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정말 이 호텔은 와 봐야 느껴지는 곳이다.
만족 스러웠던 조식 시간 / 나의 딸이 "여기 외국이야?"라고 말할 정도로 내국인 보다 외국인이 많았다.- 사방이 설악산 뷰<사진-개인소장용>
2박 3일을 이 호텔에서 지내면서 조식도 만족스러웠고, 낯선 잠자리임에도 3代가 한 명도 뒤척임 없이 8시간 내리 잠도 잘 잤다는 것도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