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도다, 고통스럽지 않다, 괴롭지 않다
정말 그러했다. 무거운 삶의 짐을 잠깐 내려놓고 쉬었다가 돌아가라는 하나님이 우리 3代를 위해 미리 예비해 놓으신 장막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장막에서 짐을 풀고, 따뜻한 차 한잔과 과일을 먹은 후 히트텍을 꺼내 입고 설악산 국립공원으로 향하였다. 숙소에서 설악산 국립공원까지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걷는 동안 설악산 어딘가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그야말로 영혼을 맑게 해주는 듯했다.
내가 어렸을 적 텔레비전에서 봤던 피아노 광고 음악이 저절로 생각 나는 산속의 물소리였다.
맑은 소리 고운 소리 ㅇㅇ피아노 ㅇㅇ!
설악산 국립공원을 산책하다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가보니 외국인 관광객들이 반달곰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설악산에 왔으면 저 반달곰과 인증 사진을 찍는 것이 국룰이지 싶어 우리도 사진을 찍어 보았다.
설악산 국립공원을 산책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설악산에 올라 제일 먼저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저절로 눈을 감고 얼굴을 하늘을 향해 들어 바람과 볼을 비벼 인사를 하게 된다.
관람차를 탈 때는 높이 올라갈수록 심장이 조여 오는 공포감도 느껴보고, 시장에 들러 마른오징어를 사면서 시장 상인들과 흥정도 하고 여행자의 티를 내며 관광지를 누볐다.
여행 마지막날 바닷가에 가서 시원한 파도 소리를 듣고 있자니 '맞다! 나는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라는 현실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나는 직장 내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여행하는 동안 싹 잊고 있었다.
2박 3일 동안 아침에 일어나 조식을 먹고 딸의 재잘거림에 웃고, 엄마의 이야기에 반응해 주고, 운전을 하고, 산을 보고, 바닷가에서 파도와 밀당 놀이를 하면서도 내가 고통 속에 있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속초 여행 기간 동안은 잠을 설치거나 새벽에 깨지 않고 동쪽창에 아침 해가 일어나라고 알려 주기 전까지 푹 잠도 잘 잤다. 여행의 마지막날 밤에는 현실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나에게 기대감이 생겼다.
내 마음을 단단히 할 자신이 생겼다.
이번 여행은 70대 할머니에게, 40대 중년 여성에게, 사랑스러운 7살에게 나름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었고, 살아갈 자신감을 선물로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