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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키 Jul 22. 2024

3. 고수 많이 주세요

최고야.


지금 고야는 자신의 삶에서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다.

"신이 누군가에게 [최고야 같은 인생을 살아라]라고 하면 그 누군가는 두려움에 떨며 회개하고 그야말로 마더테레사 보다 더 착하게 살 거야"


고야는 노트북 모니터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보며 작은 목소리를 내어본다.


회사를 7년을 다녔는데 한 번도 월급이 오르지 않아 사장에게 급여 인상을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하였다.

갑자기 [노예 7년!]이라는 환청이 들리는 듯했고, 분노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그 감정을 잠재우려 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무언가 긍정적인 생각 폴더를 찾아보려 했으나 찾지 못하고 결국은 분노가 폭발하고 말았다.


더 이상 근무를 할 수 없음을 알리고 사직서를 제출하고 호기롭게 회사 문을 박차고 나온 게 어제였다.


생각지도 못한 전개였다.

퇴사는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내 발로 나오다니...


도저히 부모님에게는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말을 꺼낼 수가 없어서, 오늘 아침 평상시와 같이 출근을 하는 척하면서 집을 나와 커피숍에 앉아서 제발 이번주 안에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업체가 있길 바라며 노트북에 저장 되어 있던 기존의 이력서를 다시 수정 하고 있다.






고야는 이 와중에 배가 너무 고파서 팔다리가 떨린다. 

시간을 보니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다.


고수가 많이 올려져 있는 쌀국수가 당기는데, 마땅히 아는 쌀국숫집이 없다.


고야는 채용 사이트를 접고 검색창에 현재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쌀국숫집을 찾아내어 그곳으로 가기 위해 차에 시동을 걸었다.


'고수 많이 달라고 해야지'

운전을 하면서 그녀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다짐한 대로 쌀국숫집에 도착하여 직원에게 음식을 주문하고 당당하게 말하였다.

“고수 많이 주세요!”


그러고 보니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찾았던 음식이 고수를 곁들여 먹는 음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매운탕에 미나리 빠지면 서운 하듯, 쌀국수에 고수 빠지면 많이 서운하지<사진- 개인소장용>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았지만 이유는 모르겠다.


고야가 찾은 식당은 베트남 쌀국숫집인데, 태국식 쌀국수를 좋아하는 그녀에겐 약간 아쉬운 맛이었지만, 그래도 베트남식 이건 태국식 이건 고수 하나가 통일시켜 주는 맛이 기가 차다.

46세에 백수라니.
나에겐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는데 이젠 직장도 없다. 내가 내 나이를 잊고 있었나 보다.
나이를 생각했더라면 쥐꼬리만 한 월급이라도 받고 일하는 것에 감사하며 지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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