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이키 Jul 25. 2024

4. 클라시카 피자

나누리.


우리 우리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사랑하는 내 친구 잘 가거라 또 보자.


졸업 가운을 입은 6살 친구들이 졸업식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저 안에 누리의 딸 예라가 있다.


누리는 신생아 시절부터 예라와 함께 했던 희로애락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갔다.

"하예라"


원장 선생님의 졸업장 수여식이 진행되었고, 이름이 불려진 아이가 당당하게 나가 졸업장을 받는다. 그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는 누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을 하예가 발견하고는 환하게 웃으며 누리에게 손을 흔들어 보인다.


졸업식이 끝나고 친구들과 담임선생님과 사진을 찍은 후 주변을 둘러보니 엄마 혼자 온 가정은  예라 밖에 없다.


엄마, 아빠는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온 가정이 많고, 꽃다발을 두, 세 개 들고 사진을 찍는 아이들이 다.


그 모습들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예라를 발견하고는 누리는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한다.

"예라야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예라 뭐 먹고 싶어?"


아이에게 아무렇지 않은 듯 밝게 웃으며 말을 걸어 본다.

"피자아! 페퍼로니 피자"


예라는 큰 소리로 말한다.


누리는 짜기만 한 페페로니 피자를 좋아하는 예라에게 오늘 세상엔 페페로니 피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맛으로 알려 줘야겠다고 다짐하고는,

"페페로니 피자 보다 더 맛있는 피자 먹으러 가자아!"






졸업식 시즌이라 그런지 피자집에는 예라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꽤 있었다.


누리와 예라는 직원이 안내 해준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보다가 누리가 메뉴판의 [인기]라고 적혀있는 피자와, 샐러드를 주문하였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예라는 3년간 유치원의 생활들이 벌써 그리운 듯 재잘재잘 지난날들을 누리에게 들려준다.

예라는 참 말이 많은 아이다. 질문도 많아 아이를 봐주는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기 일쑤다.

"엄마 나 이제 초등학생인데 책상이랑 2층 침대 언제 만들어주는 거야?"


누리는 입학식 하기 전에 만들어 준다고는 하였으나, 당장 이번달에 친정 엄마에게 드려야 하는 생활비에, 아이의 책상과 침대의 설치 비용까지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다.


실업급여도 이번달이 마지막이고, 매달 전남편에게 받아야 하는 양육비도 100프로 들어 오리란 보장도 없다.

[돈 없어서 못 준다]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면 어쩔 도리가 없다.


누리가 이번달 예상 수입과 지출을 고민하는 사이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고, 테이블 위에 올려진 음식들의 비주얼에 누리와 예라는 "우와!" 하며 감탄사를 내던졌다.

"예라야, 너무 맛있지?!"
"응 이거 맛있네에!"
클라시카 피자 - 정말 챔피언 다운 맛이다./ 주저하지 말고, 고민 하지 말고 선택 하시길.<사진-개인소장용>

예라가 정말 맛있게 먹는 모습에 누리는 뿌듯해 하며 피자를 먹는다. 더 뿌듯한 것은 평소에 가지를 안 먹는 예라인데 지금 맛있게 먹고 있는 피자 속에는 가지가 두툼하게 들어가 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아주 잘 먹고 있다는 것이다.

이혼을 해봐야 아는 것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양육비문제는 5공 시절 민주화 운동의 투사처럼 싸워야 한다. 아이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 체면이고 나발이고 다 벗어던지고 싸워야 한다.
이전 03화 3. 고수 많이 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