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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키 Jul 26. 2024

5. 우대갈비

그녀들의 이야기.


아침 6시 30분 알람이 울린다.


깜짝 놀라며 몸을 일으킨 아로는 바로 알람을 끄고, 다시 침대에 대자로 눕는다.
아무 생각 없이 눈을 감고, 몇 분을 그 자세로 있다가 엎드려 요가의 코브라 자세를 취하려다 오늘은 출근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을 깨닫고는 다시 대자로 누워 버렸다.


12년 차 사립 유치원 교사로 근무 중인 아로는 며칠 안 되는 유치원 봄방학을 이용하여 오늘 무료 건강검진을 예약해 둔 상태이다.


커피가 간절히 마시고 싶지만, 건강검진 전까지 공복이어야 한다. 가급적 물도 마시지 말고 검진을 받으러 오라고 하니 지금 아로가 할 수 있는 것은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 만을 바라고 있는 것뿐이다.


오전에 건강검진을 하고, 점심에는 고야와 함께 고기를 먹기로 했다.


점심에 고기 먹을 생각을 하니 지금의 공복상태가 괴롭지만은 않다.

‘배가 고플 대로 고플 때 먹는 고기는 얼마나 맛있을까?’






건강검진은 12시 전에 끝이 났고, 고야가 먼저 가서 대기하고 있는 고깃집으로 향했다.


아로는 그곳으로 가면서 12에 오픈인 고깃집을 한 시간 전에 가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에 조금 오버한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고야가 대기해 준 덕분에 검진 끝나고 바로 고기를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깃집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 고야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 아로는,

“아직 이 집 오픈 안 했어?!”
“진작에 문 열었지. 근데 오전 10부터 와서 대기자 명단에 이름 적어놓은 사람들 먼저 입장하고 있어. 우리 앞에 13팀이 있어”.
“12시에 오픈이라며?! 오늘 평일인데도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나 어제저녁부터 공복이야! 나 너무 배 고픈데, 이 동네에 다른 고깃집은 없나?”

아로는 끓어오르는 짜증을 억누르며 고야에게 다른 곳으로 가자고 권하였다.

“응 없어. 나는 1시간 반을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그동안 기다린 시간이 있어서 다른데 못 가겠어”
“오늘은 내가 쏘는 거니까, 내가 먹고 싶은 걸로 가자”
“네가 고기 먹고 싶다고 했잖아. 좀만 더 참아봐. 이 집 진짜 맛있다고 난리 난 집이야”.

고야의 결심을 꺾지 못한 자신을 한탄하며 아로는 양손으로 배를 움켜 잡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런 아로를 보고 고야는 위로의 말을 던진다.

“조금만 참아. 2시 전에는 먹을 수 있을 거야”.
사람들이 줄 서는 이유를 믿고 그 줄에 동참하시라 <사진 -개인소장용>

그렇게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한 시간을 더 기다리던 중, 고깃집으로 입장하라는 이름이 호명되자 고야와 아로는 마치 굶주린 난민촌에서 해방된 듯 [네!]하고 한쪽 손을 들고뛰어 들어갔다.


그녀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우대갈비 3인분을 주문하였고, 직원이 고기를 구워줄 때까지 정신줄을 잘 붙잡고 있다가, 직원이 떠나고 고기 한 점씩 입안에 넣고 씹자마자 그녀들은 동시에 동그래진 눈을 서로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이성을 잃고 아무 대화 없이 게눈 감추듯 3인분을 먹어치웠다.

반드시 먹어야 하는 맛.

배가 살짝 불러오니 그제야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아로는 고야의 재취업을 축하해 주며, 우대갈비 2인분을 더 추가하여 먹었다.

"그동안 고생 했다"


아로는 고야가 지난 4일 동안 출퇴근을 연기하며 밖에서 혼자 방황하던 시간들을 위로해 주었다.


고야는 4일 동안 출퇴근 연기를 하느라 많이 피곤했다, 정말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갈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이번에 다시 느꼈다, 시립도서관 열람실에도 대형 카페에도 자기와 같은 처지로 나와있는 어른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저들도 빨리 취업에 성공을 하던가 창업을 하던가 뭐든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등등의 4일간의 백수 생활에서 체험하고 느낀 것들을 쉼 없이 말하였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 때문인지, 자신들의 자존심 때문인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나 일 그만뒀어"

라고 말을 하지 못하고 오늘도 9시간을 밖에서 방황하고 있을 어른들에게 조금만 더 버티면 어떻게든 된다고 힘내라고 응원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고야의 모습에서 아로는 진심을 느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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