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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무디 Mar 21. 2024

엄마의 무게

지쳐도 포기할 수 없는 엄마의 무게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주기적으로 지칠 때가 온다,

엄마라고해서 늘 아이만 보면 힘이 불끗불끗 솟지는 않는다.

늘 반복되는 일상에 더 쉽게 권태가 찾아오고

이렇다할 성과도 없는게 집안일, 육아인지라

사회생활을 하던 사람이라면 더 자주 힘이 빠지고

피로감이 쌓일 수밖에 없다.

다만 엄마로서 아이를 보며 다시금 힘을 내는 것 뿐.


벌써 9개월에 진입한 우리 딸,

그동안 종종 밥태기가 온 적은 있었다만

금방 끝나고 오히려 점점 더 먹는 양이 늘어왔다.

밥 먹이는데 10분 컷.

먹이면서도 우리딸은 밥 안먹는 걱정 없어서

너무 다행이다 싶게 감사하게 생각했었다.

분유를 너무 안먹었던 아기라

이유식을 잘 먹어주는게 신기하면서도

직접 만들어먹이는 내게 큰 힘이 되주었다.


근데 지금은 내 앞에 전혀 다른 아기가 앉아있다.

9개월 진입하고 슬슬 후기 이유식을 시작하려

입자를 올려보던게 시작이었다.

중기에서 후기로 넘어갈 때 느끼는 입자 크기가

초기에서 중기 넘어갈 때와는 다르게

더 자극이 있을거라는 생각은 들었다.


조급하지 않게 해야지,

천천히 기다려줘야지 생각하며

다시 입자를 낮춰보았더니

하루이틀 잘 먹고난 뒤 다시 밥태기가 오기를 반복했다.


그 뒤론 일주일이 넘도록 잘 먹은적이 없다.

갖은 방법을 다 써보고,

매 끼 다른걸 해서 먹여도 보고

숟가락을 쥐어도보고.


아직까진 모두 효과적인 방법이 없었다.


이게 얼마나 사람을 지치게하는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밑 빠진 독에 물붓는 기분도 들고

화낼 일이 아닌데 화가 나는 내 자신을

애써 꾹꾹 달래며 찾아오는 우울감도 꽤 크다.


더욱 아기 이유식에 집착이 생겨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이유식에만 몰두하고 있자니

시어머니, 남편 눈치도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도 나 아니면 우리 아이 밥을 챙겨줄 사람은

없으니 아무렇지 않은 척 열심히 이유식을 만들고 먹인다.


그러다 예민해지는 남편과 나는 좋은 말이 나오질 않는다,

오히려 서운한 감정만 쌓여간다.

육아스트레스의 전형적인 사례아니던가.

우리는 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라

남들이 겪는 모든 어려움과 즐거움 모두

겪을 수밖에 없다.


감정이 상한 남편이 인사도 없이 쌩하니 출근해버리고

집 안은 말이 없었다.

좀 전에 ‘남편 좀 챙겨줘~’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 나는 어머님 눈치를 보며 밥을 먹는다.

누구는 밥이라도 잘 챙겨먹으니 감사하고 다행아니냐 하겠지만은

부부싸움도 화해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밥은 내 위장에 오히려 독이 될 때가 많다.


정말 내편이 하나도 없는 느낌.

이럴 땐 친정 생각이 마구 들지만

아기 데리고 가서 있다 올 상황도 안되니

일찍이 마음을 다잡는다.


대충 반찬 주워먹을 여유 없이

꾸역꾸역 밥을 입에 집어넣고

졸린 아기를 잠시 못본 체 하고서

부랴부랴 설거지를 한다.


나는 늘 내가 제일 늦게 먹는데

오늘 설거지통엔 이미 다 씻겨져 있고서

내 것만 덩그러니 남겨져있다.

눈칫것 안할 수 없다.

눈치 주는 어머님은 아니시지만

늘 깔고있던 철판이 얇아지는 때에는

괜히 이것 저것 흉보이고 욕먹을 행동들을하는 건 아닌지

신경쓰게된다.


아기 재우고 나올 힘이 없을 것 같아

미리 아기 설거지까지 다 끝내버리고

도망치듯 방에 들어왔다.

오늘따라 눈물이 복받쳐

혼자 있을 공간이 필요했지만 또 꾹꾹 눌렀더니

우울감과 무기력함이 찾아왔다.


이 얼마나 무서운 감정들인지.

나는 이럴 때 그 감정에 푹 빠진다.

한껏 우울해하고 한껏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생각 하지 않는다.


오늘은 그게 회복되는데까지 6시간이 걸렸다.

소중하고 아까운 시간이지만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한 것에 감사할 줄 알고

소중한 걸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알고

내가 지켜야하는 걸 지킬 줄 알기위해,

나는 무너지면 안된다.


다 포기하고 싶었다가도

그 마음을 씻어내기위해 부단히 애쓴다.

나 빼고 세상이 굴러가는 것 같을 때

아기의 세상이 나라는 걸 잊지 않는다.


내 세상이 멈추면 우리 아기도 멈춘다는 것을.


이렇게 강해지기로 한 번 더 다짐한다.


방 문이 닫히면 창문이 열린다는 말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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