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선에서 절대로 장사하지 마라
그래도 표선에서 장사가 하고 싶은 당신께 드리는 나의 실패담
표선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에 작은 식당을 7년간 운영하며, 나는 삶의 냉혹한 현실을 직면하게 되었다. 안분지족을 꿈꾸던 식당 운영의 여정은 아쉬움과 회한을 남기며 저물었지만, 그 과정에서 값진 교훈도 얻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 그리고 "나는 상권을 이길 만큼 장사의 신은 아니었다"라는 현실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인구 1만 3천여 명의 작은 마을 표선면의 경제 규모를 분석해 보면, 지역 상권의 한계가 명확하다. 설령 주민들이 대한민국 가구당 평균 소비액의 70%를 이곳에서 소비한다 해도, 그 금액은 고작 250억 원 남짓에 불과하다. 더욱이 온라인 쇼핑과 타 지역 소비를 고려하면, 실제 표선 상권에서 순환되는 자금은 더욱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선의 현실은 어떠한가? 무려 530여 개의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들이 좁은 상권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마치 작은 어장에 너무 많은 고깃배가 몰려든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월 2천만 원에서 3천만 원의 매출이 안정적 운영의 최소 조건임을 감안할 때, 1천만 원도 벌지 못하는 가게들이 수두룩한 현실은 상권의 과포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7년 전의 나 역시 그랬고, 지금 표선에서 장사를 시작하려는 이들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표선 주민들의 소비 패턴'이다. 표선 주민들은 새로 생긴 식당이나 카페 위주로 옮겨 다니며 외식한다. 대도시에서는 일부가 그런 행태를 해도 충성스러운 다른 고객들과 익숙한 업장을 가끔 들르는 고객들의 수가 어느 정도 존재하기에 기존 매장들이 큰 피해를 받지 않지만, 표선에서는 한두 달에서 세네 달간 매출에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 신규 업체가 운 나쁘게 매달 연이어 개업하면 적자가 몇 달 이상 이어질 수도 있다. 즉, 신규 업체 진입 시 기존 업체의 매출 피해가 도시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 한정된 고객을 두고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장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직면하는 가장 중요한 선택은 로컬 주민을 위한 식당을 할 것인가, 아니면 관광객을 위한 식당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선택은 단순해 보이지만, 각각의 길에도 독특한 특성과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로컬 주민을 위한 식당을 선택한다면, 앞서 언급한 '새로운 식당으로 옮겨가는' 표선 주민들의 소비 패턴으로 인해 신규 경쟁업체 진입 시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반면, 관광객을 위한 식당을 운영한다면 성수기와 비수기의 극심한 매출 변동을 감당해야 한다. 성수기에는 흑자를 내더라도 비수기의 적자를 메우지 못해, 결산 시 1년 치 임대료만큼의 적자를 보는 경우도 흔하다.
그렇다면 과연 표선에서 5년 이상 살아남은 업체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이들의 성공 비결을 살펴보면 우리는 어떤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당케올레국수는 '표선괸당'이라는 인맥을 활용해 보말대량구매로 대표메뉴인 보말칼국수를 1년 내내 안정적으로 판매했다. 제주촌집은 '시골이미지에 걸맞은 정겨운 이름과 운영 초반 '전 메뉴 1만 원'이라는 전략으로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를 유치했다. 정희네칼국수는 부부가 알뜰히 운영하며 점심에는 국수메뉴와 반계탕, 저녁에는 삼겹살과 고기로 시간대별 메뉴 전략을 잘 활용했다. 우동가게는 가족이 돈가스 패티와 부자재 공장을 직접 운영하여 원가를 절감했고, 첨밀밀양꼬치는 리사무소 건물의 저렴한 임대료와 높은 술 매출 비중으로 수익률을 높였다. 난타 5000 피자는 사장님과 처형 둘이서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피자를 만들고 직접 배달까지 하는 노력으로 저렴하면서도 치즈 듬뿍 넣은 품질 좋은 피자를 제공했다. 장흥식당은 점심 적짭뼈국과 저녁 고기 매출의 균형을 잘 맞춰 꾸준한 수익을 올렸고, 표선얼큰이와 피자디노는 표선닭발 부동의 1위와 피자라는 이색 조합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이들 업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째, 대부분 가족 경영을 통해 인건비를 최소화했다. 둘째, 로컬 주민과 관광객 모두를 타깃으로 하는 유연한 전략을 채택했다. 셋째,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으로 가성비를 높였다. 넷째, 점심과 저녁 메뉴를 차별화하거나, 주류 판매를 병행하는 등 다각화 전략을 구사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표선에서의 성공적인 식당 운영이 지역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에서 비롯됨을 보여준다. 이는 내가 처음 식당을 시작할 때 간과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표선은 노인과 장년층이 젊은이보다 많은 지역인데, 요즘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존폐까지 걱정했던 표선고가 IB(국제바칼로레아) 프로그램 도입을 통해 최고의 성과를 내면서 초중고 부모들이 표선으로 다수 이주하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표선지역의 장사 패턴들이 변화하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의 업체들이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전통의 강자인 치킨집들은 물론, 매일 아침 아이들 등교 시 아침식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김밥집,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성비 피자집, 그리고 실패 없는 선택이라 여겨지는 돈까스 식당들이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젊은 엄마들이 좋아할 만한 샌드위치, 샐러드, 스콘, 휘낭시에, 파스타 등의 메뉴를 취급하는 식당이나 카페도 떠오르는 업종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런 표선에서 어떻게 해야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 사업에 실패한 나이지만 감히 조언을 하자면,
첫째, 섣불리 뛰어들지 말고 신중하게 사업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 표선의 인구는 대부분 노인들과 50대 이상의 주민들로 구성되어 있고, 젊은 세대의 비율이 매우 낮다. 따라서 대도시에서 성공하는 트렌디한 사업 모델이 표선에서는 반드시 통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이에 따라, 표선에서 장사를 시작하려는 이들은 현지 주민들의 취향과 선호도를 고려하여 사업을 계획해야 한다.
둘째, 만약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임대료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내가 생각한 바로는 일반 음식점 혹은 휴게 음식점을 할 수 있는 건물을 물색하고 구입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요즘 표선은 4억에서 6억 사이면 그런 집 혹은 건물을 구입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연세의 부담에서 벗어나야만, 위기의 시기에 버틸 수 있다. 건물을 살 정도의 여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연세가 1,500만 원 이상인 곳에 들어가지 말고, 꼭 연세 600에서 700만 원, 최대 800만 원을 넘지 않는 곳을 찾아봐야 한다. 그리고 되도록 표선 시내 근처와 최대한 가까워야 한다. 자신 명의의 건물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도 괜찮지만, 임대로 장사할 사람은 꼭 '시내와 가깝게'를 명심해야 한다.
셋째, 다양한 메뉴와 서비스로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식당이 들어서면 기존 식당의 매출이 급감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고객을 유지하고 새로운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표선주민들이 여름에 즐겨 찾는 콩국수처럼 계절별로 변화를 주는 메뉴나 특별 이벤트, 정기적인 할인 행사 등을 통해 고객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어야 한다.
넷째,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표선은 작은 마을이므로, 주민들과의 유대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지역 행사나 지역모임 동호회에 참여하거나,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를 개발하는 등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면, 주민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
다섯째,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식당의 소식을 알리고, 리뷰 사이트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배달 서비스나 테이크아웃 옵션을 제공하여 고객의 편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음식점의 총량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음식점의 과포화를 방지하고, 상권의 안정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음식점도 택시처럼 면허제를 도입하여,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이들에게만 영업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이다. 물론 이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 정책과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표선에서 식당 운영을 통해 배운 교훈은, 단순한 열정이나 노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역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수립하며, 지속적으로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표선에서의 성공적인 식당 운영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지역사회와의 유대, 다양한 메뉴와 서비스, 그리고 온라인 마케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표선에서 식당을 운영하려는 이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