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거울 앞에 선 나를 보고 멍하니 생각했다.
“언제 이렇게 늙었지?”
피부도, 어깨도, 생각도 늘어진 채 살아가던 나.
둘째가 아홉 살이 되었고, 첫째는 어느덧 사춘기의 문턱에 서 있다.
애 키우다 보면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말이 진심이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정작 나는 그 시간 동안 어떤 사람이 되어왔을까?
한때는 내가 참 재밌는 사람이었다.
새벽 감성에 글을 쓰고, 작은 여행을 혼자 계획하며,
좋아하는 책에 밑줄 긋는 걸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내가 이제는
내 출근하기도 바쁜시간을 쪼개서
학원 시간표 맞추고, 급식 확인하고, 간식거리 채워 넣는 데 하루를 쓴다.
나는 점점 흐려졌고, 아이들의 ‘엄마’로만 남아갔다.
그래서 문득 겁이 났다.
아이들이 커서 독립하면, 그다음 나는 누구일까?
그러던 어느 날,
첫째 아이가 학교 독후감 숙제를 하며 물었다.
“엄마는 요즘 무슨 책 읽어?”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날 밤, 서랍 깊숙이 묵혀뒀던 노트북을 꺼냈다.
조금은 서툴고, 생각보다 지친 나지만
조심스레 다시 글을 써보기로 했다.
또각또각 키보드를 누른다.
마음에 들지 않고 어색한걸 이기지 못해
썼다 지웠다만 수없이 반복한다.
이제 다시 ‘나’를 꺼내보기로.
엄마로 사는 삶은
정답도 없고, 정산도 없다.
그저 매일 반복되는 돌봄의 시간 속에서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스스로 묻고 또 묻게 된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내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나의 조각들이
아이들의 질문 한마디에서,
잠들기 전 나누는 짧은 대화 속에서
다시 천천히 살아나고 있다는 걸.
나는 여전히 아이를 키우는 중이고,
그 안에서 나도 다시 자라는 중이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엄마이자 나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조금은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도 다시 ‘나로서’ 서 있는 하루가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