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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평의 기적

해바라기와 수박, 그리고 두 남자

by 뚜기

1평 남짓한 작은 화단.

그곳엔 두 남자가 있다.

한 남자는 강 대장, 해바라기를 심었다.

또 다른 남자는 S 군, 수박 씨앗 하나를 심었다.


강 대장의 해바라기는 벌써 키가 세 뼘이나 자랐다.

세 그루가 나란히 서서 햇살을 받으며 쑥쑥 자란다.

그 옆엔 S 군의 수박이 있다.

씨앗 하나가 발아해, 뽀송한 하얀 털을 두른 채

초록 잎을 내밀며 한 뼘 키로 인사를 건넨다.


화단 중간에는 백일홍, 채송화, 딸기, 깻잎, 대파, 가지까지 작은 정원은 생명으로 가득하다.


두 남자는 며칠째 땡볕 아래서 물을 주느라 바쁘다.

나는 뭐라 한다. 더욱더 뜨거워 타 죽는다.

물은 해뜨기 전, 후로 주는 거다. 그래야. 옴싹 흡수한다고.


출근길에도, 퇴근길에도,

화단 앞에 서서 물을 주고, 쓰다듬고, 속삭인다.

오늘은 비가 와서 잠시 수고를 덜었다.

비가 갠 뒤, 두 남자는 초등학생처럼 들뜬 얼굴로 사진을 찍는다.

하루하루 자라는 모습이 신기해서,

그들은 관찰하고 또 관찰한다.


나는 그들을 몰래 지켜본다.

그들의 해바라기와 수박을 도촬 하며,

덩달아 즐겁다.

그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들의 눈빛은 사랑스럽고,

그들의 말은 솜털처럼 부드럽고 다정하다.


식물이 자라는 모습은 마치 아기가 자라는 것 같다.

모든 생명은 신의 선물이다.

해바라기가 노란 꽃을 피우면

벌도 나비도 친구처럼 찾아오겠지.

수박도 꽃을 피우고, 줄무늬 열매를 맺고,

조금씩 커져 초록빛 둥근 공처럼 자라겠지.

잠자리도 날아오겠지.

나도 그러기를 꿈꾼다.

두 남자는 어떨까.

그들의 얼굴엔 함박꽃이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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