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금저축펀드, ISA, IRP를 활용하는 방법
나는 자산배분 투자를 지향한다. 원래는 미국주식으로 동적자산배분을 하다가 최근 달러 가격이 너무 올라가는 것을 보고 환손실 리스크가 걱정되어 결국 전체 자금을 국내주식을 통한 정적자산배분 전략으로 전환했다. 만약 내가 노동소득을 달러로 받고, 달러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계속 미국주식을 하고 싶었지만, 높은 확률로 미래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원화를 벌고 원화로 생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달러에서 원화로 환전할 때의 달러 가치가 낮다면 그만큼 확정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그리고 환율은 주식, 채권 같은 자산의 지수보다 불확실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달러 가치가 내려갈 때까지 환전 타이밍을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했고, 자산배분의 장점 중 하나인, 마켓타이밍을 신경 쓰지 않고 아무 때나 추가 매수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퇴색되기 시작했다.
국내주식을 통해 자산배분을 할 때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다양한 절세 계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왜냐면 국내주식(개별주는 하지 않기 때문에 ETF 기준) 투자를 일반계좌로 하면 손익통산도 되지 않고, 15.4% 의 배당소득세가 원천징수되며, 이건 전체 수익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특히 자산배분투자를 한다면 더욱 뼈아프다. 왜냐면 애초에 자산배분은 상관성이 낮은 자산군들에 분산 투자를 하기 때문에 어떤 자산이 오를 때, 어떤 자산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손익통산이 되지 않은 채로 과세가 되면 오른 금액에 대해 그대로 세금을 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 상장된 ETF로 투자를 한다면 절세 계좌 3 총사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절세 계좌 3 총사라고 불리는 연금저축펀드(이후 연저펀), ISA, IRP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내가 느끼기에 좋은 정도는 연저펀 >>>>> ISA > IRP 인것같다. 물론 이는 개인의 투자방식, 자금규모, 수익률, 앞으로의 자금계획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연저펀은 정말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엄청난 계좌라고 할 수 있다. 연저펀에 과세이연, 저율과세, 세액공제라는 3가지 세제혜택이 있다는 건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세액공제는 사실 초반에나 의미가 있지 시드가 커지면 큰 의미는 없다. 사실상 사적연금 운용을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초기 유인책 정도로 볼 수 있다. 이 중 정말 강력한 것은 과세이연이다. 과세이연 혜택 때문에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서 연금소득세 3.3~5.5% 를 내기 전까지는 사실상 모든 운용수익이 비과세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운용수익 분을 중도인출 하여 기타 소득세를 내게 되더라도 지금까지의 손익이 통산되는 효과가 있다. 이는 장기투자 시 특히나 수익률에 큰 차이를 줄 수 있는 혜택이다. 왜냐면 ISA 에도 손익통산 혜택이 있지만 이는 겨우 3년 주기다(3년마다 해지한다고 가정). 만약 3년 동안은 상승장이다가 다음 3년 동안은 하락장이라면? 각 3년 내에서는 손익통산이 되지만, 이를 넘어서는 손익통산이 되지 않는다.
ISA는 운용수익에 대한 세율도 9.9% 로, 3.3~5.5% 의 연금소득세를 부과하는 연저펀보다 높다. 심지어 세금을 만기 해지 시 내야하기 때문에 연저펀보다 더 빨리 내야한다. 물론 비과세 200만 원이 있긴 하지만 최소 3년 주기로 200만 원 * 9.9% = 약 20만 원이라 연 7만 원가량 밖에 되지 않는다. 연저펀에 비해 이 보다 더 부족한 부분은, 1억 이상으로는 추가 납입이 안되기 때문에 추가 납입 없이 계속 굴리거나, 해지하고 다시 연 2천만 원씩 넣고 굴려야 한다는 점이다. 즉, ISA의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아주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ISA에서 연저펀으로 이전하는 게 웬만해선 이득이다. 왜냐면 연저펀으로 이전하지 않으면 6천만 원가량의 금액(3년마다 해지한다고 가정)이 일반계좌에서 손익통산도 없이 15.4% 의 높은 세율을 내야 하는데 그럴 바에 연저펀으로 옮기고, 필요할 때 그 금액만큼 중도인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연저펀의 장점을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추후 시드가 아주 커졌을 때 연간 금융 소득이 2천만 원이 넘어가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되어 종합소득세를 내야 하므로 굉장히 뼈아플 텐데, 연금계좌의 경우 수익이 합산이 되지 않아 이를 피해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의문이 들 수 있다. 연저펀이 아무리 좋아봐야 연금계좌이기 때문에 중도인출 시 페널티가 있지 않은가(연금이라는 제도의 특성상 당연히 중도인출을 쉽게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장치가 있고, 이는 보통 과세다). 게다가 대부분의 경우 30대에는 결혼과 주택 매수를 위해 지금까지 모은 대부분의 자금을 끌어다 사용해야 한다. 이때 세금 폭탄을 맞지 않을까? 결론은, 그 페널티는 매우 적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자.
(참고로, 천재지변 등 일부 부득이한 사유로 기타소득세가 아닌 저율의 연금소득세가 부과되는 경우는 특수한 케이스이므로 배제한다)
연저펀에 들어있는 금액을 쪼개보면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액
*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추가 납입액
* 운용수익
만약 내가 연저펀에 600만 원을 납입하여 세액공제를 받았고(13.2% 인 79.2만 원), 추가로 1200만 원을 납입했다. 그리고 10% 의 수익이 나서 1980만 원이 되었다. 이 금액을 쪼개보면 아래와 같다.
*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액: 600만 원
*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납입액: 1200만 원
* 운용수익: 180만 원
중도인출 시 이 각각에 대해 내야 하는 세금이 다르다. 먼저,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납입액 1200만 원은 중도인출하더라도 아무런 페널티가 없다(그리고 연금으로 수령하더라도 당연히 우선적으로 비과세로 인출이 된다). 그리고 나머지는 기타 소득세 16.5%를 부과하지만, 운용수익은 어차피 일반계좌에서 굴려서 발생했더라도 배당소득세 15.4% 를 내야 했을 돈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질 확정손실은 -1.1% 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일반계좌에서는 매도 시점에 원천징수를 해가지만, 연저펀은 중도인출 시점까지 과세이연이 되는 셈이기 때문에 사실상의 페널티는 -1.1% 도 아니다. 그리고 세액공제를 받은 납입액은 연봉이 5500만 원 이하라면 기타 소득세와 동일한 16.5% 만큼 세액공제를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손해가 아니며, 5500만 원 초과인 경우 13.2% 의 세액공제를 받았기 때문에 -3.3% 의 확정손실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과세이연이 되기에 실제로는 그보다 덜 할 수 있지만 -1.1% 보다는 뼈 아플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연 600만 원 * 3.3% = 약 20만 원 밖에 되지 않는 데다가, 정 아까우면 이 금액은 안 빼면 그만이다. 게다가 세액공제는 매년 연말정산 때 받기 때문에 그전까지 당해 납입한 600만 원은 언제든지 비과세로 중도인출이 가능하다. 그리고 ISA를 의무가입 기간인 3년마다 해지하여 연저펀으로 이전하는 경우(매년 2천을 넣었다면 높은 확률로 6천 이상), 이 중 300만 원은 연저펀에 600만 원 납입할 때와 동일한 비율로 세액공제를 받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금액에 대해서는 세액공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지 비과세로 중도인출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연저펀으로 전액 이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3년마다 연저펀에 추가 납입하여 빼지 못하는 돈이 300만 원 추가된다고 생각하면 말이다(물론 -3.3%, 즉 약 10만 원 확정손실을 감수한다면 뺄 수도 있다). 참고로 중도인출할 때는 비과세를 받지 않은 추가 납입액까지는 우선적으로 비과세가 되고, 이후 금액부터 인출 시 기타 소득세 과세가 된다. 위의 예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먼저 1200만 원 까지는 비과세로 인출이 되고, 남은 780만 원을 인출하는 경우 인출하는 금액은 16.5% 의 기타 소득세가 원천징수된다.
결론은, 이렇게 미미한 페널티로 언제든지 원하는 금액을 부분 인출할 수 있고, 지금까지 납입한 누적금액 전부에 대해 비과세(출금 전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이점이기 때문에 최대한 넣을 수 있는 만큼 연저펀에 우선적으로 꽉꽉 채우는 게 좋다고 볼 수 있다.
IRP의 경우 세제혜택은 연저펀과 거의 동일하나 몇 가지 큰 단점이 있다. 우선 일부 인출이 안되기 때문에 인출을 하려면 아예 해지를 해서 전액을 인출해야 된다. 그 안에 퇴직금도 있었다면 이에 대해서는 퇴직소득세를 내야한다(물론 2023년부터 퇴직소득세가 대폭 하락하긴 했다). 다음으로는 투자에 제약이 있다. 안전자산 비율 30%, 선물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제약이 있다. 그래서 나는 연간 300만 원 * 13.2% 의 세액공제를 포기하고, IRP에는 직접 납입은 하지 않고 이직할 때마다 입금되는 퇴직금으로만 자산배분으로 굴릴 예정이다(없는 셈 치고 인출하지 않다가 6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할 예정).
아무튼 그래서 나는 앞으로 매년 연저펀에 1800, ISA에 2천, 나머지는 일반계좌에 저축하여 각각 동일한 자산배분전략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ISA는 3년마다 해지하여 연저펀에 이전 후 재가입하는 것을 반복할 예정이다. 물론 직전 3년 중에 한 번이라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되는 경우 ISA 계좌 개설이 불가능하다. 해외주식 수익의 경우 양도소득세가 22% 이긴 하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포함되지 않고 손익통산이 되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될 위험이 생길 정도로 일반 주식계좌에 있는 자금이 커진다면 미국주식으로 자산배분을 하던 할 수 있을것 같다. ISA 의 저율과세와 손익통산 혜택보다도 연저펀으로 연금전환할 수 있는 추가 한도가 사라지는게 크리티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ISA 는 반드시 필요하다.
시드가 커져 일반계좌에 어느 정도 금액이 쌓인다면 연간 연저펀과 ISA의 최대 납입한도인 3800만 원이 이미 준비되어 있을 것이므로, 연초에 일반계좌에서 이체하여 한 번에 납입하면서 연저펀, IRP, ISA, 일반계좌를 모두 리밸런싱 하고(연 1회), 매달 월급에서 발생하는 투자자금은 일반계좌로 넣으면서 매달 리밸런싱할 생각이다(3년에 한 번은 연저펀 리밸런싱하기 전에 ISA 해지하고 연저펀으로 이전 및 ISA 신규 개설)(추가로 이직 시 퇴직금이 IRP로 들어올 때도 추매 하면서 리밸런싱). 이렇게 하면 동일한 포트폴리오로 4개의 계좌에서 투자하더라도 매달 4개의 계좌를 모두 리밸런싱 할 필요가 없이 1개의 계좌만 해주면 된다. 자주 리밸런싱해 줄 필요가 없는 정적자산배분 전략을 사용하는 것의 장점이다. 물론 절세 계좌 3 총사에 대한 정책이 변경된다면 그에 맞춰 전략을 조정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일찍 은퇴를 하기 위해서는 은퇴 이후의 캐시 플로우를 세팅해 놓는 건 필수다. 55세 이후의 캐시 플로우의 상당 부분은 내 연금계좌(연저펀, IRP)에서 연금 수령을 통해 만들어낼 계획이다. 65세부터는 국민연금이 추가되고(일찍 은퇴할수록 금액은 줄어들겠지만), 이후 주택연금도 추가로 고려할 수 있다.
주택의 경우 실거주용 1 주택 매매는 생각이 있다. 물론 환금성이 높고 투자수요 거품이 많이 껴 전세가율이 낮은 비싼 아파트는 최대한 피하고 싶다. 어차피 실거주 1 주택이라면 수익 실현을 할 수 없고, 나중에 나이 들어서 주택연금 받을 때나 의미가 있다(이마저도 공시가격 한도가 있다). 게다가 너무 많은 비중의 자산이 부동산이라는 하나의 자산군에 묶여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리스크도 높고, 빠른 은퇴의 관점에서 합리적이지 않다. 그러므로 만약 주택을 매수한다면, 가능하면 부동산 하락기에 최소한의 금액으로 매수하고, 그전까지는 전월세로 살 것같다. 이것은 내가 현재 주 3일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직업 특성상 재택, 혹은 원격 근무가 가능한 직장의 선택지가 많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보통 대부분의 직장이 서울이나 이에 인접한 경기도에 있고, 이곳에 접근성이 높은 집은 보통 비싸기 때문이다. 아무튼 각종 세금까지 모두 고려한 은퇴 이후의 캐시 플로우 설계에 대한 글은 추후 포스팅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