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를 위해 필수로 알아야 할 연금 수령 전략
연금저축펀드(이후 연저펀)와 IRP는 세액공제뿐 아니라 과세이연과 저율과세라는 강력한 세제혜택이 있는 계좌이다. 또한, 건보료와 금융소득종합과세 산정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운용수익이 아주 커지더라도 보험료 및 세금 폭탄을 맞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 글에서 말하는 것들을 모른다면 최악의 경우 사실상 '저율과세' 혜택이 거의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 본 글에서는 어떻게 이를 대비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이전 글인 'ETF 투자를 무조건 연금저축펀드에서 해야 하는 이유'에서, 만약 장기간 ETF 투자를 할 거라면 무조건 연저펀에 가능한 많은 금액을 넣어 굴리는 것이 이득인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금저축계좌에 세액공제 한도(600만 원) 이상으로 납입을 할 예정이거나, ISA 계좌의 3년 의무 보유 기간 이후 해지하여 연금계좌로 이전 시 세액공제 대상 한도(300만 원) 이상 이전할 예정인 사람이라면 연금계좌(연저펀이나 IRP)를 2개 만드는 것이 좋다. 그 이유를 알아보자.
연금계좌의 가장 강력한 장점인 '과세이연' 외에 '저율과세'라는 세제혜택이 있는데, 이는 원래 15.4% 의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 당하는 대신 연금수령 시에 저율의 연금소득세를 낸다는 것이다(55세~70세는 5.5%, 70~80세는 4.4%, 80~ 는 3.3%). 그런데 이건 연금을 연간 1500만 원 이하 씩 수령해야만 가능하다는 제약이 있다(2024년 기준이며, 정부에서는 물가가 상승함에 따라 주기적으로 이 금액을 상향한다). 현재의 화폐가치로 1,500만 원이면 55세 이상인 사람이 1년 동안 생활하는데 충분한 금액일까? 55세 이후가 되면 많은 경우 은퇴를 해서 현금 흐름이 없을 텐데, 나이가 들면 병원비도 더 나갈 수 있고, 혹자는 해외여행을 다니느라 돈이 더 많이 필요할 수도 있다.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다르겠지만 1500만 원은 매우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럼 만약 1500만 원을 초과하여 인출을 하면 어떻게 될까? 당해 연금 수령액 전액에 대해(초과된 금액만이 아님) 종합과세, 또는 분리과세(16.5%) 중에 선택하여 세금을 내야 한다. 즉, 분리과세가 상방을 막아주므로 최대 16.5% 의 세금을 낸다는 것이다. 만약 은퇴를 했다면 근로소득은 없을 것이지만, 65세 이후에는 국민연금을 수령할 것이고 이 또한 종합과세가 된다(연금소득공제 900만 원)(참고로 주택연금은 대출을 받아 사망 후 주택 매도금으로 부채가 상환되는 개념이라 소득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우선 종합소득이 연금뿐이라고 가정하고 계산해 보자면, 종합소득세율 구간에서 1400만 원까지는 6.6%(지방세 포함)이기 때문에 연금소득세 최고 세율 5.5% 와 딱히 큰 차이는 아니다. 만약 연금수령액이 6400만 원이라면 종합과세와 분리과세가 1056만 원으로 같아지고, 그 이후부터는 분리과세가 유리해진다(6400만 * 16.5% = 1400만 * 6.6% + 3600만 * 16.5% + 1400만 * 26.4%). 결국 연저펀에서 6400만 원을 초과하여 인출한다면 중도인출 시 내는 기타 소득세와 동일한 비율의 세금을 내야 하므로 사실상 저율과세 혜택이 아예 없는 셈이다. 연저펀에서 연간 1500만 원을 초과하여 상당 부분의 노후 자금을 뽑아 사용해야 한다면 세제 혜택 측면에서 많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물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는 법. 돈을 1억 벌고 세금 20%(2천만) 낼래, 3천만 원 벌고 6.6%(200만) 낼래?라고 하면 당연히 1억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율과세 혜택이 없다 하더라도 과세이연이라는 강력한 세제혜택 덕분에 일단 돈을 더 많이 벌게 되므로 연저펀에서 자산을 굴리는 것이 이득이지만, 저율과세 혜택까지 최대로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연저펀 계좌를 2개 만드는 것이다(물론 IRP 도 가능하나, 연저펀이 더 좋으므로 연저펀을 기준으로 설명).
2개의 연저펀 계좌를 개설하여 연저펀 1 계좌에는 세액공제를 받는 금액만 납입하고, 연저펀 2 계좌에는 세액공제를 받지 않는 금액을 납입하면 된다. 즉, 연저펀 1에는 연간 600만 원과 3년마다 ISA를 해지하여 연금전환 시 세액공제 한도인 300만 원만 넣으므로 연평균 700만 원의 자금을 넣고 굴리게 된다. 연저펀 2에는 연간 1200만 원과 3년마다 ISA를 해지하여 연금전환 시 3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자금을 넣게 되며, 이는 수익률에 따라 대략 8천만 원 전후(9000이라고 가정)가 될 것이므로(변동성이 낮은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돌린다고 가정), 연평균 대략 4200만 원 정도를 넣게 될 것이다. 즉, 납입금만 본다면 두 계좌의 금액 비율은 1:6이다. 또한, 동일한 포트폴리오로 투자한다면 연평균 수익률이 같으므로 이 비율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물론 중도인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연저펀 1에는 기타 소득세가 부과되는 자금 밖에 없으니 당연히 연저펀 2에서 인출해야 하므로 연저펀 2의 비율이 낮아질 수 있음). 그리고 매년 6천만 원의 생활비가 필요하다면 1500만 원은 연저펀 1 계좌에서 연금으로 수령하고, 나머지 4500만 원은 연저펀 2 계좌에서 중도인출을 하면 된다(비과세). 만약 하나의 계좌에 세액공제받은 금액과 받지 않은 금액을 모두 넣는다면, 세액공제받지 않은 금액부터 모두 인출이 되고 나서 세액공제받지 않은 금액이 인출되기 때문에 두 가지 자금을 동시에 인출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어떤 계좌에, 언제 넣은 금액이 세액공제받은 금액인지는 납입 당시에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연금계좌에 대해 연금 개시를 할 때 지금까지 받은 세액공제 금액의 총합이 있을 텐데 이걸 어느 계좌에 넣은 것으로 할지 한 계좌를 지정해야 한다. 이때 세액공제받은 금액만 납입한 연저펀 1 계좌를 해당 계좌로 지정하면 된다. 그리고 연금개시를 하면 운용은 계속할 수 있지만 추가납입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연저펀 1을 연금 개시한 이후에 추가납입을 하고 싶다면(연금 이외의 소득이 있을 수 있고, 일반계좌에 있는 자금을 넣을 수도 있음) 연저펀 2에 모두 넣거나 연저펀 3 계좌를 만들어 연저펀 2와 연저펀 3 계좌에 세액공제받은 금액과 받지 않은 금액을 나누어 납입할 수 있다. 연저펀 계좌를 여러 개 만드는 건 어렵지 않고, 최소 5년은 지나야 연금개시가 가능하므로 가능한 한 미리 만드는 것이 좋다. 참고로 연금수령한도라는 게 있는데({평가액 / (11 - 수령연차)} x 120% ), 수령연차가 10년이 되면 전액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게 가능하다(물론 연 1500만 원을 초과하여 종소세/분리과세로 내야 하는 건 별개의 이야기고, 가능은 하다는 뜻). 어차피 연금수령액을 연간 1500만 원으로 제한한다면 연저펀 1 계좌에 어느 정도 자금이 있는 한 웬만해선 수령한도에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엔 IRP에서 연금을 수령해야 하는 경우를 보자. 나의 경우 이직할 때마다 IRP에 받은 퇴직금을 굴릴 것이기 때문에 55세 이후에는 적지 않은 금액이 있을 것이다. 연금계좌에는 크게 4가지 금액이 있을 수 있다. 연금 수령 시 인출되는 순서대로, 세액공제받지 않은 납입액, 퇴직소득, 세액공제받은 납입액, 운용수익이다. 이 중 나는 IRP에 직접 납입을 하지 않을 것이므로 퇴직소득과 운용수익만 있을 것이다. 연금수령 시 퇴직소득이 먼저 인출이 되고 운용수익이 나중에 인출이 된다. 운용수익은 연저펀과 마찬가지로 나이에 따라 3.3%~5.5% 에 해당하는 저율의 연금소득세를 내야 한다. 퇴직소득의 경우 연금수령 시 퇴직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30% 를 감면해 준다. 그리고 수령 11년 차가 되면 40% 를 감면해 준다. 그렇기 때문에 55세가 되자마자 연금개시를 해서 1만 원씩 수령을 하다가(생활비는 일반계좌와 연저펀에서 충당) 65세 이후에 40% 감면된 금액으로 연금으로 수령을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물론 연저펀과 합산하여 연금수령한도까지만 수령할 수 있다(퇴직금은 연금소득세를 내기 위한 1500만원 한도에는 합산되지 않음). 그리고 55세에 IRP 연금개시를 하자마자 동일 증권사에 별도 IRP 계좌를 개설하는 것이 좋다. 연금개시 전까지는 동일 증권사에 IRP 계좌를 추가로 개설할 수 없으며, 5년이 지나야 연금개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개설하는 것이다. 추가 납입을 하지 않을 거라고 하더라도 재취업이 되어 퇴직금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만약 65세 이후 사적연금 수령액이 1500만원보다 커져야 한다면, 연저펀에서 세액공제 받은 금액이나 운용수익보다는 IRP 에 남아있는 퇴직금을 빼는게 나을 수 있다(지금까지 받은 퇴직금의 총합과 퇴직소득세의 총합으로 계산된 퇴직소득세율의 60% 가 종합과세/분리과세 16.5% 보다 작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
정리하자면, 우선 연저펀 2개와 IRP 1개를 개설하여 연저펀 1에는 매년 600과 3년마다 ISA 해지할 때마다 300 씩 넣는다(물론 ISA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되는 시점부터는 무의미). 연저펀 2에는 매년 1200과 3년마다 ISA 해지할 때마다 300을 제외한 모든 금액을 넣는다. 55세가 되면 IRP를 연금개시하고 동시에 같은 증권사에 IRP 계좌를 추가 개설한다. 연금개시 11년 차인 65세 전까지는 IRP에서 1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빼서는 안 된다(퇴직소득세 40% 감면을 위해). 일반계좌에 있는 돈을 먼저 사용하고, 연저펀 1의 연금개시는 최대한 뒤로 미룬다. 55세가 된 이후에도 일반계좌에 있는 돈은 매년 최대한 연저펀 2로 옮긴다(연 1800만 원. 물론 이땐 물가에 따라 증액이 되어있을 가능성이 높음). 5년 전에 미리 연저펀 3 계좌를 개설해 놓고 세액공제받은 금액을 연저펀 2와 분리하여 옮겨도 된다. 일반계좌에서 돈을 다 썼다면 연저펀 1을 연금개시하여 연 1500씩 수령한다. 부족한 금액은 연저펀 2에서 부분인출하여 사용한다. 갑자기 목돈이 필요하다면 일반계좌에 있는 돈을 사용하고, 부족하다면 연저펀 2에 있는 돈을 비과세로 인출하여 보탠다. 65세부터는 IRP에서 1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수령해도 되며, 국민연금도 함께 수령하게 된다. 참고로 연 1500만 원이라는 기준은 사적연금에 대한 것이고(IRP 내 퇴직금도 해당 X), 국민연금은 원래 처음부터 종합과세 및 건보료산정 대상이다.
복잡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더 많은 계좌로 투자를 해야 해서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 동일한 정적자산배분 포트폴리오로 투자한다면 모든 계좌를 자주 리밸런싱해 줄 필요도 없고, 추가적인 비용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 그에 비해 확실하게 줄일 수 있는 절세액이 있으므로 가능하면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이 글에서 주택연금과 국민연금은 특별히 고려하지는 않았는데, 실제로는 이 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구체적인 계산을 통한 시뮬레이션은 추후 별도 포스팅에서 이야기해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