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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 Aug 11. 2024

내가 S&P500 ETF 적립식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

SPY, QQQ, SCHD 등 ETF 적립식 매수의 위험성

ETF 적립식 투자 방식은 주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꽤 준수한 투자 수익률을 낼 수 있게 해 주고, 기업 분석이나 차트 분석과 같이 주식 투자에 들어가는 시간을 거의 없애주기 때문에 본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새 ETF를 모아 나간다는 개념으로 투자를 접근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주가가 떨어지면 오히려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수량을 모을 수 있어서 더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장기투자를 할 것인데 S&P500 같은 지수는 어차피 장기적으로 우상향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꼭 이 글은 읽어봤으면 좋겠다.

물론 S&P500 ETF는 매우 좋은 투자 자산이고, 나 또한 S&P500 이 장기적으로 우상향 할 것이라고 믿으며 내 포트폴리오에도 편입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S&P500에 투자하는 금액이 매우 크다면(혹은 커질 예정이라면), 단기간에 목돈이 필요하다면(내 집 마련, 결혼 등), 또는 은퇴 이후로도 쭉 S&P500 에만 투자할 생각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것을 추천한다. 그 이유들을 이야기해 보겠다.


들어가기 전에


먼저, 이 글은 애초에 내 전체 자산 상승률에 주식 투자 수익률이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 자산을 포함하여 순자산이 6억 인 사람이 1억으로 주식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보통 우리나라에서 많은 경우 대부분의 자산이 부동산 자산에 묶여 있으므로 비현실적인 가정은 아니다. 부동산은 주택담보대출을 레버리지로 매수하기 때문에, 사실 이 경우 전체 자산 대비 수익률에 주식의 영향도는 16.7% 도 되지 않는다. 주식 투자 수익률이 연 30% 라고 해도 가중치를 고려하여 환산하면 전체 자산의 수익률을 생각하면 5% 미만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30% 가 되어도 전체 수익률에 영향이 -5% 미만이다. 즉,  주식 투자 비중이 높지 않은 사람은 당연히 폭락장에서도 버티기가 쉽기 때문에 -50% 의 MDD를 과소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주식 수익률이 전체 수익률을 좌우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드가 클수록, 그리고 내 전체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주식 투자의 난이도는 올라간다. 왜냐면 우상향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자산이더라도 큰 하락장에서 흔들리지 않고 버티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공단의 연평균 수익률이 한 자리인데도 사람들이 괜히 대단하다고 하는 게 아니다.

또한, 투자를 할 때는 항상 인플레이션을 생각해야 한다. 내 순자산이 6억이고,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2.3% 라면 나는 매년 최소한 1380만 원의 수익을 내야 본전이다. 주식에 1억을 투자하여 연 20% 수익을 내서 2000만 원 벌어봐야 실질 수익률은 1% 정도밖에 안 된다(3.33% - 2.3%). 그리고 현금도 투자하는 자산이라는걸 잊어선 안된다. 수익률을 계산할 때는 내가 투자에 사용하는 돈에 대해서만 계산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그냥 가지고 있는 현금까지 포함한 전체 자산에 대해서 수익률을 계산해야 한다.


적립식 투자의 맹점


일부 사람들은 장기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은 주식을 20년, 30년 이상 적립식 투자하면 항상 성공할 거라고 굳게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당연히 우상향 하는 주식이더라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S&P500의 최대 하락율(MDD)은 -50% 가 넘는다. 게다가 전고점을 회복하는데 5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기껏해야 수천만 원의 시드로 투자를 한다면 용감한 사람들은 이 시간을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50세가 넘어 은퇴한 이후에도 적립식 투자를 하는 경우 내 노후 자산의 절반이 날아가면 패닉셀링을 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혹자는 어차피 오를 걸 아니까 절대 안 팔 거라고 호기롭게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과거의 그래프를 보면서 말을 하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결과론적인 자신감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닷컴버블, 초기 코로나 때도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마인드였을까? 언론과 유튜브와 같은 SNS는 자극적인 콘텐츠들을 만들수록 이익을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는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콘텐츠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다. 결국은 우상향 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더라도 앞으로 5년 이상 하락, 또는 횡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매도를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괜히 -30% 이상 폭락을 하는 게 아니다. 주가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을 거란 불안감은 실제로 주가를 더 떨어지게 만든다. 그 시대에 살던 사람들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누구나 자신만만할 수 있다. 모두 잃어도 괜찮은, 내 자산의 극히 일부로 주식 투자를 한다면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게 유의미하게 큰 금액으로, 혹은 대부분의 자산으로 주식 투자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혹자는 상승하면 당연히 좋고, 하락하면 물타기를 하면서 평단가를 낮출 수 있어서(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수량을 모을 수 있어서) 오히려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 근로소득이 있는 상황이고 소액으로 투자할 때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시드가 억 단위로 커진다면 월급 받아 수백만 원으로 물타기를 해봐야 평단은 거의 변화가 없다. 심지어 은퇴를 하고 월급마저 없다면 물타기를 할 수도 없기 때문에 그냥 기도하며 기다리는 방법 밖에 없다. 생각해 보자. 은퇴 이후 그동안 모아놓은 ETF를 주기적으로 매도하며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 근데 어느 날 노후자금 20억 중 10억이 증발했다. 연일 '주식시장은 이제 붕괴되는 것인가' 따위의 제목을 가진 기사와 유튜브 영상들이 쏟아진다. 더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와중에 추가 매수는커녕 생활비 명목으로 주기적으로 매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 20년 넘게 직장 생활하며 힘들게 돈을 모은 시간 중 절반인 10년 이상의 시간이 모두 헛수고가 된 것 같고, 그동안 투자에 들인 노력과 시간들이 모두 물거품이 된 기분이다. 여기서 4억, 3억으로 더 떨어지면 내 노후 자체가 매우 힘들어질 것 같다(100세 시대인 것을 생각하면 이 돈으로 40년 이상을 더 생존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그렇게 비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아니며, 적립식 투자만 한다면 이러한 상황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솔직히 없다고 본다.

결론은, 억 단위의 시드로 다양한 경기 사이클(-30% 이상 폭락장 포함)을 경험해 본 이후에도 같은 투자 방식을 고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래도 은퇴 전까지는 적립식 투자가 괜찮을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을 너무 과신하는 건 아닌지, 최신편향에 빠져 주식 시장의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상황은 항상 바뀐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며, 생각보다 너무 쉽게 돈 버는 것 같으면 한 번 더 의심해봐야 한다.


결국 중요한 건 변동성, MDD, 그리고 CAGR


S&P500 ETF를 사던, 나스닥 100 ETF를 사던, SCHD/JEPI/리얼티인컴을 사던, 결국 중요한 건 배당과 주가 상승을 모두 고려한 연평균수익률(CAGR)과 최대 하락율(MDD)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배당을 아무리 많이 줘도 주가가 하락한다면 투자하기 좋은 자산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우상향 하는 자산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버틸 수 없는 하락장이 온 적이 있다면 적절한 투자 대상은 아니다. S&P500 이라는 지수에 투자를 한다는건 '미국 주식'에 투자를 하는 셈이다. 그런데 특정 한 종류의 자산군은 시기에 따라 가격이 오르기도, 떨어지기도 하며,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느끼기에 변동성이 너무 크다. 그런데 주식 뿐 아니라 채권, 금, 현금, 다양한 통화에 함께 투자하여 자산배분을 하면 변동성을 조절할 수 있다. 심지어 S&P500 ETF 에 비해 수익률은 크게 희생하지 않으면서(심지어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올리면서) 변동성은 매우 큰 폭으로 낮출 수도 있다.


흔히 알려진 자산배분 전략들 중 장기적으로 봤을 때 S&P500 보다 CAGR 이 높으면서도 훨씬 낮은 MDD를 가진 전략은 널리고 널렸다. 조금만 더 공부하고, 노력을 기울이면 변동성을 낮춰 훨씬 더 마음 편히 좋은 투자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주식투자를 하다가 생활비나 목돈이 필요하여 일부 주식을 매도하고 현금화를 해야 할 때가 있을 수 있다. 만약 변동성이 크다면 폭락장에서는 아까운 마음에 현금화를 하지 못해 사실상 현금 유동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굳이 단일종목 적립식 투자를 할 이유가 딱히 없다고 생각한다.

요새 유튜브를 보면 배당성장주나 미국 개별 주식 투자로 FIRE 했다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물론 이 들이야 알아서 잘하겠지만, 이들을 보고 무턱대고 따라 하며 장밋빛 미래만을 상상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 이 중 상당수는 기껏해야 미국 주식이 강세였던 최근 5년 이내에 '본격적'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은퇴한 기간보다 앞으로 살아야 할 날이 훨씬 길다. 지금까지는 배당성장주의 배당성장률과 배당률이 좋고, 주가 상승도 충분히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가까운 미래에도 쭉 이어질 거라는 보장은 없다. 경기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주가는 지금만큼 오르지 못하고 하락할 수 있으며,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배당률도 낮아질 수 있다. 결국 내 자산의 실질 연 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시드가 커지더라도 미래에 예상되는 변동성이 통제 가능한 범위인지 체크가 필요하다. 주식과 같은 특정 자산군만 추종하는 ETF,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액티브 ETF 등이 가진 리스크는 꼭 충분히 이해하고 투자해야 한다.


자산배분의 한계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자산배분에도 물론 한계가 있다. 과거 데이터로 백테스팅 결과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패턴이 나타나 기존의 MDD를 경신할 수도 있다. 자산배분 전략 자체가 과최적화 되어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이 높을 것이다. 과최적화가 되어있는지 아닌지는 사실 시간이 지나 봐야 결과론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단순한 로직을 가진 오래된 전략은 과최적화가 되어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주식과 채권, 그리고 금 등에 분산 투자하는 전통적인 방식은 직관적이고 오랜 시간 동안 검증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전략인 만큼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단점이라면 주식 폭등장에서는 FOMO 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1억으로 불안해하면서 투자를 하며 연평균 20% 의 수익률(연 2천만 원)을 내는 것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않고 원화채굴(노동)을 통해 시드를 계속해서 늘려가며 5억으로 연평균 9% 의 수익률(연 4500만 원)을 꾸준히 내는 게 더 낫고, 복리의 마법까지 경험한다면 자산배분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느낄 것이다.

물론, MDD 가 -10% 인 포트폴리오로 투자를 해나가는 경우, 똑같이 10% 하락하더라도 시드가 1억 일 때는 -1천만 원이니 버틸 수 있었는데, 시드가 10억이면 -1억이라 버티기 어려울 수도 있다. 내 자산이 10배가 되었다고 해서, 돈에 대한 나의 감각 또한 10배만큼 성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드가 적을 때부터 수익을 절대적인 금액이 아닌, 비율(%)로 사고하는 훈련을 해 나가며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을 것이다. 부동산 투자의 경우, 실거주 1 주택을 계속 상급지로, 또는 대장 아파트로 갈아타는 투자 방식을 예로 들자면, 내가 실제로 느끼는 집의 가치도 있고, 하락장에서도 비교적 쉽게 체감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시드가 커지더라도 존버가 좀 더 쉬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자산배분이 부동산보다는 투자 난이도가 높다고 본다. 심리적인 부분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금 유동성과 은퇴를 고려하면 자산배분이 나에게는 훨씬 좋은 투자 방식이라고 본다.


마치며


투자에 정답은 없지만 적어도 자신이 투자하는 방식의 리스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투자 방식을 고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 또한 아직 경험과 시드가 부족하다. 우선 적어도 5억 이상의 시드로 -10% 까지는 경험해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10억 이상의 시드로 내 포트폴리오의 MDD를 경신하는 경험도 한 번 해 본다면 이후 최소 40년 간 자산배분 투자를 이어가기 위한 의미 있는 경험치가 쌓일 것 같다. 말로만 하는 건 쉽다. 좀 더 경험해 보고 다음번에 글을 쓸 때는 새로운 관점과 인사이트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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