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뒤처진 것 같은 순간에 드는 생각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속도를 신경 쓰며 살게 된다.
어릴 때는
그저 하루가 길었고,
시간은 언제나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걸 하면 됐고,
하기 싫은 날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어느 시점이 지나면
시간은 갑자기
누군가와 비교되는 기준이 된다.
몇 살에 대학을 가야 하고,
몇 살쯤엔 취업을 해야 하고,
이 나이쯤 되면
적어도 방향은 정해져 있어야 할 것 같다는
보이지 않는 기준들이 생긴다.
그 기준은
누가 정확히 정해준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모두가
그 속도를 따라가야 할 것처럼 느낀다.
그래서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나는 왜 아직도 이 자리에 있지.’
‘다들 앞으로 가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제자리인 것 같지.’
그 감정은
처음에는 아주 작게 시작된다.
친구가 진로를 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누군가 취업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혹은 SNS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
그럴 때마다
마음 한쪽에서
조용히 이런 말이 떠오른다.
‘나는 아직인데.’
그 한 문장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별일 아닌 것처럼 넘기지만,
어느 날 혼자 있는 밤이 되면
그 문장은 다시 떠오른다.
나는 왜 아직도
확실한 게 없을까.
왜 이렇게 망설이고 있을까.
왜 이렇게 늦은 것 같을까.
사실 이 질문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에 더 가깝다.
빨리 가는 사람들은
이미 길을 정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길을 정하기 전의 시간은
본래 느릴 수밖에 없다.
지도를 펼쳐놓고
어느 길로 갈지 고민하는 사람과,
이미 목적지를 정하고
차를 출발시킨 사람의 속도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그 두 사람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한다.
그래서 아직 고민 중인 시간까지도
쓸모없는 시간처럼 느끼게 된다.
하지만
무언가를 결정하기 전의 시간은
낭비되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에 가깝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몰라
계속 생각이 많아진다는 건,
아무렇게나 살고 싶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충 정해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나는 왜 이렇게 늦지’라는 생각이 들 때는
조금 다르게 물어봐도 좋다.
나는 지금
멈춰 있는 걸까,
아니면 방향을 찾고 있는 걸까.
그 질문 하나만 바뀌어도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달라진다.
늦은 게 아니라
아직 정하는 중일 수도 있고,
뒤처진 게 아니라
다른 길을 찾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방향은 결국
각자의 몫으로 정해진다.
어쩌면 지금의 이 시간은
남들보다 늦어진 시간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길을 찾기 위해
조금 더 오래 머무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다음 글에서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하고 싶은 게 없어요”라는 문장 속에
어떤 마음이 숨어 있는지
천천히 들여다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