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말로 정리되지 않은 마음에 대하여
“하고 싶은 게 없어요.”
이 말은 생각보다 자주 들린다.
어떤 사람은 담담하게 말하고,
어떤 사람은 조금 미안한 얼굴로 말한다.
마치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 말을 꺼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문장은 그렇게 단순한 말이 아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일까.
정말 아무 생각도 없어서일까.
대화를 조금만 더 이어가 보면
그 말 뒤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잘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요.”
“괜히 시작했다가 틀릴까 봐요.”
“한 번 정하면 계속 그 길로 가야 할 것 같아서 무서워요.”
이 말들은 모두
“하고 싶은 게 없다”는 문장 속에
조용히 접혀 있는 마음들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게 있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좋아하는 걸 찾으라고,
꿈을 정하라고,
목표를 세우라고 말한다.
그 말 자체는 틀리지 않다.
하지만 그 말이 반복될수록
마음속에는 보이지 않는 공식이 생긴다.
하고 싶은 게 있어야
진로를 정할 수 있다.
확신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
이 공식이 머릿속에 자리 잡으면
사람은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확신이 없으니
시작을 미루게 되고,
시작을 하지 않으니
하고 싶은 것도 더 또렷해지지 않는다.
그 사이에서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게 된다.
“나는 하고 싶은 게 없는 사람인가 봐.”
하지만
하고 싶은 게 없는 상태는
아무 감정도 없는 상태와는 다르다.
대부분의 경우,
그 말 뒤에는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숨어 있다.
괜히 시작했다가
중간에 포기하게 될까 봐.
괜히 선택했다가
나중에 후회하게 될까 봐.
그래서 사람들은
확신이 생길 때까지
조금 더 생각해 보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확신이라는 것이
생각만으로는 잘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확신은
해보고 나서 생긴다.
직접 부딪혀 보고,
생각보다 괜찮았던 경험들이 쌓이면서
비로소 마음이 정리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순서를 자주 거꾸로 생각한다.
확신이 생기면 시작하겠다고 말하고,
시작을 하지 않으니
확신은 끝내 생기지 않는다.
그 사이에서
“하고 싶은 게 없다”는 말은
점점 더 자주 나오게 된다.
어쩌면 이 말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말로 정리되지 않았다는 뜻에 가깝다.
관심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섞여 있어
어느 쪽이 진짜 마음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상태일 수도 있다.
혹은
마음 한쪽에서
작게 끌리는 것들이 있지만
그걸 선택해도 되는지
신이 없어서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게 없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면
나는 그 문장을
조금 다르게 이해하려고 한다.
이 사람은 지금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
무언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할 만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고.
하고 싶은 게 없다는 시간은
텅 빈 시간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살펴보는 시간일 수 있다.
지금은 결론을 내릴 때가 아니라
재료를 모으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어떤 일이 나에게 맞는지,
어떤 환경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
어떤 순간에
조금이라도 마음이 움직이는지.
그런 작은 단서들이 쌓여야
비로소 한 방향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아직 하고 싶은 게 없다는 사실이
반드시 나쁜 신호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건
아직 아무 생각도 없는 상태가 아니라,
쉽게 정해버리고 싶지 않은
조심스러운 마음의 표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서는
사람들이 자주 묻는 또 하나의 질문,
“이 길이 맞는지 모르겠어요”라는 말 속에
어떤 불안이 담겨 있는지
천천히 이야기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