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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Apr 28. 2024

일요일 해외출장 비행편

화창한 계절에 해외 출장 가기

이번 주는 4월과 5월이 동시에 있다. 난 우리나라 사계절 중 겨울을 좋아하지만 4월의 끝자락 5월 초의 설렘도 기다린다. 5월이 다른 달에 비해 빨간 날이 많고 세상녹색으로 변해 시각적인 면과 기온이 오르며 코를 찌르는 풀내음이 가득하기 때문에 계절의 여왕 실감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주에 딱 해외 출장이 겹쳤다. 5월 1일 휴무를 잃어버림도 달갑지 않은 덤이다. 행선지도 말레이시아인데 이미 본격적인 찌는 듯한 더위와 습함이 있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다.


일요일 11시인 항공기 출발 시간을 맞춰 인천공항에 도착하기 위해 평일과 다름없이 6시 알람에 맞춰 일어났고 10분이라도 더 자기 위해 전날, 출장 짐을 꾸렸다. 그렇게 자주 해외출장을 다니는데도 가방 싸는 건 전히 신경 쓰인다.

속옷, 양말, 세면도구를 가방에 넣고는 고민거리가 많다. 반소매, 반바지를 준비해야 하고 어떤 양복을 가져갈 것이며, 어떻게 와이셔츠를 접어야 현지에서 구김 없이 기분 좋게 입을까 또 컵라면을 가져갈까 말까 무슨 책 읽을까 등 뭐 이런 사소한 건 들인데 짐을 꾸릴 때는 영 결정장애다. 일요일에 출장 준비해 월요일 비행기 타는 것과 마음가짐이 크게 다르다. 공항에 도착 후 다시 한번 와이프에 인사하고 어머님께도 신고를 하고 나면 복기를 하는데 역시 이번에도 빠진 게 있다. 더위와 햇볕 걱정해도 자외선차단제가 아른거린다. 집에서 바르고 가방에 넣지 않았다.


벌써 이런 생활 10년 차다. 출장의 달인이 되었음에도 꼭 소소하게 준비성 부족한 신입직원 모습이다. 그러나 소소한 것 때문에 출장을 망칠 수 없으니 잊는다. 아마 출장 멘탈로는 경지에 오른 듯하다.


난 집에서 출장준비부터 현지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좋다. 현지에 도착해 일정동안 사람들과 소통하는 긴장감이 있음에도 집에서 출장 준비와 비행기 내에서 시간은 내 시간이다. 넷플릭스에서 모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기에 성경 창세기도 다시 읽어보리라. 또 곧 다가올 영국과의 사업을 위해 영국사도 넣었다.  요즘 꽂힌 일본 작가 츠지도 유메의 '그림자 인간'도 넣었더니 기내 캐리어 가방이 제법 무겁다. 친하게 지내는 동료가 생일 선물로 준 두꺼운 만화 '러프'는 화물로 넣어 독파를 다짐했다


토요일 저녁부터 투덜대던 마음이 풀어지고 또 기대감으로 바뀐다. 물론 비행 중 그 책들과 듣고 싶은 음악을 다 섭렵하지 못하지만 나만의 그 시간이 좋다. 일한 시간이 앞으로 일할 시간보다 더 많은데 여전히 일요일 출장이 싫은 것을 보면 천상 월급쟁이이거나 아직 철이 들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해외 출장은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하고 기다리게 한다. 담엔 좋은 태블릿 하나 장만해 전자책, 음악, 영화까지 넣어 보다 스마트해져야 겠다.


서울은 벌써 29도를 찍었다고 한다. 한 달 전 여전히 춥다고 겨울봄이라 표현한 글이 무색하다.


덧: 분명 쿠알라룸푸르 도착 후 입국 스탬프 찍었는데 사라왁 수도 쿠칭(Kucing)도착하니 스탬프를 또 찍어준다. 그것도 얼굴촬영과 지문 등록도 한번 더....아무리 사라왁이 독립적이라지만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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