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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 Jun 27. 2024

다시 푸근한 태국

방콕과 기타 지역(나컨시탐마랏)

See거의 3개월 만에 다시 태국 출장이다. 이미 우리니라는 6월 말에 폭염은 물론 장맛비도 여러 번 퍼부었다. 그래서 이번 태국 출장 동안 얼마나 뜨거울지 걱정스러웠다.

출장 중 중요한 일정은 태국 남부인 Nakhon Si Thammarat 방문이다. 태국과 인연을 처음 맺고 2년 후인 1990년 여름에 처음으로 방문했고 약 두 달간 태국 남부 빳따니(ปัตตานี) 소재 국립 송클라대학교에서 태국어 연수를 했다.

보통 방송에서 그려지는 태국은 국민들이 불심이 가득한 '불교의 나라', '미소의 나라' 아니던가.

그러나 당시 내가 빳따니에서 본 태국은 수많은 이슬람 사원과 검은색으로 머리를 감싼 무슬림들이었다. 속은 것도 아닌 것이 태국 최남단 세 개 지역 죽, 빳따니, 얄라 및 나라티왓 지역은 태국의 무슬림지역이자 지금도 분리주의자들에 의해 중앙정부와 갈등이 벌어지는 지역이다.

이번에 방문한 나컨시탐마랏은 이들 지역 바로 북쪽에 이웃한 지역이다. 역시 공항 도착 후 시내로 가는 길엔 이슬람 사원이 쉽게 눈에 띄었고 신기하게 주시하자 나를 공항에서 픽업한  시청직원은 여성정장을 착용하고 있었지만 본인도 무슬림이라 말하며, 이곳도 약 80%가 무슬림이라고 덧붙인다.

나는 대외경제를 연구하는 첫 직장에서부터 지금도 동남아와 태국을 지켜보고 있지만 인류학, 사회학 점 관점에서 태국의 무슬림은 여전히 신기하고 또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분리독립 과정에서 많은 무슬림이 희생을 당해 국제적으로 관심을 받는 데 성공했지만 어엿한 중견국으로 발전한 그리고 화려한 마천루와 없는 게 없는 곳으로 대표되는 방콕과 전혀 다르게 가난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태국 방문도 태국 중앙정부를 대상으로 한국의 발전 경험을 공유하고 경제발전을 지원하기 위함인데 수요는 이곳에 있다고 생각하게 했다.

한눈에 닿는 지역 끝에도 (10 이상의) 높은 건물은 없어 보였 흡사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모습과 유사했다.


그런데 이제부터 내가 놀란 아니 잊고 있1던 태국의 모습이 나온다. 공항에 비행기 문제로 예정보다 30분 늦게 12시 넘어 도착했는데 우리 이름을 들고 직원 세 명이 마중 나와 있었다. 2시 30분에 시장면담인데 그들간 주고받는 대화는 '이분들 지금 식사 못 했을 텐데 어느 식당이 좋을까'이다. 난 알아듣고 있었지만 들어봤다 배고픔을 걱정하고 식당 선정에 머리를 맞대는 중이다. 또 식당 가기 전에 직원 한 명이 내게 전화를 건넨다. 시장 전화라는 것이다. 스마트폰 너머로 시장은 먼 길 오느라 수고했다 2시 30분에 만나기로 했으니 식사 잘하라는 것이다. 이건 무슨 상황 인가 하며 의아해했다. 뭘 일부러 직접 전화해 손님을 맞이하는가라는 생각이다.

식사 후 약시간에 시장을 만나니 우리 사업에 관심이 많고 많은 지원할 테니 도와달라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간 듣기 좋은 대화가 끝나고 시장은 직원 세명에게 우리가 둘러볼 곳을 말해주고 차 앞까지 나와 손 흔들고 재회를 기약했다.

멀쩡한 평일 화요일에 시청인력 세 명이 우리를 위해 반나절을 보낸 것이다.

그들이 보여준 곳은 공공교육기관(스마트 교육시설이다)과 문 닫은 시장, 인적 드문 불교 사찰 두 곳이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 어쩔 줄 모르는데 마친 젊은 사람, 교복 입은 학생이 많이 모여있는 곳을 보니 노점상거리이다. 그냥 과일 슬라이스, 과자, 말린 오징어, 장난감 등이 고작이다. 그런데 그곳에 모인 나컨시 탐마랏 시민들은 소소하게 군것질하며 거리를 거닐며 어둑해 지는 저녁시간을 즐기고 있었고 참 좋아 보였다. 문득 34년전 방콕에서 기차로 16시간 걸려 지낸 빳따니에서 본 '미소의 나라' 태국이 다시 떠올랐고 방콕에서만 보던 나의 태국에 대한 시각을 다시 순수하게 돌려놓았다.

기분 좋게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들은 우리에게 묻지 않고 어느 기념품 상점에 차를 세우고 구경하라는 것이다.

별 필요는 없었으나 내려 진열된 물건들을 둘러보았다. 성의로 나는 보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두리안 과, 코코넛 초콜릿을 골라 계산대로 가져갔다. 그런데 직원들이 계산하겠단다. 난 손사례를 쳤으나 그들은 'ยินดี(기쁨)'이라고 연신 반복한다. 게다가 태국어로 나컨시탐마랏이라고 쓰여있는 티셔츠까지 선물로 얹어준다.

기념품 상점 구석 먼발치에서 어느 사이즈가 맞을지 고민했던 모양이다.

당일치기로 힘든 일정이었으나 태국에 대해 다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날이다. 아니 ดีใจมากๆ(기분 너무 좋다)이다. 늦게 호텔로 돌아와 받은 옷을 입고 인증샷을 보내며 일정의 여운을 느꼈다.

그동안 난 30여 년간 방콕의 시각에서 태국을 보고 어이없어했다. 아니 소 1만 달러도 안 되는 국가 수도 방콕엔 왠 고급 쇼핑몰이 몰려있으며, 럭셔리차가 넘치고 하루가 다르게 마천루는 높아만 가는가.

부동산, 관광으로 먹고 사니 또 거품인가. 97년도의 IMF 외환위기가 다시 태국에 올 것인가 하는 의구심 가득했다.

나는 그동안 태국이 미소의 나라가 음흉한 미소로 변한 지 오래고 딱딱한 제2의 일본에 불과하다고 고정된 인식이 생겼었다. 콕에서 그랬다

그래서 이번 나컨시탐마랏 방문에서 순박하고 친절한 태 다시 봐서 좋았다.


오늘 방콕거리에서 바나나 한 꾸러미가 10바트(300원)였다. 34년 전 무슬림 이미지와 바나나 한 꾸러미가 10바트가 생생한데 여전히 그 가격이다. 푸근한 태국은 방콕 밖에 '그대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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