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에게
지난 10년 근무동안 내가 가장 많이 말했던 부분 중 하나가 내가 천주교 신자이고 매 주일마다 성당에 간다는 루틴이 있다는 것이지요.
지난 10년간 참 마음고생 많이 했음을 고백합니다.
- 이른 새벽 출근하는 마음
- 고독했던 마음
- 사람 만나야 하는 마음
- 대내외 고객 대하는 마음
이 밖에도 제가 여러분들 눈엔 의연하고 많은 경험이 있어 보였겠지만 마음고생스러운 일들은 많았습니다.
주일마다 성당에서 묵상을 하며 한 주 잘 지내게 해 달란 소박하지만 간절한 기도를 꼭 해야만 제가 한 주간 평화로울 수 있었고 쌓이고 쌓여 무사히 임무를 마칠 수 있었다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부활을 앞두고 사순이 시작되었네요.
그런데 오늘은 이전처럼 가방을 짊어진 듯한 루틴 기도가 떠오르지 않더랬습니다. 무척 신기했지요.
그러나
이도 잠시, 내일이면 내가 사랑했던 후배들과의 사회적 인연이 사라지게 됨을 느낀 순간, 아름다운 얼굴들이 떠 오르더이다. 미사 마치고 잠시 앉아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에 소환해 놓고 미처 못했던 잔소리 좀 했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사순절 첫 미사는 나의 평화를 기원하지 않고 후배들의 평화와 행복을 청하는 시간이 되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지요.
뜻깊은 시기에 맞이하는 이별의 순간이 아름답도록 해 준 후배님들에 고개 숙여 절 드리고 떠납니다.
이제 시간이 떠나라고 재촉하네요. 나는 급하지 않으나 가야 합니다. 내가 여러분들과 지낸 날들이 짧다고 느껴지는 건 아쉬움 때문이겠지요. 나는 바람처럼 가지만 이 아쉬움도 희미해지길 기다리며, 어느 인생의 교차로에서 만나길 바랍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항상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