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발걸음의 무게

발목의 고무 타이어

by 개나리

느지막이 여유롭던 따사로움 속에서 시간이 흘러, 차갑게 살이 에일 것처럼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그 어느 날. 소심하고 겁 많던 꼬마 고양이가 나에게 애정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멀찍이 서 있기만 하던 소심하고 겁 많은 꼬마 고양이는 내 다리에 슬쩍, 멀어지더니 다시 또 슬쩍. 빳빳이 서 있던 꼬리가 푸르르 떨리기도 하고, 너무 놀라서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아, 통했다. 네가 나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구나.'


그날부터 시작됐다.

일방통행이던 내 마음이 쌍방이 되었고, 어느 날은 내가 소심하고 겁 많은 꼬마 고양이의 짝사랑이기도 했던 것 같다.


집에 이미 강아지도 많던 나는 그 무렵 즈음엔 집에 돌아오는 길이 너무 무거웠다. 고무타이어를 발목에 매달아 놓기라도 한 것처럼 한 발 한 발이 묵직해 집으로 가기가 힘이 들었다.


집에 가서도 하루 종일 생각했다. '내가 너를 데리고 오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다 큰 고양이인 너와 평생 강아지만 키워본 나, 고양이라곤 길에서 멀리서 마주친 게 다인 내 강아지들, 고양이를 엄청나게 싫어하는 함께 사는 반려인까지.


매일 아침을 기다렸는데 아침이 되고 나면 밤이 오는 게 싫었다. 출근길, 어쩌면 출근보다도 더 중요했던 나의 일과. 소중한 내 작은 친구들을 만나는 일. 아이들이 내 발걸음 소리를 알기 시작했다.

내가 걸어오는 소리에 쉴 새 없이 쨍알거리며 마중을 나왔다.


형제들 중 가장 멋지던 치즈 고양이는 내가 보이면 버선발로 뛰어와 이랬구 저랬구 쟁알쟁알 수다를 떨어댔다. 왜 이제 왔냐, 기다렸다, 다른 동네 고양이가 왔었다 등등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나를 보고 이야기하는 치즈 고양이의 눈빛은 항상 빛이 났다. 그 눈동자가 내 마음속에 들어와 콕 박혔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눈으로 보는 행복의 실체라는 게 이런 걸까 하고 생각했다. 한참을 앉아 있다가 고양이들이 다른 것에 정신 팔렸을 때 후다닥 도망가곤 했다. 자꾸 따라오는 통에 편하게 오늘의 안녕을 말할 수 없었다.


돌아서 골목 모퉁이를 돌고 나면 나를 찾는 소심하고 작은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온 동네를 울렸다. 있는 힘껏 나를 부르고 있었고 나는 눈물이 자꾸만 났다.

내일 올게,

하고 속으로 나는 인사를 하고 도망치듯 차에 타곤 했다.



내가 아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치즈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