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될 결심
꼬마 고양이들을 만나러 갔다. 익숙한 길, 익숙한 설렘. 바람은 찼지만 우리들의 약속시간은 언제나 따사로웠다. 나를 발견하고 달려오는 치즈고양이와 꼬마고양이들.
한 발자국도 떼기 힘들 정도로
걸음마다 고양이들이 채였다.
많이 기다린 듯해 마음이 또 찌르르했다.
오늘은 세 마리뿐이다.
아무리 돌아봐도 작고 소심한 고양이가 없다.
평소 같았으면 달려나와 한 발 한 발마다 내 다리에 꼬리를 휘감았을 텐데.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갑자기 긴장이 되더니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아파트 화단을 다 뛰어다니고 단지마다 돌면서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다. 무서웠다.
속도 모르는 꼬마고양이들은 그저 산책하는 듯 따라다니며 찾는 걸 방해했다. 따돌리려 뛰어봐도 어찌나 빠른지,
겅중겅중 어느새 내 발 앞이다.
결국 포기하고 출근을 하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난다.
이대로 못 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되뇌일수록 더 불안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일을 하고 퇴근을 했다. 늦은 밤 다시 아파트 화단을 찾았다.
역시 세 마리뿐이다.
약속시간도 아닌데 나타난 나를 그저 반가워하는 고양이 세 마리를 외면하고 집으로 올라갔다.
강아지들 밥을 주면서 생각했다. 다시 나가봐야겠다.
밥만 주고 딱 한 바퀴만 더 돌자. 엇갈린 걸지도 몰라.
소심하고 겁 많은 앤 데 누구를 따라갔을 리도, 누군가가 그 아이를 안아 들 수 있을 리도 만무했다.
마음이 너무 조급해졌다.
밥을 다 주고 나서 롱패딩을 걸쳤는데
양말을 꺼내 신을 여력도,
운동화를 꺼내 신을 정신도 없다. 빨리 찾아야 하니까.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미친 여자처럼 뛰어나갔다.
찬바람이 불어 코가 시리고 손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눈물인지 콧물인지도 모를 정도로 얼굴에 감각이 없었다. 두 시간을 정신 놓고 아파트 단지를 돌았다.
이 찬 바람을 꼬마고양이들이 견디고 있었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아렸다.
결국 못 찾았다.
두 시간을 돌고도 만날 수가 없어, 롱패딩 밖으로 나와 있는 모든 살결이 다 얼얼했다.
내일은 만날 수 있을 거야.
도저히 불안한 마음에 잠이 들지 않아
집에 있던 수면제를 털어 넣었다.
내일 찾아보자. 내일은 있을 거야.
아침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억지로 잠을 청했다.
눈을 뜨고 약속시간보다 이른 열 시경에 다시 나섰다.
아파트 화단 벤치에 태연하게 앉아 있는 꼬마고양이의 뒷모습이 보였다.
다리에 힘이 다 풀려 주저앉는데, 벤치 위에서 그루밍하던 꼬마고양이가 탁 하고 돌아보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총총총 달려왔다.
그래, 반갑댄다. 밤새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도 모르고, 또 얼굴을 스윽 내 다리에 비벼본다. 벤치에 앉으러 가는 내 걸음마다 꼬마고양이가 채인다.
이럴 거면서 어제 도대체 어디에 있었던 거야.
원망과 안도가 섞인 울음이 터졌다.
한낮에 차이기라도 한 여자처럼 서럽게 울었다. 안도가 주는 울컥함은 생각보다 깊었다.
다행이야, 아무 일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야.
나도 모르게 고양이를 왈칵 끌어안았다.
고양이는 깜짝 놀라 야옹 하고 움찔했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그래, 우리 이래선 안 된다.
내가 너만큼은 데리고 가야겠다.
우리들의 약속장소 쓸쓸함 없던 12시의 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