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무렵 나는 이사를 앞두고 있었다. 꼬마 고양이들 때문에 마음이 무겁고 발걸음도 여전히 무거웠다.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 약간은 겁이 났기도 했달까.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나가서 볼 수 있다.
새벽녘이 됐든 동이 트기 전이든 언제든 나가서 그들을 찾을 수 있었지만, 이사를 가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런저런 마음의 무게에 쉽게 피로해졌다.
데리고 오고자 마음은 먹었지만 반려인을 설득하는 일도, 고양이와 강아지의 합사도, 너무 사랑하는 형제들과의 헤어짐도,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만나러 가는 길, 멀리서 보이는 꼬마 고양이들. 나를 보자마자 냥냥거리며 달려오는 소심하고 작은 고양이, 춤을 추듯 노래를 하듯 신난 모습이 귀엽다. 어제도 오고 그제도 왔는데 안 본 지 한 달은 된 듯이 반겨주는 고양이. 그래 맞다, 나도 반갑다. 안 본 지 한 달은 된 것처럼 나도 그래. 반갑다.
벤치 위에 햇살이 머물러 따사롭다. 바람은 쌩쌩 차게도 부는데 벤치 위는 따뜻하다. 앉아있다 보면 소심하고 작은 고양이가 슬쩍 옆에 비집고 앉는다. 조금이라도 따뜻했으면 좋겠어서 패딩 안에 꼭꼭 싸맨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 시간 두 시간이 훌쩍이다. 바람이 부는데도, 나는 전혀 춥지가 않다.
이사 날짜가 잡혔고, 괜스레 애틋한 마음에 조금 더 일찍 들렀다. 나의 똑똑한 친구들은 어느새 내 자동차 엔진 소리도 아는지 울타리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민다.
“기다려~ 언니 커피 사 올게.” 커피 사러 가는데 울타리 밖으로 작고 소심한 고양이가 따라 나온다. 겁이 많아 울타리 밖을 벗어나지 않는 아이였다. 그런 애가, 나를 따라 건너편 커피집까지 왔다. 코 끝이 시큰거리면서 울컥, 눈가가 뜨거워져 얼른 들어가라고 매정하게 화냈다.
커피를 사들고 다시 아파트 화단으로 들어가는데, 내 마음도 모르는 작은 고양이는 또 신이 난다. 둘만의 산책 시간이다. 몇 걸음 안 되는 거리지만 둘이서 한껏 애정을 나눈다. 풀 냄새를 킁킁하다가도 호다닥 달려와 곁에서 걷는다. 둘이서 발 맞춰 걸어, 그러다 보면 어느새 형제들이 기다리는 벤치 앞이다.
커피를 마시면서 아이들 노는 걸 보고 있자니, 내가 얘들을 떼놔도 될까 싶다. 또 마음이 무수히 흔들린다.
변한 건 없다.
차를 타고 가면 돼. 약속시간에 늦지 않으면 된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매일 향했다.
액셀 위에 오른발에 힘이 자꾸 들어간다.
얼른,
도착하고 싶다.
발 맞춰 걸어, 걷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벤치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