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시간이 다가오는데
택시가 안 잡히는 거야.
비는 내리고, 약속시간은 다가오는데
콜은 안 잡히지...
시간은 계속 흐르고 초조함은 점점 쌓여가고
‘오늘 진짜 늦겠다’ 싶을 때쯤,
기적처럼 택시가 잡혔어.
운전기사님이 차를 조금 험하게 몰았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화가 나지 않더라
멀미가 살짝 올라오는데도 그냥 고마운 마음뿐이었거든.
그래서
내릴 때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도 했어.
약속에는 늦지 않았지만, 멀미 때문인지
속이 뒤집혀서 밥은 도저히 못 먹겠더라.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이래서 외로울 때 연애하지 말라는 건가?’
간절할 때 나타나는 건
괜히 더 소중하게 느껴지잖아.
비 오는 날 겨우 잡힌 택시처럼,
그 타이밍 하나로 모든 게 특별해져 버려.
예전엔 힘들어 보이는 사람을 보면 그냥 도왔어.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면
그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그런 관계일수록 이상하게
상대는 나에게 의지하게 되고,
나는 그들에게 지치고, 의도하지 않게 상처를 주게 되더라.
가끔은
그냥 건넨 온기가
누군가에겐 기대할 이유가 되기도 했고,
그 오해가 쌓일수록
서로에게 무거운 짐이 되었던 것 같아.
나는 여전히
‘친절은 돈이 안 드니까 굳이 불친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절박해 보이는 사람 앞에서는 오히려 여유를 두고 행동하려고 해.
그 여유가 있어야 상대도 스스로 설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나 역시 괜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게 되더라.
비 오는 날 겨우 잡은 택시처럼,
그날
나는 그저 간절했을 뿐이야.
누구라도 상관없었고,
그 사람은 단지 자기 일을 하던 사람이었을 뿐이야.
생각해 보면 관계도 그럴 때가 있더라.
내가 외롭고 불안해서 붙잡은 누군가는,
그저 자기 자리에 서 있던 사람일 뿐.
그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아.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생각해.
누군가를 돕거나 스치더라도,
상대가 내 친절 때문에 괜히 흔들리지 않게,
적당한 여백을 남겨두자고.
그게 서로에게 가장 건강한 거리 같아.
아예 품을 마음이 아니라면, 애초에 너무 다가가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