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을 시작한 건, 뭘 만들어보고 싶어서가 아니었어.
그냥 아무 생각 안 하고 싶어서였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실을 만지고 도안과 씨름하는 동안
잡생각이 점점 줄어들더라.
‘저녁은 뭐 먹지’, ‘애기 유치원 준비물 챙겼나’, ‘이번 달 카드값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이 들어올 자리가 없어
잠깐 딴생각을 하면
푸르시오 지옥에 빠지게 돼.
그때 처음 알았어.
뜨개질은 손으로 하는 명상이란 걸.
명상이라고 하면 멍하니 앉아 있어야 할 것 같잖아.
그런데 내겐 그게 더 어려웠어.
차라리 손이 바쁘면 마음이 조용해지는 사람도 있나 봐.
뜨개를 하다 보면
실타래가 엉켜서 뜨개를 멈추고 실을 풀 때도 있거든?
뜨개질하다 보면 흔히 생기는 일이야
근데 엉킨 실을 푸는 것도
반복하다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져.
‘괜찮아, 하다가 안되면 잘라버리면 돼’
이 말을 되새기면서 실을 풀다 보면
화가 가라앉아.
실을 잡은 손끝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머릿속의 소음이 조금씩 사라져.
누군가는 뜨개를 ‘시간 낭비’라고 하지만
그 시간은 가장 나를 차분하게 하는 시간이야.
조용하고, 정직하고, 단순한 시간.
당장 해결 할 수 없는 걱정을 푸는 방법을
나는 뜨개에서 배웠어.
넌 지금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