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해조차 기지개를 켜지 못한 이른 새벽, 나의 하루는 시작된다.
가족들의 아침을 준비하고 모두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주방을 정리하고 나면,
어느새
나의 출근 시계도 턱끝까지 차오른다.
서둘러 강아지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외투 깃을 여미며 집을 나서는 길,
내 발걸음엔 늘 서두름이 묻어 있다.
휘몰아치듯 바쁜 시간이 한차례 지나가면,
문득
불길한 질문들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가스불은 제대로 껐던가?',
'나올 때 안방 문을 닫았던 것 같은데, 혹시 아이를 그 안에 가둬둔 건 아닐까?'
한번 시작된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병처럼 번져나간다.
결국 퇴근길,
다시 어둑해진 거리를 지나 부랴부랴 집으로 뛰어 들어간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마주한 풍경.
평소답지 않게 거실은 어지러워져 있고, 안방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침대에 가지 못한 시간 동안의 답답함을 시위라도 하듯 흩어진 물건들 사이로,
너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내가 벗어둔 잠옷 위에 앉아 해실거리며 나를 반긴다.
엉망이 된 거실을 보고 있으니 한숨이 나오지만,
잠옷 없이 잠들어야 될 저녁이 아쉽지만
지금 내 앞에서 꼬리를 흔드는 너의 건재함이 감사하다.
어지러운 거실이면 어떠랴.
오늘도 늙은 네가 무탈하게 그 자리에 있어 주어, 그것만으로도 참 다행인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