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범종 소리 따라 산사를 오르다
물빛 하늘에 발을 담가본다
온 산을 휘어잡은 수종사 종소리
덩— 달팽이관을 돌아 나와 발끝까지 흘러내린다
커진 귀가 그곳을 향해 걷고 있다
바람의 숨결 사이사이를 뚫고
넓은 허공 속으로 깊이 번지는 종소리가
모난 곳 둥글게 다듬고 있다
소리 따라 올라보니 수종사 바위 굴 속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범종을 친다
그 소리는 산을 파랗게 출렁이게 하고
바람은 겸손해지고 어머니는 가장 낮은 자세로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길가 어깨와 어깨를 나란히 염원이 담긴 연등들
무탈하길 빌고 빌어 해지고 때가 묻어
물려받은 배냇저고리처럼 낡아 있다
연등에 매단 자식 이름 석 자가 연의 꼬리처럼
바람에 하늘거린다
어릴 적 어머니는 쌀자루를 이고, 험한 고갯길을 넘고 넘어
일주문 문턱이 반쯤 닳아 있었다
굽이굽이 숨이 찼던 당신의 날은 얼마일까
어느 날부터 종은 너무 닳아 금이 가고
소리가 새기 시작했다
저 범종 소리 뒤편에는
두 손 모은 간절한 어머니의 시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