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인형의 계약서

by 최예숙

물렁물렁한 바람이 뼈다

바람인형 속에 갈비뼈 하나 불어넣었다


행사를 위해 영혼 없는 춤을 춘다

고개와 허리를 굽실거리며

온몸으로 외쳐본다

피에로처럼

허무의 바람을 채우고 막춤을 춘다


저 파란 하늘 한 잔에 취해

춤추는 풀잎보다 유연하게 허리를 꺾는다


온몸을 다해

살아 있을 때 증명해야 한다

춤추고 노래하고 쉬지 않고 웃어야 한다

바람이 빠져 착착 접힐 때까지


나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

언제나 기간제 근로자

때가 되면 거리에서 사라진다


막춤은 춤이 아닌 나의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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