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긋다*

by 최예숙

산책 중 난데없이 소낙비를 만났다

예보 없이 소리부터 내린다


거리에 서 있는 카페 간판

“잠시 들어오셔서 비를 그어 가시죠” 라고

적힌 짧은 글귀가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비를 긋는 것도 잠깐,

빗줄기가 다시 허공을 뛰어내린다

재난 문자도 소낙비처럼 쏟아진다


소낙비는 주정뱅이처럼 시끄럽다

앞뒤 여운이 맞지 않는, 첫 문턱도 넘지 못한 시인같이

젖은 옷에서 비의 발들이 흘러내린다


비에 부딪힌 풀잎의 멍

맨살에 부닥친 흙의 상처들

꺾어진 꽃대들을 울게 하고 강으로 향한다


코로나 같은 돌발에 발 꽁꽁 묶일 때

삶의 여정 소낙비를 만나 길 잃을 적에도

난 잠시,

처마 밑에서 비스듬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비를 긋는다



* 비를 잠시 피하여 그치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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