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새와 별들의 나들목

by 최예숙

나무들이 몸을 열어 허공에 길을 낸다


밤이면 별들이 내려오는 길목

곤줄박이는 입술에 묻은 봄을 연신 나뭇가지에 문지르며

꽃길을 낸다


천 갈래 만 갈래로 이어진 실핏줄 같은 길

나무들은 굳세게 하늘을 움켜쥐고

햇살과 저녁 딱따구리와 다람쥐들이 나들목이 된다


새와 사슴벌레들의 둥지가 되고

그 곁에 참새도 꾸벅꾸벅 자운다

시간도 몸 기대어 느릿느릿 흘러간다


가끔은

바람에 꺾이고

아차 헛디디는 순간 길은 지워진다


밤과 낮이 드나드는 표지판 없는 정거장

하루에 수없이 새와 바람이 오가는 간이역 같은 허공

그곳에 마음을 껴안는 단단한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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