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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능동적인 삶(96년생 아기 엄마에게 배우다)

100일 글쓰기(곰사람 프로젝트)-47일 차

by 은혜

나는 교회에서 바나바 사역으로 섬기고 있다. 바나바는 교회에 온 지 얼마 안 된 새 신자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돕는 역할이다. 성경 속에 섬김의 인물 바나바에서 그 이름을 따온 사역이다. 이번 주 주일부터 4주간 96년생 아기 엄마의 바나바가 되었다. 앳된 얼굴의 엄마가 3살 된 아기를 안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맞이했다.


나는 95년도에 기독교 믿음의 집안에 막내며느리로 시집을 왔다. 토요일마다 시댁에 가서 자고 일요일 아침엔 가족이 다 함께 주일 예배를 드리러 가야 한다고 했다.


25살의 새댁이었던 나는 아직 시댁이 어렵고 불편했지만, 남편을 따라 토요일마다 서울에 있는 시댁에 갔다. 시댁에는 큰 형님이 아이랑 함께 와 있었다.


시부모님과 시고모님, 큰 형님 그리고 나는 주일 아침이면 함께 예배에 참석했다. 믿음의 3대라는 남편은 사춘기 시절부터 교회에 나가지 않았단다. 교회를 오래 다닌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그러하듯, 시부모님도 지정석이 있었다. 목사님 바로 앞 아주 가까운 자리였다. 그렇게 주일마다 아침 예배에 따라가서 목사님 바로 앞자리에 앉아 졸다가 오곤 했다. 물론 목사님 설교 말씀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첫째 아이를 낳고 한동안 잠에 취해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날도 비몽사몽 잠이 덜 깬 체로 시댁어른들을 따라 주일 아침 예배에 참석했다. 다른 날과 똑같이 찬양을 불렀고, 부목사님의 "오늘 드릴 말씀은...." 딱 거기까지만 기억이 난다. 옆 자리에 앉은 시고모님이 내 손을 꼭 잡으며 "어이, 이제 그만 일어나세, 집에 가게"라고 했을 때 정신이 돌아왔다. 나는 예배 중에 아주 깊은 잠이 든 것이었다. 그것도 바로 담임 목사님 코 앞자리에서!


덕분에 그날 이후, 혼자 뒷자리에 앉아서 편히 11시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나는 그 뒤로도 10여 년을 선 데이 크리스천(주일예배만 형식적으로 드리는)으로 지냈다. 그러다가 하나님을 만난 2007년도부터 진짜 믿음생활을 하게 되었다. 자발적으로 주일예배를 다니게 된 이후부터 신기하게도 목사님 설교 말씀이 잘 들리기 시작했다.


상담공부를 하며 그때의 내가 일종의 수동공격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신혼 때, 남편은 자고, 나 홀로 말마다 교회에 갔던 것에 대한 엄청난 분노가 있었다. 당시 25살의 나는 거부할 힘이 없어서 그 자리에 따라갔지만 "원하는 대로 다해주지 않겠어요" 이런 마음으로 졸거나, 잠이 든 것이었다.


이번에 바나바로 섬기게 된 96년생 새 신자 아기엄마는 새 가족 등록카드에 "스스로" 왔다고 적었다.


"남편분은 같이 안 오시나 봐요"


"네, 아기랑 같이 예배드리려고 영유아 예배가 있는 이 교회에 찾아왔어요.

우리 아기를 통해 아빠도올 거예요"


가뜩이나 똘망 똘망한 눈빛이 더 빛나 보인다. 그때의 나보다 훨씬 주체적인 삶을 사는 96년생 엄마는 나처럼 너무 먼 길을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이젠 나도. 앞으로의 남은 삶은 "스스로" 적극적으로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한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96년생 아기 엄마에게 제대로 한 수 배웠다.


*수동공격: 생각이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대상에게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불편하게 만드는 행동양식. 문제해결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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