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곰사람 프로젝트)-48일 차
이틀 후 시부모님 댁이 이사를 간다. 30년 동안 사시던 곳에서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됐다. 지금 사는 집은 4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90세 노인 두 분이 살기에 불편하고 위험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래서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버스 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준비 중이다. 아파트 근린상가에 병원이나 편의시설이 잘되어 있어서 여러모로 좋으실 것 같았다.
"나, 이사 안 갈란다. 그냥 죽을 때까지 여기서 살란다"
참 어렵게 부모님과 합의하여 아파트를 계약했음에도 여러 번 마음이 바뀌셨다. 이사 날짜 2주 전까지도 안 가고 싶다며 밤에도 전화를 하시곤 했다.
이사를 이틀 남겨놓고 형님과 나는 시댁에 가서 이삿짐을 조금씩 꾸리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정리를 하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어머니가 얼이 나간 듯한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시아버지는 하루 종일 아픈 사람처럼 잠만 주무셨다)
"막상 이사 가려니 마음이 심난하시죠?"
"그려... 걱정이 돼야.. 아파트 살아 본 적도 없는디..."
"어머니는 금방 적응하실 거예요"
"저기.. 서랍장 위에 나 죽으면 입을 수의랑, 영정사진이랑 있으니까 이사 갈 때 그거 잘 챙겨났다가 죽으면 그 눔으로 입혀줘. 낼도 여기 올 거지?"
어머니는 어린아이처럼 겁먹은 얼굴로 나를 쳐다보신다.
"네 내일도 올게요. 이민 가시는 것도 아니고, 자식들이 다 옆에 있는데 너무 걱정 마세요"
"그랴. 일찍 와라잉"
남편은 새로 이사 갈 아파트에서 이사준비를 하고 있었다.
"집 이사하는 것을 왜 그렇게 두려워하시는지 모르겠어"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이 잘 이해가 안된다는 듯 얘기한다.
"당신이 30년 다니던 직장을 새로 옮기는 거라고 생각하면 돼.
내일부터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하려면 긴장되잖아. 그거랑 비슷한 마음 상태이신 거야. 어머니는 세탁소, 슈퍼등 이 동네에 모든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잖아. "
노인 스트레스 원인 1위는 배우자의 사망, 2위는 거주지 이전이라는 통계가 있다. 시부모님이 힘들어하시는 모습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남편은 이사하는 첫 날, 새집에서 부모님이랑 같이 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