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곰사람 프로젝트)-49일 차
남편이 30년 전 입사했던 회사에 아들도 입사를 했다. 벌써 올해로 직장인 4년 차인 아들은 요즘 들어 부쩍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늘어난 업무량에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더해져, 위염이 생기고 살도 빠진 것 같다.
"아들, 잘 다녀와"
아침 일찍 출근하는 아들 뒷모습이 짠하고 안쓰럽다. 엄마인 나는 퇴근 후 집에 온 아들이 편히 머무를 수 있도록 여러모로 마음이 쓰인다.
"엄마, 피곤하고 너무 힘들어. 아빠는 어떻게 회사를 그리 오래 다녔을까. 대단해. 아빠가 집에 오면 말도 안 하고, 왜 그랬는지 이제 이해가 돼"
남편이 지금의 아들처럼 30대였을 무렵이다. 남편은 퇴근 후 집에 오면 일절 말이 없었다. 집에서 하루 종일 육아에 지친 나는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무심한 남편 모습에 화가 나서 곧 부부 싸움으로 이어지곤 했다.
나는 부부 싸움 후에는 결혼을 후회하며 냉전의 시간을 가졌다. 냉전 기간에는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도 본척만척 외면했고, 출근할 때도 잠자리에서 일어나 보지도 않았다. 아마도 그때의 남편 또한 회사에서 지금의 아들처럼 치열한 삶을 살아내고 있었으리라.
아들은 집에 와서 엄마에게 힘들었노라고 징징 대기라도 하지만, 남편은 차라리 입을 닫아버렸던 것 같다. 그래서 회사에 근무하는 오랜 기간 동안 간염을 앓고, 늘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나 보다.
오늘 밖에서 늦은 시간까지 볼일을 끝내고 온 남편에게. "오늘 고생했어요" 인사를 건넸다. 그 시절의 못 다했던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서! 내 아들이 그 시절 남편의 나이가 되어서야, 몰랐던 남편의 모습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