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음과 그침[2]- 골프가 전하는 경영 포인트 2

법망은 듬성듬성해도 빠져나갈 수 없느니라

by 나승복


골프에서 내기를 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어려운 스포츠지만 오락적 요소가 추가되면 더 흥미롭기 때문이다. 내기는 다양하면서도 기발한 종류로 골프의 흥미를 더한다. 매년 새로운 게임방식이 퍼지는 걸 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의례 내기를 고려해서 일정액을 준비해 오는 것은 골퍼의 기본이 된 지 오래다. 가벼운 내기는 너무 느슨하여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양념 정도로는 흥미를 느낄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법의 허용한계를 넘어서는 경우이다. 즉, 내기가 일시 오락에서 도박이라는 범죄로 탈바꿈하게 되는 경우이다.


기업에서 경영계획을 세울 때 특정 사업의 수익성이나 거래 상대방의 마케팅 역량 등 몇 가지 긍정적 요소에 치중한 나머지, 그 사업의 법적 요건과 절차에 대하여 심도 있는 사전 검토를 거치지 않는 경우들이 있다. 또한, 그 사업이 해외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현지 법령과 실무에 대하여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수익성과 현지 파트너의 마케팅 역량 등에 함몰되는 경우도 있다. 경영계획 단계에서 상당한 법적 리스크가 잠재되어 있는 셈이다.


도덕경(道德經)은 이러한 골퍼와 경영자에게 “천도(天道)의 그물은 광대하고 듬성듬성하지만 빠져나갈 수 없다(天網恢恢,疏而不漏, 73장)” 라고 일침을 가한다. 하늘이 정한 자연규율은 끝이 없을 정도로 넓고 큰 그물과 같아서 살며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빠져나갈 수 없을 만큼 엄정하다는 것이다. 하늘이 정한 자연규율 중 대표적인 것은 법이라 할 수 있다. 법이라는 그물(法網)은 넓고 크며 듬성듬성해 보이지만 엄정한 것이어서, 범행을 저지르거나 법적 위험이 잠재된 경우에는 그에 상응한 처벌이나 대가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덕경의 가르침과 달리, 골퍼가 일시 오락의 담장을 넘어 도박죄나 상습도박죄로 처벌받은 경우들이 있다. 2004년경, 4인은 1타당 50~100만원으로 하되 라운드 후 정산하여 계좌에 이체하기로 정한 후, 3인은 26회에 걸쳐 합계 6억여 원 상당의 상습도박을 했고, 나머지 1인은 32회에 걸쳐 합계 8억여 원 상당의 상습도박을 했다. 2인은 징역 6월, 나머지 2인은 징역 8월의 실형을 받았다(서울고등법원 2006.1.11. 선고 2005노2065 판결). 이 판결은 경계를 넘나드는 골퍼들에게 하늘의 법망(法網)은 엄정해서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경종을 울려준다. 주말 골퍼들이 내기를 할 때, 어느 정도가 일시 오락인지 고민할 수 있다. 그러나, 일시 오락과 도박은 두부 자르듯이 명확하게 선을 긋기는 어렵다. 판례는 일시 오락인지, 아니면 도박인지를 결정할 때, 직업, 도박의 시간과 장소, 가액의 정도, 가담자들의 사회적 지위나 재산 정도, 이득의 용도 등 여러 객관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니(대법원 1985.4.9. 선고 84누692 판결 등), 골퍼들이 라운드 중에 내기를 할 때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기업의 경영계획에서 수익성 요소는 다소(多少)의 문제인 반면에, 법적 규제 요소는 가부(可否)의 문제이다. 따라서, 기업이 특정 사업을 경영계획에 반영할 경우 법적 규제 문제는 수익성 문제에 비하여 훨씬 치밀하고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기업이 특정 사업의 법적 요건과 절차에 대하여 심도 있는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경영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그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법적 허용 여부나 인허가절차상의 준비사항 등으로 인하여 중대한 차질을 빚거나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심지어는 중도에 그 사업을 포기함에 따라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맹자(孟子)는 고자하(告子下)편에서 “대내적으로 법령을 준수하는 대신(大臣)과 군왕을 보좌하는 부문책임자가 없고, 대외적으로 강력한 적국과 외국의 위협이 없으면, 그러한 국가는 항상 멸망하게 될 것이다(入則無法家拂士, 出則無敵國外患, 國恒亡 / 입즉무법가불사, 출즉무적국외환, 국항망).” 라고 훈계한다. 이를 기업에 적용하자면, 기업이 대내적으로 법령을 준수하는 부문과 경영자를 보좌하는 책임자가 없고 대외적으로 강력한 경쟁상대나 위협요인이 없으면, 그 기업은 파산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중시되고 있는 ESG경영에서 ‘준법경영과 투명경영’을 위주로 하는 가버넌스(Governance) 이슈와 상통한다고 할 것이다.


하늘의 법망(法網)은 골퍼의 도박과 기업의 경영상 위법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수많은 실정법의 그물들이 우리 사회를 둘러싸고 있다. 위법행위를 한 경우에는 법망이 바로 걸러내고, 위법이 잠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위법이 드러난 때에 법망이 걸러낸다. 그러하니, 도덕경(道德經)과 맹자(孟子)의 훈계를 깊이 새겨야 할지어다.


문헌

✔ 노자(老子) : B.C.571~?, 이이(李耳), 춘추시대 초나라 사상가, 도가 시조

✔ 도덕경(道德经) : 노자가 저술한 것으로 알려짐. 도가의 경전. 노자라고도 칭함.

한자

✔ 天網恢恢,疏而不漏 – 老子, 道德經 73章

[천망회회, 소이불루 – 노자, 도덕경 73장]

천도(天道)의 그물은 광대하고 듬성듬성하지만 빠져나갈 수 없다.

✔ 網: 그물 망, 恢: 넓을 회, 疏: 드문드문할 소, 漏: 빠질 루

작가의 이전글맺음과 그침[1]- 골프가 전하는 경영 포인트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