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골퍼가 무난한 티샷과 아이언샷으로 파온을 시키면 기분이 참 좋다. 내리막 옆경사라고 하더라도, 홀까지의 거리가 3~4미터 정도라면 내심 쾌재를 부른다. 만족스런 샷에 버디찬스가 왔으니, 흥분을 자제하기는 쉽지 않다. 동반자들의 응원이 흥분의 정도를 높여준다. 그린 스피드가 3미터 정도의 내리막 옆경사인데, 조금 길었다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는 것을 망각할 수 있다. 살짝 지나가게 펏을 한다는 게 들뜬 기분을 이기지 못해 템포를 놓친다. 뜻밖에 1~2미터나 지나친다. 버디찬스의 예상밖 기분이 보기 탈피의 육중한 압박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평상시에도 1~2미터 펏을 성공시키는 게 간단치 않지만, 이러한 경우라면 훨씬 더 어렵다. 이 펏을 놓친 후 50cm 정도의 옆경사라면 그 펏도 쉽지 않다. 이 펏마저 실패하면 포 펏이라는 대형사고다. 작은 실수가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고 만 것이다.
이러한 실수에 대하여, 한비자의 명구와 백규의 고사는 개미구멍과 긴 둑을 예로 들어 경종을 울려준다.“천 장(丈)의 둑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千丈之堤,以螞蟻之穴潰).”는 것이다. 전국시대 때, 위(魏)나라 재상인 백규(白圭)는 홍수방책에 큰 성과를 냈다. 그는 평소에 제방을 쌓아 홍수를 예방하고 치밀하게 살핀 후 보수하였다. 제방에서 미세한 개미구멍조차도 발견 즉시 보수하여 적시에 홍수재해를 예방했다. 이처럼 치밀한 홍수정책을 시행하여, 위나라에서는 수재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주석 1)
천 장의 둑(千丈之堤)은 매우 긴 제방을 의미한다. 직역하자면 1장(丈)은 10척(尺), 즉 3미터 정도이므로, 천 장은 3천여 미터에 달한다. 이와 같이 크고 긴 제방이라 하더라도 미세한 개미구멍에서 시작하여 붕괴라는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즉, 원인이 사소하다고 가볍게 생각하여 소홀히 대처하다가 보수 시기를 놓쳐버린다면, 큰 사고로 확대되어 중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성어로 인소실대(因小失大)나 탐소실대(貪小失大)를 비롯하여 여럿 있다. 고금(古今)을 불문하고 그만큼 이러한 문제가 자주 발생함을 지적하면서 신중한 예방을 강조한 것이라고 하겠다. 필자도 한비자의 명구가 주는 교훈을 소홀히 하여 급하게 펏을 한 나머지, 파 펏이 더블보기로, 흔치 않은 버디 펏이 보기로 치달았던 경우가 비일비재하였다.
주말 골퍼의 경우에는 경기규정의 오해나 부지(不知)를 적당히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프로대회에서는 경기규정을 오해하거나 간과할 경우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2021년 8월, 박민지 프로는 잠정구(provisional ball) 불선언으로 큰 대가를 치른 적이 있다. 대유위니아 MBN여자오픈 1라운드 6번홀(파5)에서 두번째 친 볼이 왼쪽 OB구역에 들어간 것으로 생각했다. 잠정구 선언 없이 그 자리에서 드롭하여 쳤다. 그후, 캐디가 OB경계지점에서 원구를 찾았다. 원구를 쳐서 그린에 올린 다음 두번째 친 볼을 집어 들었다. 경기위원이 도착한 후, 원구는 분실처리하고 세번째 친 볼로 다시 쳐서 투 펏으로 마무리했다. 두번째 샷을 한 번 더 쳤으니 1벌타, 잠정구 선언 없이 원구를 쳤으니 2벌타, 세컨샷 지점에서 두번째 친 볼을 고의로 집었으니 1벌타를 받아, 한 홀에서 무려 4벌타를 받았다.(주석 2) ‘잠정구 불선언’이라는 사소한 실수가 큰 결과를 초래했다고 할 수 있다.
프로젝트나 입찰 등의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작은 실수가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고도의 완벽성이 요구되는 경쟁상황에서는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치밀한 준비와 신중한 확인 및 적시의 보완이 이러한 결과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는 길이기도 하다. 재삼 한비자의 가르침을 깊이 되새겨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