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음과 그침[8]- 골프와 리스크관리 포인트 3

손자병법은 위기에서 우회하라 한다

by 나승복

필자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종종 경기도 광주시 소재 남촌CC에서 열리는 월례회에 참석하곤 했다. 서코스 8번홀(파5, 469야드)에 이르면, 마음이 설레면서도 고민에 빠진다. 이 홀의 거리는 짧은 편이어서 티샷이 210~220미터 정도 나오면 투 온에 도전해 볼 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린이 호수에 둘러싸여 있어 두번째 샷이 약 180미터의 비거리가 나와야 되고, 방향이 정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차없이 호수에 빠지고 만다. 쉬워 보이지만 상당한 난도가 있다. 그럼에도 드라이버가 그런대로 나가게 되면 투 온에 대한 욕심이 넘친다. “그래, 지난번엔 두번째 친 볼이 호수에 들어갔지만, 이번엔 꼭 올려보자!” 라고 생각하며 호기롭게 우드를 잡는다. 설레임과 긴장감이 리듬과 템포를 흔든다. 두번째 샷이 왼쪽으로 감기거나 두껍게 쳐서 물에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네번째 샷을 위해 걸어가면서 한숨과 후회를 금치 못한다.


[남촌CC 서코스 8번홀, 2018. 8.(필자 촬영)]


손자(孫子)는 필자와 같은 골퍼에게 이런 상황에서는 우직지계(迂直之計)를 써야 한다고 훈수한다. 이에 관한 조조(曹操)의 고사도 그 가르침을 일깨워준다. 조조는 원상(袁尙) 세력을 복속시키기 위해 먼저 군대를 이끌고 북진하여 오환족(烏桓族)을 구하기로 하였다. 조조의 군대는 무종(無終, 천진 소재)에 당도하였으나, 도로가 진흙탕이어서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었다. 조조의 부하인 전주(田疇)가 서북방향의 노룡주둔지(盧龍, 하북성 소재)를 거쳐 우회하자는 묘안을 내놓았다. 조조는 그에게 우회로를 택하여 진군하도록 명했다. 전주는 경장부대를 통솔하여 노룡주둔지에서 백단(白檀, 하북성 소재), 평강(平崗, 요녕성 소재) 등의 험준한 길로 우회하여 거류성(距柳城, 요녕성 소재)까지 200여 리를 진군하였다. 조조의 군대는 원상 세력과 오환족의 수령인 답둔(蹋顿) 및 그 수하의 병졸들을 공격하였다. 원상과 답둔 일당은 참수되었고, 지리멸렬하게 흩어진 병졸들은 투항하였다. 조조의 군대는 험준한 길로 우회하는 전술로 적의 심장을 공격하여 대승을 거두었다.(주석 1) 현지상황과 전세를 치밀히 분석한 후 우회전술을 활용하여 성과를 도출한 것이다.


우직지계(迂直之計)는 손자병법 중 대표적인 계책이다. 이미 정해진 길이나 빨리 갈 수 있는 길 대신에 적군이 예상하지 않는 우회로로 진군하여 공격한다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위험성이 높은 정면공격 대신에 승리 가능성이 높은 우회공격을 중시한다. 우직지계가 최선의 계책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하면서도 치밀하게 지형이나 상황을 분석해야 한다. 아울러, 그 성과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전국책(戰國策)에서 강조한 것처럼 “가능한 지를 살핀 후 진행해야 한다(見可而進).”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만 투입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골프에서도 우직지계를 활용해야 되는 상황이 자주 생긴다. 티샷으로 상당한 거리의 계곡이나 해저드를 넘겨야 할 때나, 우드나 아이언샷의 낙하지점이 부담스러운 거리에 있을 때다. 그린 앞에 턱이 높은 벙커가 있을 때도 그렇다. 지형이나 상황을 잘 분석하는 것 외에, 자신의 비거리도 잘 고려해야 한다. 정확하게 우직지계의 수치를 산출할 수 없지만,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도모해야 한다. 이러한 방안이 스윙의 기본을 유지하거나 정신적 압박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될 수 있다. 나아가, 적시에 여러 변수를 충분히 고려하여 판단을 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자처럼 호기로 실수를 범한 뒤에 후회해도 부질없다.


손자(孫子)의 우직지계(迂直之計)는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협상이나 위험이 잠재되어 있는 경기에서도 활용해 볼 수 있다. 위험성이 낮은 우회로를 선택하는 것이 실리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으니 적시에 모색해 볼 만하다. 패스트 트랙이 능사(能事)인 요즈음, 손자의 우직지계(迂直之計)가 강조되기에 충분하다.


문헌

✔ 손자(孫子) : B.C.545~470, 손무(孫武), 춘추시대 전략가

✔ 손자병법(孫子兵法) : 손무가 저술한 병법서로 13편으로 구성됨

주석

1)故事會(2020.8.3.),成語故事之旅/兵貴神速,網易,https://www.163.com/dy/article/FJ3PS9VJ052187A0.html

한자

✔ 以迂爲直, 以患爲利 – 孫子.軍争

[이우위직, 이환위리 – 손자.군쟁]

우회로를 택하여 직선로의 목적을 이루며, 어려움을 유리하게 전환하다.

✔ 迂: 우회할 우, 直: 곧을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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