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17] 골프장에서 골프클럽가방을 도난당하다니

도난사고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by 나승복

L씨는 1990년 서울시 성동구에 있는 뚝섬골프장에서 중고 골프클럽 13개가 든 가방을 분실하였다. L씨는 위 골프장 운영단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이는 소액사건이었음에도 치열한 공방을 거치며 항소심까지 가게 되었다. 그 소송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서울민사지방법원의 판결(1991. 3. 20. 선고 90나24290) 요지를 토대로 위 사건의 전말과 소송결과를 살펴본다.


L씨가 그날 위 골프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3년 정도 사용한 골프클럽 13개가 들어 있는 가방을 위 골프장 현관 내의 골프클럽가방 거치대에 놓아둔 후 샤워를 하러 간 사이에 도난당하였다.


위 골프장은 대중제 골프장인 공중접객업소로서 1일 700 내지 800명 정도 되는 골프장이용자 외에도 1층 식당을 이용하는 사람들로 항시 붐비는 상태였다. 따라서, 위 골프장 운영단체로서는 이용자의 골프용품 등의 분실이나 도난을 방지하기 위하여 경비원의 수를 늘리거나 현관의 거치대에 잠금장치를 해서 이용자들의 용품이 도난당하는 것 등을 방지하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골프장 운영단체는 이를 다하지 아니하여 L씨가 위 골프클럽을 도난당하였다.


L씨는 골프장 운영단체가 이용자의 골프용품 등에 관한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과실로 인하여 위 골프클럽을 도난당하였으니 골프장 운영단체에게 상법 제152조 제2항에 따라 위 골프클럽의 시가 상당액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하여, 위 골프장 운영단체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다투었다. 즉, 위 골프장은 대중골프장으로서 회원제로 운영하는 일반골프장과는 달리 이용객들은 캐디 없이 스스로 운반용 카트에 골프클럽을 실어 끌고 다니면서 운동을 하는 등으로 모든 골프용품의 보관에 골프장 운영단체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또한, 위 골프장의 현관 구내와 접수대 및 1번홀 입구 등에 골프클럽가방의 보관, 관리는 본인이 하여야 하고 분실 시 책임지지 않는다는 취지의 안내문을 게시하였다.


[Lao GC, 비얀티엔, 라오스, 2017. 1.(필자 촬영)]


법원은 위 골프장 운영단체가 골프장 내 여러 곳에 위와 같이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안내문을 게시한 사실이 있기는 하나, 상법 제152조 제3항에 따라 위 게시만으로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으며, 위 골프장의 이용객인 L씨가 공중접객업자인 골프장 운영단체의 시설 내에 휴대한 물건인 위 골프클럽을 골프장 운영단체의 과실로 인하여 도난당하였으므로 피고측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다만, 법원은, 위 도난사고 당시에 L씨는 위 골프장을 40 내지 59회 정도 이용한 사람으로서 위 분실사고에 대한 골프장측의 안내문을 알고 있었으므로 위 골프클럽가방을 두고 자리를 비울 때에는 골프장 운영단체의 근무자들에게 보관을 요청하는 등 도난방지조치를 취하지 않고 위 거치대에 위 골프클럽가방을 놓고 샤워를 하러 간 과실을 인정하였고, 그 과실비율을 50%로 정함이 상당하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위 골프장이 회원제 골프장과 달리 대중제 골프장이라고 하더라도, 공중접객업소인 위 골프장 운영단체는 골프클럽의 보관하여 주의를 게을리하지 아니한 이상 상법상 물건의 보관책임을 부담하여야 하고, 위 골프장에 도난이나 분실에 대한 면책 안내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이 도난사고의 발생원인이 골프장 운영단체와 골프장 이용객의 과실에 있기는 하나, 그 근본적인 원인은 골프클럽의 절취행위에 있다. 따라서, 그 행위자인 절도범의 죄책이 어떻게 추궁되어야 할 것인지 문제가 남는다.


도덕경(道德經)은 이러한 절도범에게 “천도(天道)의 그물은 광대하고 듬성듬성하지만 빠져나갈 수 없다(天網恢恢,疏而不漏, 73장).”고 일침을 가한다. ‘천도(天道)의 그물’ 중 대표적인 ‘법의 그물(法網)’은 넓고 크며 듬성듬성해 보이지만 엄정한 것이므로, 이와 같이 골프클럽을 훔친 경우에는 그에 상응한 처벌이나 대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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