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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감정이 주도하는, 감정으로 가득 찬 여정
미국 대선 캠페인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여러분이 보는 미 대선은 어떤 이미지인지요? 저에게 미 대선이 주는 이미지는 ‘미국도?’입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주말 에세이를 통해 미 대선 이면에 있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긴 기획보도를 했습니다. 그 이전에 미국 심리학 협회는 미국인들의 가장 흔한 스트레스 요인을 다가오는 대선이라 밝힌 바 있습니다. 스트레스의 실체는 국가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미 대선 이틀을 남기고 나온 보도에서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 대선 캠페인을 이성보다 감정이 지배하는 유세, 감정에 의해 주도되고 감정으로 가득 찬 여정이라고 표현합니다. 퓨리서치(Pew Research)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미국 유권자등은, 다른 정당의 지지자들을 더 편협하고 부정직하고 부도덕하며 심지어 지능이 낮다고 믿는다고 합니다.
SNS, 감정에 충실한 알고리즘
사실 우리는 어떤 합리적인 이유로 투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생각의 이면을 자세히 드려다 보면 합리적인 이유라는 것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979년까지 영국에서는 대다수가 계층에 따른 투표를 했음을 지적합니다. 자신의 존재에 근거해서 투표를 했다는 말입니다. 소위 계층투표, 계급투표입니다. 가난한 사람은 진보적인 정당에, 부유한 사람은 보수적인 정당에 투표하는 식이지요. 그러나 지금은 소셜 미디어가 사랍들의 감정적 반응을 확대하고 증폭시키면서 이런 투표 경향을 바꾸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그리고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점점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글만을 올려줍니다.
문제는 감정이 아니라, 적대감 혹은 증오
물론 선거에서 감정적인 선택을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감정 역시 나름의 합리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적대적인 태도입니다. 우리가 상대방을 감정적으로 보는 것은 어느 면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이 상대에 대한 적대감이 되고, 감정이 증오로 채워진다면 그것은 문제입니다. 이런 변화가 정치의 영역에서 점점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7월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이 승리할 때, 노동당에 대한 사랑보다 보수당에 대한 증오가 승리의 원동력이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선거에서 좌절하면 경로 밖으로 이탈할 가능성
이 글에는 영국 정경대학(LSE) 정치학 교수인 브루터의 발언을 소개하고 있는데, 브루터 교수는, 지금 사람들은 정치의 '양극화'를 걱정하는데, 현대 정치의 풍경은 양극화를 넘어 '적대감'이 중요한 특징이라고 말합니다. 이어서 브루터 교수는 지금 사람들의 적대감은 다른 당파의 유권자에 대한 증오의 차원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투표를 통해 자신의 좌절과 불행을 표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사람들은 정규적인 민주적 경로 밖에서 이를 달성하려고 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선거 제도는 그런 유권자를 다룰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치적 적대감이 일상생활에 스며들고 사람들의 삶을 점점 지배해 가는 상황, 영국, 미국을 넘어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입니다.
사진 출처: 한겨레신문(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