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햇살

만화 내 어머니 춘양댁(1919~1994) 12 "모내기"

by 미르

모내기는 크나큰 행사

우리 동네 거의 모두가 농부였다. 6월에 논농사가 시작되었다. 집집마다 모내기를 준비하느라고 마을의 공기가 들떴다. 아버지는 보리를 베어낸 밭을 소를 몰아서 쟁기질을 하여 땅을 뒤집었다. 그리고 흙덩어리를 곡괭이로 부수었다. 밭둑을 허물어서 봇도랑에서 밭으로 물을 들였다. 물이 며칠 땅에 스며들여 부드러워지면 써레질을 해서 평평하게 만들었다. 마침내 밭이 논으로 바꾸어진 것이었다. 모판에서 자란 모를 한 춤(세 줌)씩 뽑아서 묶어서 논으로 운반해 두었다.


모내기 날은 나에게는 축제

농촌의 일상은 큰 이벤트가 없었다. 풀과 나무와 구름과 바람이 보이는 풍경의 대부분이었다. 가족과 친구들과 매일매일 똑같은 활동을 반복하였다. 그렇게 지내다가 모내기를 하는 날이면 나에게는 작은 축제 같았다.

일 거들러 오는 이웃 아주머니들, 모내기를 하러 모인 동네 아저씨, 오빠들로 마당은 법석대었다. 부엌에서는 생선지지고 고깃국 끓는 냄새가 나를 행복하게 했다.


생동감 넘치는 들판

들판에는 힘이 넘치는 농부들의 걸쭉한 목소리가 울렸다. 농요를 부르는 농악패도 왔다. 노래를 불러서 장단을 맞추고 기운을 북돋우는 것이다. 엄마를 도와 들판으로 새참을 날랐다. 들판에서 그늘에 앉아 먹는 새참은 세상 어느 음식보다도 달고 맛있었다.


맹꽁이 소리 들리는 여름밤

분주한 하루가 끝나면 식구들과 마당 멍석에 앉아 국수를 먹었다. 두 그릇을 먹어 배가 함지박처럼 부르면 세상 행복했다. 어둠이 내리면 논에서 들리는 수백 마리의 맹꽁이 소리가 내 귀를 아프도록 울었다. 오늘은 그 맹꽁이들이 그립다. 잘 있니, 맹꽁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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