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내 어머니 춘양댁(1919~1994) 13 "홍수"
섬광 번개 천둥 폭우
번갯불에 살이 델까 걱정했다. 천둥에 고막이 터질 것도 같았다. 폭우는 집을 물에 잠기게 할 듯했다. 그런 날과 밤이 지나면 잠시 비가 멈췄다. 우리 집 옆을 흐르는 봇도랑 물 흐르는 소리가 콸콸 들렸다.
물 구경
친구들이 "물 구경" 가자고 제안했다. 따라나섰다. 아랫마을 대부분이 마당과 부엌에 물이 가득 찼다. 무거워서 들기도 힘들 항아리 여러 개가 물에 가볍게 둥둥 떠 다녔다. 닭들은 횃대에 앉아 눈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볼거리가 넘쳐났다. 드디어 운곡천에 다다랐다. 태어나서 가장 크게 움직이는 물체를 보았다. 홍수였다. 이쪽 편 강둑과 저쪽 편 강둑까지 황토물이 거의 강둑까지 가득 차서 넘실대며 흐르고 있었다.
부유물
사과 목숭아가 동동 떠내려 갔다. 뿌리 뽑힌 나무들이 여럿 떠내려 갔다. 돼지우리와 돼지가 같이 떠내려 왔다. 벌목해서 쌓아둔 통나무들이 떠내려 왔다. 청년 한 사람이 헤엄쳐 들어가서 통나무를 묶자 강변에서 친구가 밧줄을 당겨서 끌어내었다. 청년들이 참 대단해 보였다.
홍수 후
홍수로 흐트러졌던 우리의 생활은 비가 그치면서 안정을 찾아갔다. 한두 달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삶은 "지금"이 중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