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내 어머니 춘양댁 2 "천자문"
천자문 소녀
내 어머니 임금순(1919~1994)은 6살 무렵 할아버지에게서 천자문을 배웠다. 더 나이 든 사촌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 나름대로 꾀를 쓰기도 하였다. 이어서 소학교에 입학하여 2년을 수료하였다. 70년대까지 신문에는 한자가 10퍼센트 정도 섞여 나왔다. 어머니는 신문에 나온 한자를 반 정도 이해하시는 듯했다.
교육이 부족한 어머니였을까?
내가 명색이 대학생이 되었을 때, 하루는 어머니가 해와 달에 대해 물으셨다. 나는 의욕적으로 지동설과 만유인력에 대해 설명을 해 드렸지만 어머니는 전혀 따라오지 못하셨다. 나는 교육이 부족한 어머니가 안타까웠다. 초등학교 2년간 도대체 무엇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일까?
지식인 임금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머니는 동시대인들 중에는 지식인이었다. 해방직후 우리나라의 문맹률이 80%였다. 이웃사람들이 때때로 사돈댁에 보내는 혼서지를 부탁해 왔다. 어머니는 붓으로 한지 두루마리를 꽉 채워서 글귀를 적어내려 갔다. 그 어머니의 한글서예가 그때는 하찮게 여겨졌다. 방구석에 굴러다니던 여벌의 혼서지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니 그것은 어머니의 학식이 묻어나는 서예작품이었다. 참으로 귀하고 값어치 있을 어머니의 글을 다시 한번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