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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신난다 Oct 18. 2022

월병

내가 월병을 사러가는 이유를 말해 줄게.

9.<월병>

얼마전 월병을 선물로 받았다. 고마운 선물이다. 이 것을 몇 몇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한 개를 남겨서 먹어 볼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한 입 베어 물었다. 역시 실망이다.     

내 마음에는 멋진 월병이 있다. 어릴적 우리집은 풍성한 가을 추석에 월병이 들어 있는 상자가 몇겹으로 첩첩 쌓여 있었다. 그래서 추석 때는 당연히 먹는 음식인 줄만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 누군가가 그 것은 추석에 중국인들이 먹는 것이란다. “왜 우리는 추석에 저 많은 월병을 먹지?”라고 질문을 하면 자세한 대답을 해 주는 어른은 아무도 없었다. 도대체 왜일까? 무슨 비밀이 있는 것일까?

나는 혼자 여기저기의 단서들을 모아 미스테리의 퍼즐을 맞추기 시작 했다.

첫 째 단서 언젠가 할아버지가 중국에 잠깐 사셨었다는 것을 들은 일이있다. 둘째 그렇다면 우리의 조상은 중국인이었었나?

 우리집은 할아버지가 저녁을 드실때는 모든 가족들이 같이 앉아 식사를 했다. 아무리 배가 고프다고 이야기 해도 가장 어른이신 할아버지가 들어오지 않으시거나 식사를 안하시면 우리는 저녁 밥을 먹을 수 없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저녁시간이 시작 되었지만 바로 밥을 먹을 수 없었다.

뱃속에서는 천둥처럼 들리는 ‘꼬로록’ 소리가 들리지만 아직은 먹을 수 없다. 신숭겸의 34대손이며 평산 신씨라는 이야기를 하신 후 찌개를 한 수저 뜨시면 드시어 저녁식사 시작. 이 이야기는 몇 백번도 더 들었던 같다. 그렇다면 어찌 된일인가?  일제 점령기에 할아버지는 상해에서 독립운동을 하셨던 것이 틀림 없다고 생각 했다. 그래! 역시 나의 고조부는 나라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셨던 것이 틀림이 없다고 생각 했다. 나는 그런 조상의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런데 역사를 배우면서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모르는 비밀스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 했다.    

우리 가족은 월병을 좋아해서 추석이 아니더라도 월병을 자주 사먹었다. 아버지는 월병을 사오시는 담당이었다. 가끔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가 주셔는데 그 가게 안은 온통 붉은 색의 종이와 상자가 가득한 곳이었다. 아버지는 이름이 이상한과자이름을 잘도 아셨다. 아버지와 나는 몇 가지의 과자를 사서 집으로 가지고 왔다. 그 과자들은 저녁식사 후 과일과 함께 먹을 후식이 되었다. 나는 안에 대추가 들어있는 월병을 좋아 했는데 아버지는 나에게 이것을 주셨다. 아버지를 따라 월병사러가는 일은 즐거운 일이었다.


   


내가 여렴풋이 증조부가 독립운동군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때쯤 막내 고모의 생생생한 증언으로 나의 미스테리퍼즐은 끝이났다.

“우리집이 인쇄소를 했잖아~ 옛날에는 인쇄기계가 많지 않은 때 였거든, 그래서 추석이 되면 월병가게에서 선물을 그렇게 많이 보낸거야, 박스 인쇄 빨리 해 달라고....”

“뇌물.............................”

뭐 그래도 월병은 우리가족의 소중한 과자였다.

그 월병 가게는 너무도 고맙게 아직도 문을 열고 성업 중이다.

아이와 함께 월병 가게를 갔다. 각각의 다른 종류의 월병을 사서 가족들이 함께 먹었다. 준영이도 나 처럼 추억이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    


나는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을 때 기꺼이 명동까지 가서 월병을 사서 선물을 한다. 월병을 사러 가는 길도 오는 길도 그 과자를 포장 하는 시간도 모두 행복하다. 그러니 선물을 받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어느 날 이었다. “경숙씨 그 과자 저는 주지 마세요. 저는 그 과자 잘 못 먹겠어요.”

나는 깜짝 놀랐다. ‘what?"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너무 놀랍고 섭섭해서 어떻게 대답 해야할지 몰랐다. ‘ 디스 이즈 월병’

생각 해보니 월병은 조금 기름진 과자이기는 하다.

그리고 이것은 나에겐 아주 특별한 것이지만 선물을 받는 입장에서 월병과 함께한 추억이 없으니 맛에 대한 그의 주관적 판단을 했을 것이고, 나는 이것을 어릴적 기억과 함께 먹으니까 항상 맛있는 과자라는 주관적 판단을 했을 것이다.

그 후로는 좋아 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감안 하여 선물하는 일은 조금 줄였다.    

음식은 대부분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맛이 없는 음식은 없다. 입맛에 안 맞는 음식일 뿐이다.    

여전히 월병을 사러 가는 날은 가슴이 설레인다.

내게는 맛이 있을뿐 아니라 마음의 힘이 필요할때 달려가서 사는 과자이다.

“안에 대추고가 들어있는 것으로 두 개 주세요”라고 말하고 이렇게 쓴다.(오늘은 아버지가 보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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