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신난다 Aug 01. 2021

<골목길 2>

골목길 접어들 때엔.... 내 마음도 뛰고 있었지....

   


 레시피의 위치는 코너이다. 그러니까 세면이 골목에 접해있다. 길 한쪽은 막 다른 길이어서 대문 앞은 공간이 생긴다.

놀기 좋은 날은 아이들이 레시피 대문 앞에 돗자리를  편다.

어디서 났는지 꽃무늬 우산, 핑크 우산도 있다. 그 우산 안에서 아이들은 뭔가 놀이를 하고 있다.

내가 궁금해서 대문을 빼꼼히 열면 아이들은 나에게 이야기한다.

“아줌마 문 좀 닫아 주세요.”

“그래. 아줌마 이 쪽으로 지나가고 문 닫아 줄게.”

난 지나가는 척하면서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노는지 슬쩍 구경한다.

아이들은 클래식한 놀이를 하고 있다. 엄마, 아빠. 아가.... 엄마는 아빠에게 낮잠을 자지 말라고 잔소리를 한다. 웃음을 감출 수가 없어서 웃어버리고 말아 버린다. 그러면 새침한 표정의 아이는 돌아 앉고는 바로 꽃무늬 우산의 방향을 바꾼다.    


레스토랑의 대문을 열면 아이들이 대문 밖에서 놀이하는 모습이 보인다. 익숙하지 않은 레스토랑 밖의 모습이다.

여름 이 되면 동네 아이들이 나와서 축구도 하고 술래잡기 놀이도 한다. 왁짜 지껄하다.

식사를 하시던 손님은

“이 동네는 참 다르네요. 저렇게 밖에서 노는 아이들을 요즘은 보기가 어려워요. 참 신기하네요.” 아이들이 식당의 안을 보는 건지 손님들이 아이들의 구경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거의 매일 골목에서 신나게 놀곤 했는데, 우리 집 아이는 어떻게든 그 사이에 끼어 놀고 싶어 했다.

하루는 아이들 몇 명이 레시피로 들어왔다. “ 아줌마 여기 가면 아이스크림 준다고  어떤 쪼끄만 애가 그러던데요?” 여기서 쪼끔 한 애는 우리 집 애다.

“그래? 자 여기 있다. 한 컵씩 줄게.”

“더 주세요.”

동네 아이들과 우리 집 꼬맹이는 그 아이스크림을 신나게 먹으면서 왁자지껄 수다를 떨다가 밖으로 나가서 다시 놀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신나게 떠드는 소리 깔깔거리면서 웃는 소리, 뭔가 의견이 맞지 않았는지 큰소리로 이야기도 한다.

잠시 후 아이가 울면서 들어왔다.

“엄마 형아들이 아이스크림만 먹고 갔어. 응앙!”

“어머나 준영이가 놀고 싶었는데, 형아들이 갔구나.” (하하하하 친구는 아이스크림으로 만들 수 없단다.)    

    

또 한 번은 아이들이 배가 고팠는지 빵이 먹고 싶다고 왔다. 때마침 만든 스펀지케이크가 있어서 그것을 주었는데 아이들은 흰 우유와 참 잘도 먹었다.    


더운 여름이 되면 레시피의 작은 마당의 수도에서 물을 틀어 서로 물을 뿌려 옷을 전부 적시고 물놀이 공원에 놀러 온 것 부럽지 않게 시끌벅적 논다.

신나고 재미있게 노는 것이 미안한 아주 작은 마당이다.

아아 들은 노는 재주가 있는 천재들이다.


참 재미있는 시간들이었다. 어느 날 그 무리의 두 아이는 세종시로 이사를 갔고, 얼마 후 다른 아이들도 이사를 간다고 인사를 했다.

아이들에게 예전에 쓴 책인 '효자동 레시피'를 선물로 주었다.

아이들이 커서 이 골목에서 놀았던 것을 재미있게 기억하면 좋겠다.


지금 그 골목에는 아이들 대신 한복을 입고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로 채워져 가고 있다.

그때 그 아이들은 온 힘을 다해서 열심히 신나게 놀았다.

시끌시끌한 이야기 소리와 웃음소리에 온 동네가 잔치하는 동네 같았다.

그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그립다. (아이들도 보고싶다.)

작가의 이전글 시간과 시간 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