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여름 : 치앙마이에서 친구와 보낸 30일
연말과 새해가 걸친 기간에 해외에 갔을 때 좋았던 점은, 그 나라의 크리스마스분위기를 구경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태국에 갔을 때에는 이제 막 새해가 시작되었을 때였고, 아직 크리스마스의 분위기가 남아있었다.
가게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고,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는 선물상자들이 놓여져 있었다. 귀여운 동물 조각상들이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고, 벽에는 빨간색과 초록색의 장식품들이 걸려있었다. 카페, 소품샵, 식당.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득한 그런 분위기를 우리는 무척 좋아했다. 매일 여름인 곳의 크리스마스라니. 말로만 듣던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가 이런걸 말하는 걸까 싶었다. 반팔티를 입고 태양이 뜨거운 날에 마주친 크리스마스트리는 생소하지만 반가웠다.
우리가 좋아하는 카페에도 역시 크리스마스분위기가 한창이었다. 숙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의 카페였다. 그 카페의 코코넛케이크가 정말 맛있어서, 우리는 거의 하루에 한 번씩 갔었다. 라떼와 함께 코코넛케이크를 먹고 있다가 운이 좋다면 고양이가 다가와주는 그런 카페였다. 턱시도를 멋지게 차려입은 정중한 고양이였다. 우리는 그 고양이를 코코넛케이크만큼 좋아했다.
그 카페에는 사장님과 직원 분들도 아주 친절했다. 길치인 우리가 지도를 보지 않고 숙소에서 카페를 찾아갈 수 있게 됐을 쯤이었다. ‘안녕하세요’, ‘코코넛케이크 주세요.’, ‘감사합니다.’ 만 하던 우리는 ‘이것은 치앙마이에서 제일 맛있는 코코넛 케이크입니다.’, ‘이것은 태국에서 제일 맛있는 코코넛케이크입니다.’라고 할 수 있게 되었고,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하시던 사장님께서는 ‘오, 안녕하세요. 오늘 하루 어떠셨나요.’ 라고 인사를 해 주셨다.
나와 내 친구는 쑥스러움을 잘 타지만, 좋아하는 가게 사장님과의 이런 작은 친밀감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예전에는 이런 적도 있었다. 친구의 집 근처에 있는 카페를 한창 자주 갔을 때에는, 사장님께서 갑자기 포장된 봉투를 챙기시더니 우리 테이블로 오셔서 ‘배달 다녀오겠습니다~’ 하곤 그대로 나가셨다. 뭐라고 하겠는가. 가지말라고 할 순 없으니 ‘예~ 다녀오세요~’ 했다. 카페에는 우리 둘 뿐이었다. 저렇게 먹음직스러운 디저트가 진열대에 있는데도 우리만 두고 가다니. 어떻게 안심을 하는 걸까? 위험한 상황인데. 우리는 그 뒤로 들어온 손님들에게 사장님이 잠시 외출중이고, 곧 돌아오실 거라고 말해주었다. 뭔갈 찾는 사람들에게 그건 저기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행히 사장님은 금방 오셨다.
나는 코코넛케이크 카페의 친절한 사장님께도 약간의 내적 친밀감을 가지고 있었다. 치앙마이 최고의 코코넛케이크를 만드는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문제는, 좀 전에 말했듯이 내가 쑥스러움을 탄다는 것이었다. 태국어로 간단한 인사를 한다면, ‘안녕하세요’ 는 ‘사왓디카’, ‘감사합니다’는 ‘코쿤카’ 인데, 나는 종종 이 인사가 헷갈리곤 했다. 케이크를 받으며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사왓디카(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면 부끄러웠고, 당황하게 됐다. 친구는 내 그런 모습을 지켜보곤 나에게 교욱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잘 들어. 이건 내가 사왓디카랑 코쿤카를 배운 방법이야.”
“뭔데?”
“인 ‘사!’ 합니다! ‘사왓디카!’, ‘코!’ 맙습니다! , ‘코!’ 쿤카!”
강조점을 딱딱 짚는 친구의 모습이 머릿속에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친구의 교육은 생각보다 효과적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헷갈리는 빈도수가 줄어들었으니까. 어쩌면 틀릴 때 마다 ‘잘 들어. 이건 내가 사왓디카랑...’ 하며 재교육을 무료로 무한반복해준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공식을 가르치는 무서운 수학선생님같긴 했지만, 난 헷갈리려고 할 때마다 속으로 중얼거리곤 한다.
인사는 사왓디카, 코맙습니다 코쿤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