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 모어 스윗, 모어 로맨틱.

매일 여름 : 치앙마이에서 친구와 보낸 30일

by 땅콩


일일 쿠킹클래스는 우리가 치앙마이에 오기 전에 ‘하고 싶은 일 리스트’ 에 올려둔 일 중 하나였다. 그런 만큼 우리는 친구와 나는 아침부터 들뜬 기분이었다. 오전부터 시작하는 쿠킹클래스에 가기 위해 친구와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숙소 앞에 온 썽태우를 탔다.

“먹는 것만 진짜 많이 해봤지, 만드는 건 처음이다. 그치?”

“맞아, 맞아.”


팟타이는 당연히 만들어봐야 하고, 치앙마이 대표 음식인 카오소이도 만들어봐야 하고. 우리는 다양하게 먹어보고 싶으니까 각자 다른 걸 만들어서 나눠먹자고 합의를 했다. 우리가 만들어서 먹는 건데도 어쩐지 뷔페에 가는 것처럼 신이 났다.


시장에 들려서 태국의 식재료를 간단히 둘러보고, 우리는 곧 우리가 요리를 배울 교실에 도착했다. 레몬그라스, 강황 등 식재료가 심어진 푸른 텃밭이 있어서 마치 정원 속 교실처럼 느껴졌다.



교실에 도착해서 각자 하고 싶은 요리에 표시를 하고 기다리자, 곧 오늘의 요리선생님께서 교실로 들어오셨다. 아주 밝게 반갑다는 인사와 함께 간단한 소개를 마친 선생님께서 재료를 소개하시곤 자리를 배정해주셨다.


그렇게 수업이 시작되고, 친구와 나는 선택한 요리들의 재료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절구가 놓여 있을 때 예상할 수 있었다. 재료를 절구를 이용해서 빻게 될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생각보다 더 묵직한 절구의 무게에 나는 조금 당황을 했다. 당황한 채 나도 모르게 친구를 쳐다보자, 친구 역시 어금니를 꽉 물고 절구에 놓인 재료를 빻는게, 나와 입장이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두 손으로 돌로 된 방망이를 들고 절구에 놓인 재료를 둔탁하게 빻고 있는 내게 선생님은 박자를 맞추듯 박수를 쳐 주셨다.


“돈 스탑~ 돈 스탑~ 오케이~”

응원과 훈련 그 사이 쯤의 박수 같았다.

재료 손질이 끝나자, 선생님께서는 그 재료들로 요리를 하는 법을 알려 주셨다. 가르쳐 주시는 대로 따라해 보려고 애를 쓰자, 어느 순간 내가 만드는 요리가 내가 알던 그 태국 음식과 비슷한 모양새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에 흥분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야, 너 태국요리 진짜 잘한다. 야, 너야말로 진짜 태국 요리사같다. 친구와 이런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좀 쑥스러워졌다. 선생님께서 우리의 말을 해석하실 수 없으셨으면 좋겠다고 잠시 생각했다.



요리를 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던 선생님께서 손에 무언갈 들고 오셨다. 요리 재료로 보이는 것이 들어있는 통을 보여주며 선생님께서는 사람들에게 ‘더 매운 맛을 원하나요?’ 라고 물어보셨다. 그 재료를 넣을까, 말까. 얼마나 넣을까 고민하는 우리에게 선생님께서는 웃으며 말씀하셨다.


“모어 핫, 모어 섹시.”

모어 핫, 모어 섹시라니. 태국 음식의 비법이었던 걸까? 태국음식은 역시 섹시 푸드였던 것이다. 하지만 좀 전에 많은 양을 넣은 외국인이 자신의 음식을 맛보건 얼굴이 점점 빨개져가는 걸 봤기 때문에 우리는 조금씩만 넣기로 했다.




음식이 완성되었다. 나의 팟타이와 똠얌꿍, 친구의 그린커리와 카오소이가 완성되어 식탁으로 옮겨졌다. 사실 요리에는 재능이 없는 편인 내가 이런 외국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우려와 달리 알아볼 수 있을 법한 모양새로 완성되어 무척 신기했다.


음식이 완성된 후에는, 디저트를 만들어 볼 시간이었다.


디저트는 친구와 내가 아주 좋아하는 망고스티키라이스와 태국 밀크티였다. 나는 태국 음식 중에서도 망고 스티키라이스를 가장 좋아하는데, 어느 정도로 좋아하냐면 이걸 먹으러 태국에 왔다고 해도 완전한 거짓말은 아닐 정도로 좋아한다. 우리는 연유를 넣은 코코넛우유에 찹쌀밥을 넣고, 졸여지길 기다리며 조심스럽게 휘저었다. 코코넛우유, 연유, 그리고 찹쌀밥. 보통 밥도 아니고 쫄깃쫄깃한 찹쌀밥. 언젠가 태국 가이드분께서 ‘망고스티키라이스 많이 먹으면 살이 너무 많이 쪄요.’ 라고 말해 주셨을 때, 친구와 나는 재미있는 농담이라는 듯 웃었었다. 하지만 들어가는 재료를 보니 그 말은 진담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망고스티키라이스를 가장 좋아한다. 점점 졸여지는 밥에서 우리가 망고스티키라이스를 먹을 때마다 맡았던 그 향이 났다.

망고스티키라이스를 만들고, 이제 마지막으로 태국 밀크티를 만들 차례였다. 우유에 연유를 넣어보라고 하시던 선생님께서는 비밀을 알려 주시겠다고 하셨다.


“모어 스윗, 모어 로맨틱.”


그 말은 정말이었다. 그렇게 연유를 잔뜩 넣어 만든 태국 밀크티의 맛은, 사람을 다정하게 만드는 달콤한 맛이었다.



디저트까지 전부 만들어보고, 우리는 완성된 요리가 있는 식탁에 앉았다.


드디어 우리가 만든 요리를 먹어 볼 시간이었다. 내가 만든 음식과 친구가 만든 음식을 함께 놓고 나눠 먹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우리가 좋아하는 팟타이를 맛 보았는데, 의외로 식당에서 먹었던 맛과 비슷한 맛이 났다. 늘 동영상이나 밀키트설명서에 나와있는 그대로 따라해도 어딘가 부족한 맛을 냈던 내게 이것은 아주 의외의 일이었다.


“너무 맛있다! 진짜 식당에서 먹었던 그 맛이다.”

“너가 만든 카오소이도 진짜 맛있어. 카오소이 님만에서 먹었던 거랑 똑같은 것 같아.”


우리는 서로가 만든 음식을 먹어보며 신기해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너 같이 먹기로 해 놓고 왜 내 똠얌꿍 한 입만 먹고 안 먹어? 그것도 똠얌꿍은 국물요린데 새우 집어서 국물 탈탈 털어내고 먹는 건 무슨 의미야?”

“야, 니도 아까 내가 만든 그린커리 한 입 먹고 안 먹드만. 저거 봐. 밥에 그대로 있네.”


물론 아닌 요리도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나는 역시 이런 수업에서는 자기주장을 딱 접고 하라는 대로, 넣으라는 만큼만 적당히 넣는 것이 좋겠다. 부드러운 맛을 좋아해서 재료에 욕심을 부렸더니 느끼한 똠얌꿍이 만들어져 버렸다. 하지만 후식으로 먹는 망고스티키라이스와 밀크티는 선생님께 배운 그대로였다.


‘모어 스윗, 모어 로맨틱’ .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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