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 몬쨈에서 생긴 일

매일 여름 : 치앙마이에서 친구와 보낸 30일

by 땅콩


치앙마이에 오기 전부터 계획했던 몇 가지 중 하나는 몬쨈투어였다.


그건 친구가 제안했던 투어였다. ‘고지대에 있는 곳인데, 꽃도 피어있고 풍경이 엄청 예쁘대!’ 가이드님을 만나러 가며 친구는 내게 설명했다. 그렇게 숙소 주차장에 도착해서 핸드폰화면과 주변을 번갈아보며 두리번거리는 우리에게 아주 상냥한 미소를 띈 귀여운 여성분이 손을 들고 흔들어 보이며 다가오셨다. 바로 우리의 일일 가이드님이었다.

투어는 일일 가이드님이 운전을 하시며 우리 두 사람을 안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약 반나절동안 우리가 원하는 관광지를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마지막에는 원하는 장소에 내려주시겠다고 하셨다. 가이드님은 한국어가 아주 유창한 태국분이셨다. 한국어가 이렇게 유창한 태국분과 함께 있는 것은 우리에겐 아주 귀한 기회였다. 치앙마이에서 지내면서 궁금하지만 지나칠 수 밖에 없던 것들이 많았는데, 드디어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요즘 길에 저런 포스터가 아주 많던데, 선거포스터인가요? 요즘 투표기간인가요? 한국이랑 포스터 느낌이 비슷하네요! 저 과일은 뭔가요? 달콤한가요? 길거리에 많이 보이던데, 궁금했어요. 저긴 딸기밭인가요? 귀여워요. 귀여워요는 태국어로 어떻게 말하나요?



귀여운 딸기밭을 지나고 얼마지나지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몬쨈의 첫 인상은, 생각보다 쌀쌀하다는 것이었다. 친구가 고지대라고 설명했을 때 예상했었어야 했는데! 태국의 따뜻한 날씨에 익숙해져 있어서 미처 겉옷을 챙겨오지 못한 걸 약간 후회했다.



입장권을 구매하고 걸어들어가자, 온통 초록색인 세상이 보였다. 하늘색과 초록색이 가득한 광경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 초록색 세상에서 조금 더 걷자,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이 나타났다. 아주아주 커다란 그네였다. 야. 친구가 내 팔을 잡았다. 야, 타봐. 뭐? 너 저거 타봐. 니가 먼저 타봐.



가위바위보에서 진 내가 먼저 탔다.


더 높게 타봐! 안돼, 무서워. 더 높게 타야 사진 이쁘게 나와! 야 너 여기 앉아봐, 얼마나 무서운지. 나 믿고 좀 더 높게 타 봐! 너 뭐 믿고, 내가. 너 떨어지면 내가 사람 불러주지, 안 불러주겠어?

우리 둘은 그네를 우정테스트처럼 탔고, 둘 다 낙방이었다.


그네를 타고 꽃도 구경한 뒤, 다시 출구로 나온 내 친구의 눈에 무엇인가 들어왔다.



나무로 된 카트로 보이는 것이었다. 친구가 그걸 가리키며 물었다. “저거 루지같은거 아닐까?” 보기만해서는 어떤 것이 브레이크고, 어떻게 방향을 바꾸는지 감이 안 오긴 했지만 바퀴가 네 개 달린 점에서 루지와 비슷해 보이긴 했다. 그래서 친구의 말에 그래, 루지같다. 라고 동의를 하자, 친구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그럼 우리 저거 타자.


“타자고? 난 좀 무서운데...”

“너는 내 뒤에 타면 되지!”

“심지어 둘이 같이 타자고...?”


선뜻 결정을 못 하는 내게 친구는 자기를 믿어보라고 졸랐다. 무척 타보고 싶어 하는 것이 눈에 보여서 나도 그래, 그럼 나는 뒤에 탈게. 라고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나무루지를 타기로 결정하자, 가이드님은 매표소의 직원분과 대화를 하고 표를 구해 주셨다.


“저 쪽으로 가서 트럭을 타면 돼요!”


가이드 언니가 가리킨 방향에는 우리처럼 루지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럭이 도착했다. 트럭을 타고 산을 올라간 뒤, 그 곳에서 나무루지를 타고 내려올 것이라고 했다. 트럭에는 팀 수에 맞춰서 나무루지가 줄줄이 엮어져 있었다. 곧 모든 사람이 탑승하고 트럭이 출발할 때였다. 주변에 있던 태국 아이들이 트럭에 엮어서 끌려올라가던 나무루지에 앉더니, 그렇게 우리와 함께 올라가는 것이었다. 친구는 그것마저 부러워 했다. 우리는 돈 내고 타는데, 쟤네는 꽁짜로 탄다. 부럽다, 그치? 나도 여기서 태어났으면 맨날 저렇게 타는건데...


그렇게 얼마나 올라갔을까, 곧 루지 출발지점으로 보이는 장소에 도착했다. 트럭이 멈추고 우리도 곧 트럭에서 내리려는데, 태국 아이들이 빠르게 나무루지에서 내리더니 엮여있던 나무루지를 분리하고 출발점에 정리해 놓았다. 아주 능숙한 태도였다. 아이들의 정체는 직원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출발지점 정리가 끝나자 아이들은 각자 하나씩 루지를 타고 내려갔다. 내려가는 모습이 꽤나 신나보였기 때문에 혹시 이건 일을 도와주면 루지를 타게 해주는 칭찬스티커같은 것일까 예상 해 보았다.


루지를 타는 방법은 간단했다. 루지에 앉아서 두 발을 루지 앞에 올린다. 오른쪽으로 가고 싶으면 왼쪽 발을 뻗고, 왼 쪽으로 가고 싶으면 오른쪽 발을 뻗으면 된다. 그리고 멈추고 싶으면 가운데에 있는 나무 막대를 당기면 되는데, 브레이크는 있지만 액셀은 없다. 그냥 경사로에서 출발하면 된다. 탑승법이 마치 어릴 때 겨울에 타던 썰매같았다.


나는 루지 위에서 브레이크를 잡아보고있는 친구의 뒤에 탔다. 출발 전, 친구가 뒤를 돌아보며 내게 말했다. 너 계속 소리 지르면서 니가 뒤에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해. 커브에서 니가 날아가면 곤란하니까. 그 말에 차라리 내려서 친구를 뒤쫓아 달려 가는게 더 안전하지 않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래도 친구를 믿어보기로 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루지는 생각보다 꽤 재미있었다. 나무 루지를 타고 나무가 울창한 산길을 달려 내려오는 건 꼭 여름에 타는 썰매같았다.


우리는 루지를 타는 것을 마지막으로 몬쨈에서 나왔다. 그 후 친구가 가고 싶어했던 산 속에 있던 오래된 사원을 들리는 것으로 오늘의 일일 투어가 끝이 났다. 가이드님은 우리를 갈비국수집 앞에 내려주셨다. 친구와 나는 “안녕히 가세요, 언니!” 하고 차에서 내렸다. 투어의 중간쯤부터 가이드님의 호칭은 언니였다. 우리는 늦은 점심으로 갈비국수를 먹고 숙소로 돌아갔다.


“우리 아까 루지탈 때 찍은 동영상 같이 보자!”


잘 준비를 끝내고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만지던 내게 친구가 옆에 누우며 말했다.


나는 그러자며 앨범으로 들어가서 아까 촬영한 동영상을 재생했다. 루지를 타러 올라가는 트럭 안에서 찍은 영상이었다. 루지를 트럭에 엮어서 같이 끌고 올라가는 것이 신기해서 찍은 것이었다.


“어, 근데 저건 뭐야?”


친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부분에는 생각지도 못한 장면이 찍혀있었다.


“쟤 지금 따라 오는거야?”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태국 아이가 우리의 트럭을 쫓아오고 있었다.


설마 그럴까. 믿기지가 않아서 동영상을 다시 처음부터 재생하자, 그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아이는 루지에 친구들과 함께 타 있었다. 잠시 후 돌에 걸려 그 아이가 탄 루지가 덜컹거리자, 그대로 밖으로 튕겨져 나갔지만 트럭은 멈추지 않고 올라갔고, 아이는 자기 친구들과 루지가 있는 그 트럭을 쫓아 올라오고 있던 것이다.



친구가 걱정이 되는 듯 뒤돌아보긴 하지만 웃음이 나는 건 참을 수 없어하는 게 꼭 나와 내 친구의 모습 같기도 했다. 우리는 믿을 수 없어서 영상을 몇 번 되돌려봤다.

“믿을 수 없다, 그치.”

“응...”


친구는 웃으면 안되는데... 하면서 웃음을 계속 참지 못했다. 영상 속 루지에 타고 있는 아이들과 똑같은 표정이었다. 거울을 보지 않았지만 아마 나도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우리는 몬쨈에서 생긴 일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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