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낭만고양이

매일 여름 : 치앙마이에서 친구와 보낸 30일

by 땅콩


방콕을 떠나는 날 만큼은 나의 조교와 함께 눈이 떠졌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다 이야기가 있는 사진들을 모아놓은 사진집같은 방콕여행을 마무리하고 방콕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치앙마이로 이동했다.


치앙마이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일단 새로운 숙소에 짐을 두고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태국 가정식 음식점에 가는 것이었다. 우리 팟타이 진짜 많이 먹자, 우리 팟씨유 진짜 많이 먹자, 우리 팟카파오무쌉도 먹자. 음식점으로 가는 동안 마치 노래처럼 말을 하던 내 친구가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피듯 두리번거렸다. 그러더니 ‘거리가 너무 예쁘지 않아? 저 꽃 좀 봐, 언제 봐도 너무 좋다.’ 라며 나에게도 꽃이 핀 거리를 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세상에, 거리를 보라고 하다니. 방콕에서는 음료도 걸으면서 마시라고 했던 아이였는데. 드디어 1.5배속 버튼이 풀렸나보다. 정말 기쁜 순간이었다.



우리는 마야몰 근처에 있는 ‘헝태우인’이라는 식당에 갔다. 그리고 ‘우리 진짜 많이 먹자’ 라고 주문처럼 외우던 음식들을 주문했다.


돼지고기를 태국바질과 함께 살짝 매콤하게 볶아서 밥과 함께 먹는 팟카파오무쌉, 그리고 버섯과 야채, 계란이 들어간 볶음면 요리인 팟시유였다. 팟시유는 우리가 예전에 태국에 여행을 왔을 때 처음 먹어 본 음식이었는데, 그 후 가장 좋아하는 태국요리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간장소스로 볶은 듯 짭짤한데다가 일반 면 요리와는 다르게 넓은 면이라서 쫄깃하다. 짭짤하고 쫄깃한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을 찾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요리가 우리 식탁에 놓여졌다. 친구가 ‘늘 궁금했는데, 이건 바나나 잎인가? 독특하다.’ 라며 포크로 음식 아래 깔려있는 초록색 잎을 살짝 들어보곤 곧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가 끝난 후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멀리서 익숙한 고양이가 보였다.


숙소 앞에 있던 고양이인데, 그 자리가 고정석인 듯 의자에 내내 누워있어서 친구와 숙소에 들어가고 나오며 머리를 복복 쓰다듬어주었던 고양이였다. 태국은 어디를 가든 길에서 고양이를 쉽게 만날 수 있어서 우리는 가방 안에 츄르를 가지고 다니곤 했다. 마침 이번에도 가방 안에 츄르가 있어서 꺼내서 주려고 하는데, 그런 건 하나도 관심 없다는 듯 아주 열심히 앞 발을 핥고 세수를 하는 데에만 집중을 하고 있었다.


‘왜 안 먹어?’ 라는 우리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 듯 세수를 끝낸 고양이가 살금살금 어디론가 걸음을 옮겼다. 우리는 고양이의 뒤를 시선으로 쫓아갔다. 그렇게 종종 걸음으로 걷던 고양이는 어느 연두색 대문을 통과해 쭉 걸어갔다. 그리고 그 곳에는 그 집 신발장에 앉아있는 아주 예쁜 고양이가 있었다. 츄르도 마다하고 열심히 꽃단장을 하고 갔던게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우리 숙소 앞 고양이는 낭만고양이었던 것이다.


“데이트 전에 꽃단장을 하던 거였구나.”



꽃만 들고 있지 않을 뿐, 저 작은 뒷모습은 분명히 데이트를 기대하며 설렘으로 가득 찬 그런 날의 인간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우리의 숙소 고양이가 더 다가가지 않고 발걸음을 멈추더니 ‘야옹’ 하고 울었다. 지금 데이트 신청을 한 건가? 혹시 저 사람들이 츄르를 가지고 있으니까 같이 먹으러 가자고 하는 건 아닐까? 친구와 나는 점점 흥미로워지는 그 상황을 대화도 잊은 채로 몰입했다. 숨 죽인 채 집중하던 그 때 였다. 신발장에 앉아있던 예쁜이가 휙 고개를 돌리더니 곧장 자리를 떴다.


명백한 거절이었다. 나는 따뜻한 나라 태국에서 그렇게 차가운 반응은 처음봤다.



“아이고, 어떡하냐...”


친구와 나는 끝내 짝사랑으로 마무리된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우리 숙소 고양이가 괜찮은지 지켜보았다. 충격 때문인지, 미련 때문인지 자리를 뜨지 못하고 그 뒷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결국 먼저 자리를 뜬 건 우리였다.


“쟤 오늘밤엔 숙소 앞에 없겠다.”


“왜?”


“친구 불러서 술 마시러 가지 않을까?”


나는 고양이에게 그런 말 하지 말라며 친구를 툭 쳤다.


“술 보다는 츄르파일 것 같아.”


아무래도 낭만고양이에게는 그게 더 어울리는 듯 했다.

수요일 연재
이전 01화프롤로그 | 대부분은 크리스마스보다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