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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ommar Oct 17. 2021

스웨덴이 코로나19 취약층을 보호하는 방법

위드코로나로 가는 또다른 길

11월 1일부터 스웨덴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 최근 6개월 이내 코로나19에 감염되었던 사람, 6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하여 더 이상 코로나19 검사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검사 규칙 변경을 발표하는 카린 테그마르크 뷔셀. 출처: svt

대신 증상이 있는 경우 집에 머무르는 것이 권장되며,

요양원 거주자와 근무자, 병원 근무자는 증상을 느끼는 경우 예방 접종의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테스트를 하고 광범위한 감염 추적을 할 것이 권장되고 있습니다.


돌파감염과 재감염, 유아는 전파성이 낮고 전파 기간도 짧다


스웨덴 공공보건국의 카린 테그마르크 뷔셀 국가부역학자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은 중증과 사망으로부터 접종자를 보호해주는 효과가 매우 뛰어나며, 감염으로부터 예방해주는 효과도 있다고 합니다.


감염예방 효과는 델타 변이체 때문에 조금 약해진 것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파감염되는 경우 다른 사람에게 전파시킬 확률이 낮고, 미접종자보다 전파 가능한 기간 또한 짧다고 합니다.


테스트하는 것은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감염 추적을 통한 전파 방지에 그 목적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은 지금은 감염 추적 없이도 전파가 일정 수준 차단되므로 일반 대중에 대한 감염 추적을 중단하고, 대신 요양원의 보호에 자원을 집중할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겨울이 다가오며 독감이 함께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검사 축소는 코로나19에 집중되어 있는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 또한 공공보건국은 언급합니다.


(참고) 이는 코로나 확산 초기, 테스트 능력이 없던 당시 스웨덴이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일반인에 대해서 테스트를 해주지 않고, 고령층과 의료진에 대해서만 테스트를 진행하며 "걸렸다는 것을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지금은 모두가 테스트할 역량이 부족하므로 일반 대중은 아프면 집에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만, 의료진이나 고령층의 경우 감염 추적을 통한 격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테스트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었습니다.

돌파감염과 재감염, 유아는 중증이나 사망의 확률이 매우 낮다


또한, 백신 접종 이후 돌파감염의 경우 중증과 사망의 확률이 극히 낮으며 집에서 머무르는 것만으로 충분히 회복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관점에서도 크게 필요한 조치가 아니라고 합니다.


감염 경험이 있는 경우, 백신 접종으로 형성된 인공 항체보다 더 우수한 자연 항체 보유자이므로 중증이나 사망의 확률이 역시 매우 낮은 것은 당연합니다.


유아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사망자 수가 0명이고, 스웨덴 또한 사망자 수가 매우 낮은 등 코로나19의 위험이 애초부터 낮았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조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령층은 보호해야 한다


공공보건국은 여전히 검사가 권장되는 사람을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언급합니다.

 - 백신 접종을 받지 않았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받지 못하는 사람
 - 백신 접종 여부나 감염 경험 여부에 관계없이, 병원에서 일하거나, 요양원에서 일하거나, 요양원에 거주하는 사람과 홈케어 간병인
- 백신 접종 여부나 감염 경험 여부에 관계없이 코로나19의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
- 백신 접종 여부나 감염 경험 여부에 관계없이 북유럽 이외의 국가로 여행을 다녀온 후 증상을 느끼는 사람들  (* 백신 접종이나 감염 경험이 없는 경우 증상이 없더라도 검사 권장)

이는 충분히 근거가 있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다룬 것처럼, 접종 완료자의 경우 사망의 중위연령이 86세인 것을 고려할 때, 고령층을 제외하면 사망자가 거의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한국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스웨덴의 7월부터 9월 17일까지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확진, 중증, 사망 비교. 출처: 스웨덴 공공보건국
한국 백신미접종자와 접종자의 연령대별 코로나19 중증이환율과 치명률. *출처: 질병관리청


하지만 이는 뒤집어보면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령층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고, 상당히 큰 위험이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요양원이나 홈케어 간병인 등 노인과 가까이 있는 직업의 경우 전파 방지를 위해 계속해서 검사가 권장되고 있고, 노인 또한 계속해서 검사가 권장됩니다.


고령층의 보호는 지금까지 제가 계속 말한 것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극복할 수 있다


이런 조치를 시행하는 것을 보고 저는 스웨덴이 부러웠습니다.


이미 코로나19의 존재를 인정하고,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병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조치를 시행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확진자에 대한 언론 등의 마녀사냥이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질병관리청까지 "확진자 감소"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는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코로나19는 분명 심각한 사회적 문제 중의 하나입니다.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개인적 경험이지만, 제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걸렸지만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확진자가 모두 젊은 사람들이어서 그럴 겁니다. 스웨덴 공공보건국에 따르면 경증이나 무증상의 경우 후유증의 염려가 매우 낮지만 중증으로 발전하는 경우 영구적인 후유증을 남길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집니다.)


여전히 우리는 고령층을 보호해야 하지만, 우리의 삶은  조금 더 정상적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확진자를 최소로 하기 위한 비용은 계속해서 누적되고, 불가역적입니다.


가령 영업금지 기간동안 잃은 소득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특히 한국은 스웨덴과 달리 보상 또한 적극적이지 못합니다. (제가 낸 세금이 다 어디 갔는지 모르겠습니다(25만원도 못받은 걸로 보면 꽤 많이 낸 것 같은데..^^;;). 저는 자영업자는 아니지만 제가 낸 세금이 자영업자에게 가는 것에 적극 찬성합니다. 함께 살아야합니다.)


학교가 닫힌 기간 동안 교육 격차가 확대되었고 이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각자의 방에서 커다란 노트북으로 원격 수업을 듣는 아이들과, 형제가 단칸방에서 조그마한 스마트폰으로 소리가 뒤섞이며 원격 수업을 듣는 경우의 학습 효율은 같지 못합니다.

집에서 밥을 챙겨줄 수 있는 보호자가 있는 가정과, 가족이 모두 생계를 위해 집을 비운 가정의 영양 균형 또한 다를 것입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학교 폐쇄로 인해 생긴 교육 격차와, 교육 손실이 가져올 장기적인 효과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발달이 특히 중요한 시기인 유아가 마스크를 끼며 환경노출이 부족해짐에 따라 저하된 면역력은 평생을 좌우할지도 모릅니다. 이것 또한 되돌릴 수 없습니다.


각종 통제조치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우리 또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로도가 점점 쌓이고 있습니다. 우리의 잃어버린 소중한 시간들은 그 누구도 돌려주지 않을 것이고 돌려줄 수도 없습니다.


스웨덴이 취약층을 보호하는 방법


저는 스웨덴의 이번 검사 대상 조정이 취약층(백신 미접종자, 노인 등)을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젊고 건강한 사람들에게 코로나19는 더 이상 심각한 질환이 아닙니다. 걸린다 하더라도 별도의 치료 없이 쉽게 나을 수 있기 때문에, 회복될 때까지 집에서 머무르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쉽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없는 현재 시점에서 코로나19에 확진된 것을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머무르되, 매우 낮은 확률로 중증까지 발전하는 경우에는 적절한 치료를 구하면 됩니다.


반면 고령층의 경우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코로나19의 위험이 높으므로 감염 통제를 위해 격리할 필요가 있고, 때문에 여전히 검사 시스템을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접종자의 경우 물론 젊고 건강하다면 백신접종을 완료한 고령층에 비해 위험이 낮으나, 여전히 꽤나 높은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확진 여부를 아는 것이 좋습니다.

(* 현재 유럽의약품청은 일부 치료제를 승인하였습니다. 다만 알약 형태가 아닌 주사제이기 때문에 범용성이 낮다고 합니다.)


한국 정부가 백신 패스를 "코로나19로부터 취약한 미접종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죠?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젊고 건강한 미접종자보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고령층이 더 취약층이라는 것입니다.


정부가 말하는 "취약한 미접종자를 보호하는 것"이 진심으로 백신 패스의 의의라면, 사실 "진짜 취약층"을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에게는 식당도, 카페도 이용 못하게 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종합 건강검진을 해서 위험성이 낮은 고령층에게는 "건강 패스"를 발급해서 특별히 시설 이용을 허락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겠습니다.


고령층 대상의 건강 패스 제도가 적절하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백신 패스가 취약층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백신 패스는 백신 접종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이고, 자발적으로 백신을 접종받을 것을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는 방법일 뿐이며, 백신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백신이 문제가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만드는 역효과를 가져올 뿐입니다.


프랑스 등에서 백신 패스를 성공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젊은 층의 예약만 증가하였고 고령층의 예약률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성공이라는 것에 동의하기 쉽지 않습니다. 고령층의 접종이 가장 중요한데, 고령층은 원래도 사회활동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백신 패스가 유인이 될 수 없는 겁니다.


결국, 위험성 재평가가 가장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스웨덴 모델을 도입하기는 힘듭니다.

코로나 걸리는 것이 죽거나 폐가 섬유화되어 죽을 때까지 괴로움에 시달려야만 하는 일처럼 인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걸리는 것 자체가 안될 일, 대역죄, 내가 죽을지도 모르는 일 등으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에 돌파감염 또한 절대로 있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돌파감염의 존재 자체가 "어차피 걸리는데 백신 왜 맞냐"로 치환되기도 합니다. 걸리면 죽는 질병이기 때문에 안 걸리는 것만이 상책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의 과장된 위험성 때문에 우리는 다른 것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구하자는데 자영업자의 소득 감소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의 교육 격차와 교육 결손의 장기적 영향, 유아의 발달 저하 등은 검증되지 않았다고 믿고 싶어합니다. 코로나19 확진자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가 내고 있는 모든 비용은 "그러니까 조금 더 규칙을 잘 지켜서 빨리 코로나19를 종식시키자"라는 사실상 불가능한 주장 앞에 힘을 잃습니다.

규칙 잘 지킨다고 코로나19가 종식될 수 없음은 지난 2년동안 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19가 적어도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는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받아들여져야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위드 코로나"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에 대한 지나친 공포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고, 우리가 코로나19를 제외한 아무 것도 보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위험성 재평가가 필요한 또다른 이유입니다.


코로나19는 세상의 여러 문제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꽤나 중요한 문제이긴 합니다. 시험으로 따지면 국어나 영어, 수학 등 소위 중요 과목입니다.

(물론 효과적이고도 사용하기 쉬운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가령 사회나 과학같은 주변 과목으로 내려갈 것이고, 여기에 자연감염과 백신접종으로 항체보유도가 충분히 올라가면 더 중요하지 않은 과목으로 바뀔 것입니다. 물론 다 중요한 과목입니다만 예를 들어서요 ^^; 모두 중요한 과목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비유가 아니라는 점은 알지만, 이게 부족한 제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비유 같아서... 혹시라도 다른 과목 선생님들이 이 글을 보고 기분 나빠해주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국어 과목을 100점 받기 위해서 다른 과목을 전혀 공부하지 않아서 평균이 30점이 되어버리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국어를 조금 덜 해서 80점을 받더라도, 평균을 70점 정도로 맞추는 것이 더 좋은 일일 겁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코로나19만 있지 않습니다.

위드 코로나는 이것을 인정하고, 코로나로 인해 소외되고 넘어진 수많은 사람들을 다시 일으켜세우는 정의로운 전환의 과정이 되기를 다시 한 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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