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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ommar Jul 27. 2021

무역과 환경-탄소국경조정 (1), 어떤 걸까?

환경과 무역의 상관관계

평소에 환경에 관심이 있었고, 대학 때 교양과목으로 환경 관련 과목을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 환경과 무역의 상호작용을 주제로 리포트를 썼고, 기후 클럽과 탄소국경조정 등의 개념에 대해 분석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어릴 때 썼던 리포트였던 만큼, 지금 찾아보니(웹하드는 위대합니다) 내용의 빈약함은 둘째치고,

글을 너무 매끄럽지 못하게 써서 교수님께 한없이 죄송해지는 하루였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대로 "쉽사리 도입되지는 못할 것 같다"라고 땅땅! 결론 지었던 그 탄소국경조정이 결국 도입된다고 합니다. 예측(이라고 하기에는 근거가 너무 빈약했습니다만)이 보기 좋게 빗나갔죠.


유럽연합이 발표한 탄소국경조정(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은 2023년부터 도입되어 3년 간의 유예 기간을 거친 후,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다고 합니다.


탄소국경조정,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


유럽연합의 발표에 따르면 탄소국경조정은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력에 먼저 적용한다고 합니다.


이 중 가장 손쉽게 설명할 수 있는 전력으로 예를 들어 볼까요?

(물론 우리 나라와 EU는 전력망이 연결되지 않아 전력을 수출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설명이 가장 쉽기 때문에 전력으로 하겠습니다.)


석탄으로 만드는 전기는 석탄을 태우는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되지만,

풍력으로 만드는 신재생에너지는 온실가스의 배출이 없습니다. (물론, 전과정으로 따지자면 풍력발전기 자체를 만드는 데 온실가스가 배출되기는 하겠지만, "발전 과정"에서는 없다는 의미로 봐주시면 됩니다.)


요즘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도 많이 저렴해졌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석탄에 비해서 비싼 것은 사실입니다.


따라서, 이해하기 쉽게 EU 바깥의 갑 국가에 가상의 석탄발전소와 가상의 풍력발전소를 지어보겠습니다.

A 석탄발전소: 전력생산 단가 200유로, 전력생산 과정에서 2톤의 탄소 배출

B 풍력발전소: 전력생산 단가 250유로, 전력생산 과정에서 0톤의 탄소 배출


탄소국경조정이 없다는 전제로 두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EU가 300유로의 가격으로 수입한다면,

A발전소의 기대이윤은 100유로, B발전소의 기대이윤은 50유로이기 때문에

갑 국가에서는 이왕이면 높은 이윤을 낼 수 있도록 A발전소의 전기를 수출하는 것이 경제적입니다.


따라서 갑 국가는 EU로의 전기 수출을 위해 석탄발전소를 계속해서 짓게 됩니다. ("탄소누출")

이는 온실가스 배출의 증가라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죠.


이제, 유럽은 탄소국경조정을 도입했습니다. 가령, 1톤의 탄소당 40유로의 가격을 매긴다고 가정해보면,

(* 이 탄소가격은 EU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인 EU ETS에 따라 결정됩니다)


A발전소의 원가는 전력생산 단가 200유로에 2톤의 탄소가격 80유로를 더하여 280유로가 되고,

(그리고 이 80유로는 EU에 납부해야 합니다)

B발전소의 가격은 그대로 250유로입니다.


그렇다면 A발전소의 이윤은 20유로, B발전소의 이윤은 50유로로서,

그렇다면 이제 B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출하는 것이 더 매력적인 옵션이 될 것이고,

이를 통해 갑 국가는 EU로의 전기 수출을 위해 석탄발전소 대신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설치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게 됩니다.


최근 서유럽에서 대홍수가 나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알프스에서는 날마다 빙하가 녹고 있고,

북유럽권에서도 눈이 아닌 진눈깨비가 내리며 순록들이 먹이를 찾지 못해 대량으로 굶어죽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 순록은 쌓인 눈 속에 파묻힌 풀을 걷어내고 먹는데, 눈과 비가 섞인 진눈깨비가 내리는 경우 비 때문에 눈이 단단하게 얼어버려서 걷어낼 수 없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상기후 현상으로 유럽연합은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지역 중 하나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문제인식 또한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가장 유명한 환경운동가 중 한 명인 그레타 툰베리만 해도 스웨덴 사람이고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시민들의 강력한 지지를 기반으로 EU는 탄소국경조정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EU에도 고통이 될 것입니다. 가령, 더 비싼 전기를 써야하고, 더 비싼 철강, 시멘트, 비료를 써야할 테니까요.

가령, 이전과 같이 "이윤이 100유로에서 50유로로 줄어들었는데, 최소 80유로 정도는 이익을 보장해달라" 라고 한다면, 전기요금은 300유로(탄소비용 없는 석탄발전 단가+100유로)에서 330유로(탄소비용 추가된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80유로 이윤)로 오르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EU에 이익이 될 수도 있습니다.

EU 내에서는 원래 ETS 형태로 탄소비용을 납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탄소비용을 피하기 위해 석탄발전소를 탄소비용을 내지 않는 EU 바깥에 지으려는 유인이 있었다면

(이것을 "탄소누출(Carbon Leakage)"라고 합니다.),

탄소국경조정으로 인하여 어떤 방식으로든 탄소비용을 내게 됨으로써 이것이 사라지는 것이죠.

즉, EU에 적용되고 있는 탄소비용을 외국에도 물리겠다는 것이 탄소국경조정입니다.


탄소국경조정을 통해 탄소누출을 막아 글로벌 탄소중립 노력을 선도하고,

이를 통해 EU의 산업도 지키는 것이 탄소국경조정의 도입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풍력발전소의 경우 EU와 EU외 모두에서 탄소비용이 없기 때문에, 이왕이면 가까운 EU 내에 설치하려고 할 것이고, 그러면 EU 내에서 풍력발전소와 관련된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한편으로는 수출국 또한 고통이 될 수 있습니다.

가령, EU 시장을 넘보고 수많은 석탄발전소를 지어놨다면 어떨까요?

이 석탄발전소는 고객을 잃어버렸고 애물단지가 되어버릴 것입니다.

이때문에 다른 국가들은 탄소국경조정을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환경보호라는 가면을 쓴 보호무역제도"라고 비난하기도 하죠.


환경 문제가 무역 문제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환경과 무역은 별로 상관 없는 두 가지 개념같지만, 사실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개념이고,

최근 유럽연합이 두 가지를 더 긴밀하게 커플링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환경과 경제를 묶는 것은 무역이 아니더라도 내수 시장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귀찮아서 그냥 재활용품으로 배출을 하고 있습니다만,

소주병 등의 유리병을 마트나 편의점 등에 가져다주는 경우 "빈병 보증금 환불"을 받습니다.

(물론 재활용품으로 배출을 해도 버려지진 않고, 수거업자가 환불받을 것입니다)


유리병은 깨끗하게 씻으면 다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버려지지 않고 다시 회수될 수 있도록 빈병 보증금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죠.


물론 탄소국경조정은 돈을 받는 인센티브가 아니라 돈을 내야 하는 패널티에 가깝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지만,

경제적 이익 또는 불이익을 줌으로써 환경을 조금이라도 보호하려는 것은 유사한 점이지 않을까요?


생산자 책임만은 아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탄소국경조정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탄소국경조정이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EU의 문제의식에서 나온 만큼 기후변화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를 마무리짓고자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일회용품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은 쓰레기를 늘리는 일이며 동시에 온실가스를 늘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최근 한국(사실 스웨덴에서도 최근 푸도라 등 배달앱이 유행하고 있습니다)에서 유행하는 배달 문화가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으로만 보이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배달음식을 먹지 않습니다.

운동도 할 겸, 용기를 가지고 가서 포장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편리함을 이유로 배달음식을 먹는 분들은 재활용이라도 제대로 될 수 있도록 깨끗이 씻어서 배출하는 것은 어떨까요?


일회용품 관련된 뉴스에 이런 댓글을 다니, "일회용품으로 배달하는 업체의 책임이다. 옛날에는 자장면 시키면 그릇에 가져다줘서 자기들이 씻었는데, 자기들이 귀찮아서 일회용품으로 배달하고는 왜 우리한테 씻어서 달라고 하나? 편하자고 배달음식 시켰는데 그걸 씻으면 편리함이 없어지지 않냐?" 라는 반론이 돌아오더군요. (나름 선플운동이라 생각하고 달았는데.. 악플을 받아서 슬펐습니다 ㅎㅎ)


인건비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황에서, 일회용품으로 주는 것이 수거비용보다 싸기 때문에 업체의 책임이 일정 부분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귀찮다고만 말하지 말고, 환경을 위해서 조금만 더 고생하는 것도 의미 있는 행동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일회용품 씻어서 배출하는 것만으로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지만,

한 걸음씩이라도 천천히 전진하는 것이 기후변화를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다음 포스팅 에서 탄소국경조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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