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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ommar Aug 02. 2021

무역과 환경-탄소국경조정(2) 어떻게 작동할까?

제품의 온실가스를 낮추는 방법

지난 번 포스팅에서 2026년부터 유럽연합이 도입할 탄소국경조정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어떤 제품(전기,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이 유럽 내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EU-ETS)에서 부담하는 금액만큼을 외국산 제품에게도 물리겠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유럽 내에서 생산한 제품과 수입산 제품의 온실가스를 비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령, EU-ETS 가격이 1톤당 50유로라고 가정하면,


유럽산 제품의 온실가스가 1톤이 배출되어서 50유로를 납부하게 되고,

만약 외국산 제품의 온실가스가 0.5톤이 배출된다면 25유로, 1.5톤이 배출된다면 75유로를 "탄소국경조정금"의 형태로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럼, 그렇다면 납부하는 탄소국경조정금을 낮추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까요?


탄소국경조정의 대상은 전기,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지만,


쉽게 설명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파는 김밥을 예시로 설명하겠습니다.


1. 연원료 전환


가령, 숯불 소고기 맛이 나는 김밥을 제조하는 기업이 있다고 합시다.


만약 소고기를 맛이 똑같은 콩고기로 대체할 수 있다면(소고기김밥과 콩고기김밥은 맛이 똑같은 동종제품이라고 가정합니다.), 육류인 소고기보다 식물인 콩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훨씬 작은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에 제품의 온실가스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소고기→콩고기, 원료 전환)


또한, 기존에는 숯불 맛을 내기 위해 고기를 구울 때 진짜로 연탄불(연탄은 석탄 기반이라 온실가스 배출이 높습니다.)을 사용했다가 일반 가스로 고기를 굽는다면, 석탄보다 가스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낮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품이 함유한 온실가스도 줄어듭니다. (연탄→가스, 연료 전환)

(여담이지만, 지코바 숯불치킨도 숯불 대신 숯불맛 양념을 사용하는 걸로 변화했다고 하네요. 맛이 달라졌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온실가스 배출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았을까요?)


이외에도, 김밥에 들어갈 쌀을 쓸 때 국산 쌀을 쓴다면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보다 운송 발자국이 짧기 때문에, 운송 과정에서 드는 온실가스가 절감될 수 있습니다. (중국산 쌀→국산 쌀, 원료의 운송발자국 단축)

가령, 전라남도 곡창 지대에서 경상도의 공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드는 온실가스보다는 중국에서 경상도의 공장으로 옮길 때 온실가스가 더 많이 배출되겠지요?

(단, 국내와 외국의 재배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같다고 가정합니다.)


2. 공정 개선, 기술 개발


편의점에서 파는 김밥은 꽁다리가 없습니다.


예전에 수작업으로 김밥을 싸던 시절에는 꽁다리를 버렸다고 하는데요,


공정개선으로 꽁다리가 없도록 했기 때문에, 버려지는 부분이 사라지고, 덕분에 같은 원료와 연료를 투입하여 더 많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온실가스 배출량이 낮아지게 됩니다. (공정 개선)


(가령, 기존에는 쌀1kg로 김밥 10줄을 만들어냈다면, 공정 개선으로 이제 11줄까지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쌀 1kg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1톤이라 가정하면, 한줄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1톤에서 0.9톤까지 줄어듭니다.)

제품의 불량률이 줄거나, 버리는 부분이 줄어든다면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어듭니다.


다른 예시를 들어볼까요? 계란말이를 만들 때 기존에는 프라이팬 하나 당 계란말이 하나를 만들었지만,

만약 프라이팬 하나에서 계란말이 2개를 동시에 만들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한 프라이팬을 개발하게 된다면 그만큼 연료를 절약할 수 있게 됩니다.

(요즘 식당에 계란프라이 전용 프라이팬이 있는 경우가 있더군요 ㅎㅎ)

이런 기술 개발 또한 모두 온실가스 저감으로 연결되죠. (기술 개발)


3. 재활용과 물질순환


김밥에 들어가는 당근과 오이를 데치려면 물이 필요하죠?

이 물을 한 번 쓰고 버리는 대신에, 밥물로 재활용을 하면 어떨까요?


그만큼 물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물을 적게 사용함으로써 물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온실가스가 절감됩니다.

(단, 밥에서 당근이나 오이 맛이 나지 않아 품질에 이상이 없고, 위생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콩고기를 볶을 때 사용한 기름으로 당근도 볶는다면 기름 또한 절약할 수 있을겁니다.

(치킨도 기름 한 번으로 60마리까지 튀긴다고 하니, 품질과 위생 등에 문제가 없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렇게 원료를 최대한 아껴쓰고 다시쓰는 재활용과 물질순환으로도 온실가스를 아낄 수 있죠.


어떠십니까?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참 다양하고 복잡하죠?


그런데, 사실 여기서 탄소국경조정의 문제가 생겨버립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서 금액을 매기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알아야 하고,

유럽 제품과 수입 제품의 온실가스를 비교하기 위해, 제품들을 생산하는 데 온실가스가 얼마나 배출되는지를 보여주는 "온실가스 명세서"가 필요하거든요.


온실가스 명세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각 제품이 무슨 연원료를 사용하는지, 공장의 효율성은 얼마나 높은지, 재활용은 얼마나 잘하는지 등을 모두 파악해야 하고, 이는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도대체 어떻게 배출량을 신뢰성 있는 방법으로 산정할 것이냐?"라고 의문을 가지고, 이를 넘어 "너네 마음대로 우리 제품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높여서 돈 많이 받으려는 거 아냐?"라는 의심을 가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이러한 어려움과 난관을 뚫고, 탄소누출을 막고 글로벌 탄소감축을 이뤄내기 위한 탄소국경조정은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에도 최근 지속가능한 소비라는 개념이 도입되고 있죠?


가령, 액상 세제나 샴푸 대신 고형 세제나 샴푸를 사용하거나,

화장품 용기를 제조하는 데 드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화장품을 리필해서 사용하는 등은 모두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책임 있는 소비의 일환입니다.


누군가는 유난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 누군가의 유난이 기후변화를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유난이 아닐까요?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 작은 유난에 동참한다면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의 양은 결코 작지 않을 겁니다.


지속 가능성은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방역, 지속 가능한 소비, 지속 가능한 생산 등이 있고, 이를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죠.


함께 책임 있는 행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하길 오늘도 바라봅니다.

지속가능발전목표 중 하나인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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