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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sommar Jul 08. 2021

원전의 친환경성에 대한 의문, White Wall(2)

원전의 친환경성과 경제성에서 놓친 부분

앞에서 연결 원전의 친환경성에 대한 의문,White Wall (1) (brunch.co.kr)

<WHITE WALL> 트레일러

지형적 이점 덕분에 수력 발전이 풍부한 스웨덴이지만, 스웨덴의 전력 구성에서 원자력 발전은 꽤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때문에 스웨덴에서는 상당한 양의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고, 이를 최종 처리하기 위한 계획이 2011년 시작되어 2020년 스웨덴 웁살라 주의 작은 도시 외스트함마르(Östhammar)가 최종 처분장소로 결정되었죠.


<White Wall>에서는 실제와는 달리 외스트함마르가 아니라 북부 지역의 폐광산이 최종처분장으로 설정되었습니다.


White Wall에서 최종처분장을 설치하려는 계획은, 지역 선정 과정에서의 잡음으로(실제 현실의 외스트함마르 또한 10년 가까운 진통 끝에 선정되었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금액을 소비했고, 처리회사 ECSO는 부도 직전의 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때문에 이제 더 이상 계획은 지연될 수 없으며, 모든 것이 물 흐르듯 흘러가야만 하죠.


그러나, 일이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만은 않습니다. 최종처분장의 구조적 안정성을 테스트하던 중 이유를 알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나서 인부 몇이 사망하고, 공사가 일시 중단되어버릴 위기에 처한 것이죠.


사고의 원인을 구조의 결함이 아니라 작업자의 단순 실수, 즉 "휴먼 에러"로 돌려 전면 중단을 막은 주인공 Lars는 진짜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고자 현장을 다시 살펴보게 되고, 이곳에서 알 수 없는 거대한 하얀 벽을 발견하게 됩니다.

방사성폐기물 최종매립장 예정지에서 발견한 알 수 없는 하얀 벽

지질학자 Helen은 하얀 벽의 성분을 분석해보지만, 90% 정도는 석탄이고 나머지 10%는 지금까지 발견된 적 없었던 새로운 물질이라는 결과를 얻게 되죠.


헬렌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지만, 회사가 부도 직전에 몰려 있는 라스는 시간이 없습니다. "90%가 석탄이라면, 이것은 석탄이다" 라며 결국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의 준공식을 거행하고야 맙니다.


지질학자 Helen(오른쪽)은 하얀 벽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만, 부도 위기에 몰린 ECSO의 직원 Lars(왼쪽)은 계속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렇지만, 하얀 벽 주변에는 계속해서 이상한 징후가 발견됩니다.

가령 깊은 동굴 속에 있을 수 없는, 누가 가져다 놓은 것이 분명한 동물의 뼈가 대량으로 쌓여있는 것이 발견되기도 하고, 벽의 일부 면은 강한 자성이 있어 망치 등의 쇠붙이가 붙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또다시, ECSO는 정해진 일정에 폐기물을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에 자세히 조사할 시간이 없고, 결국 방사성폐기물이 하나둘씩 폐광산 안에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과연 이 프로젝트는 안전하게 성공할 수 있을까요?


원전의 친환경성과 경제성에 계산된 것은 무엇일까?

핀란드의 온카로가 후세의 사람들에게 수많은 경고를 보내고자 고민을 하고 있다면,

반대로 <White Wall>에서는 알 수 없는 미스테리한 하얀 벽을 만났지만 경제적 문제로 인해 무시하고 프로젝트가 진행됩니다.


현실의 온카로가 절대로 열지 않았으면 하고 여러 장치를 설치해두지만,

드라마 <White Wall>은, 심지어 온카로와 설립 목적이 같은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에도 불구하고,

온카로와 유사한 형태의 경고를 모조리 무시한다는 점에서, <White Wall>은 온카로 프로젝트를 포함한 방사성폐기물 최종처리장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 문제점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은 그래도 최종처장을 만들 생각이라도 했던 드라마(그리고 현실의 스웨덴이나 핀란드)보다도 못합니다. 우리나라의 방사성 폐기물은 아직도 임시 보관만 되고 있고, 최종처장을 설치할 계획은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토가 좁고 인구가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최종처분장이 설치될 지역의 반발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고, 수많은 갈등과 반목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심지어 탈원전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를 포함해서) 그 누구도 공론화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도 원자력발전소는 "친환경"이라는 이름 하에 돌아가고 있고, 누구도 처리하고 싶지 않아하는 방사성폐기물 또한 조용히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나 미세먼지 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가동은 (방사성폐기물 문제를 떼놓고 보면) 친환경적이고, 적어도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의 비용만 생각한다면 발전단가가 저렴한 전기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계산은 "운영비"만 고려한 것이.


그럼 계산의 범위를 조금만 더 넓혀 볼까요?

10만 년동안 보관해야만 하는 방사성폐기물까지 포함한다면 원자력발전은 정말 친환경적일까요?

10만 년 동안의 관리비용을 생각하면 정말 경제적일까요?

(드라마에서는 방사성폐기물 문제만 다루고 있지만 전과정,  가령 원료의 채취와 운송, 발전소의 건설 등을 모두 고려한다면 친환경적이라고 하기는 더 어려워집니다)


<White Wall>은 원자력발전소를 다룬 다른 작품에 비해 긴박감이 떨어집니다.


"체르노빌"에서 볼 수 있는 폭발과 같은 드라마틱한 사건 없으니, 갈등은 다소 평이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폭발이 그려내는 비주얼적 화려함과 CG의 향연과는 달리 보이는 것이라고는 눈밖에 없는 스웨덴 북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그나마 어두운 폐광산 안에서 진행되는 장면이 많아 드라마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도 주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러한 특징 덕분에, 원자력발전소 폭발과 같은 상상하기 어려워(물론 가끔씩 실제로도 일어나지만) 오히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그래서 오히려 원전 폭발을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재미있는 오락거리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는 다른 작품과 달리, 적어도 10만 년 동안은 고민해야 하 문제에 대하여 천천히 생각할 시간을 주게 합니다.


국내 원전반대의 소재가 되는 "판도라"가 한국영화 특유의 감성으로 인해 "그런 일이 안 일어나도록 관리하면 된다"라는 논리에 묻혀버린 점이 일부 있다면, "White Wall"은 지금 이 순간도 발생하고 있는 방사성폐기물을 다룬다는 점에서 단순히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며 외면하기 어려운 주제를 던져주 있으며, 이를 통해 원자력 발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시사점을 던지는 드라마입니다.


비록 드라마가 스웨덴의 원자력발전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원자력발전이 중요한 전원 중 하나인 한국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드라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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